지난 5월 9일, '청소년 시민, 주거권을 말하다'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보고회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연구용역을 받아 발간한 2023년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통해 들려온 청소년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가정 밖 청소년이 경험하는 주거빈곤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주거보장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 자리가 없고 내용 또한 빈약한 현실입니다. 이에 실태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단위가 함께 모여 청소년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률단체, 인권활동가를 비롯하여 80여 분이 함께해 주셨는데, 특히 청소년지원 현장 기관에서도 30여 명이 참석하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보고회는 공동연구원인 정용림 활동가(前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활동가)와 마한얼 변호사(사단법인 두루)의 실태조사 전반에 대한 내용 발표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 연구가 제안된 배경, 연구 방법, 기존 통계자료 재분석 및 시사점 그리고 면담 내용의 분석을 정용림 활동가가, 기존 국내외 법 제도, 연구에서 제안하는 정책 개선안의 내용을 마한얼 변호사가 해주었습니다.
기조발제를 마치고 배경내 활동가(인권교육센터 들)의 진행으로 세분의 이야기를 더해서 들었습니다. 먼저 연구 인터뷰 참여자이기도 하신 일움이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 시간을 보내왔던 가정에서도, 쉼터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돌봄은 권리로서 작동하지 않은 ‘돌봄 품절’에 대해 짚으시며 정상가족과 정상쉼터 만들기라는 허구적 상상에서 벗어나 구조적 체계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더해주셨습니다.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이 일움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마음에 많이 남아있다고 하셨습니다. 한 청소년 쉼터 실무자 분께서는 “실제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였던 청소년들의 쉼터 생활, 성매매를 하는 이유, 아무리 좋은 시설도 결코 집이 될 수 없음. 등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들으며 청소년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였다고 후기를 남겨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두 번째로는 ‘새날을여는청소년쉼터’의 이은주 상담팀장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시설의 운영 및 형태의 자율성, 청소년 주거 계약, 법적 보호자, 일자리 등 현장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민들을 함께 나눠주셨습니다. 더해서 쉼터는 ‘의식주’ 제공만이 아닌 청소년의 행복권을 보장하는 곳이 되어야 하고 행복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본인의 삶에 선택권이 부여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설은 ‘보호’라는 이름의 ‘통제’가 이뤄지게 되고 실무자(활동가)가 갖게 되는 힘과 권력의 차이를 계속해서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여주셨습니다.
마지막 더하는 이야기에서는 청소년정책을 고민해온 연구자 관점에서 기존 청소년 주거정책 연구의 한계와 이번 실태조사 연구의 의미, 정책 제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류정희 연구위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분절적이고 공급자 중심의 가정 밖 청소년 지원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원칙으로서 “모든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하여 차별 없는 자립과 주거지원”과 가정 밖 청소년 주거의 탈시설화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정책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가정 밖 청소년 실태조사 필요성, 분절된 지원체계의 통합 등을 강조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 계신 분들 몇 분의 이야기를 더 들었는데요, ‘청소년 주거권을 홈리스 개념으로 접근해서 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고 다르게 사고하는 틀을 확장해 주었다’는 소회를 나눠주셨고, ‘좋은 시설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시설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막막함은 계속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설은 집이 될 수 없다는 프레임의 전환으로 더 다양한 방식을 함께 상상하고 시도해 보자. 현장에서 실무자가 애쓰고 고군분투하는 노력이 무색하리만큼 정책과 지원의 변화는 더디고 느리다’며 국가인권위의 정책권고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보고회는 이후 남겨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계획하는 활동을 소개하고 고민을 모으는 시간으로 초대하는 내용을 더하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청소년 현장기관에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청소년 주거권 보장’ 요구를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여쭤봤고 몇분이 답을 남겨주셨습니다. 후기에서 한 쉼터의 실무자분께서는 "청소년에게 주거가 필요한 것은 맞다.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청도 하고 논의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쉼터에서도 단계적으로 고민해야 하겠다.”라고 하셨습니다. 또 다른 분은 “쉼터가 문제가 많아서 청소년 주거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논리로 변화되지 않고 쉼터 역할과 주거권 요구가 함께 이야기되길 바란다.” 라는 이야기를 남겨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쉼터는 결코 집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일시쉼터에서 하우징 퍼스트, 주거지원 서비스 등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 무엇을 도전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집에 돌아갔습니다.”라는 쉼터 실무자의 후기도 덧붙여봅니다.
결과 보고회를 마무리하고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온에는 많은 과제가 남았습니다.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현장기관들과 어떻게 하면 '시설은 집이 될 수 없으니 권리 기반의 주거지원으로 전환하자'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끝내 청소년이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모두의 바램은 청소년도 집다운 집에서 살아가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국가인권위에서는 하루빨리 각 정부 부처에 정책권고안을 작성하여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제도와 정책이 나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