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영본색 11호 2021-09-23 추분 안녕하세요 이하오입니다. 중추절이 지나고 국경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중국에서는 극장가를 찾는 관객이 많아졌습니다. 오늘 중영본색에서는 중국 특색 재난영화 <봉폭 峰爆>,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중국 영화, 지아장커 감독의 신작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一直游到海水变蓝> 그리고 제11회 북경 국제 영화제의 개막 소식을 전합니다. 1. 중국 특색 재난영화 <봉폭> 전 세계적 지질변동의 영향으로 10년간의 대공사 끝에 완공을 앞두고 있던 철도 건설현장에 누수가 생기고, 인근 마을에서는 지진과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폭파 연구원 홍익주와 은퇴한 철도병 홍윤병 두 부자는 철도 완공과 16만 명의 지역주민을 구조하기 위한 작전에 나섭니다.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봉폭 峰爆>은 중국적 연출과 스토리로 중추절 극장가를 장악하며 관객들로부터 “중국 특색 재난 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봉폭의 관람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공위성과 3D 모델링, 기상변화 관측 시스템 등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강조합니다. 둘째, “서양에 노아의 방주가 있다면 중국은 우공이산이다”라며 재난상황을 대하는 중국의 방식을 서양과 차별화했습니다. 셋째, 오늘날 중국을 있게 한 철도 건설 현장의 수많은 인부의 희생을 기리며 결국 인민 모두가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영화 <봉폭>은 빠른 전개와 함께 대규모 재난 상황을 연출하여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가 빈약하고 특수효과 연출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관객들의 후기와 평점 또한 크게 갈립니다. “<유랑지구>가 중국 SF영화의 격을 높였다면, <봉폭>은 중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는 한편, “억지 감동과 수준 떨어지는 CG가 불편했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눈에 띄는 부족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홍익주를 연기한 주일용(朱一龙) 배우의 인기와 주선율 영화 자체의 영향력에 힘입어 <봉폭>은 여름방학 이후 침체되었던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2. "항미원조"? "조선전쟁"? 중국 영화 속 한국전쟁 6·25전쟁 막바지 금강 전투를 다룬 2020년 영화 <금강천 金刚川>에 이어 2021년 영화 <장진호长津湖>, <저격수狙击手>, 다큐멘터리 <1950년 그들은 젊었다 1950年他们正年轻>까지 최근 중국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중국 공산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과 2021년 중국 공산당 건당 백 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주선율 영화 제작사업의 결과물입니다. 왼쪽부터 <금강천>, <장진호>, <저격수> 당대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주선율 영화는 제작 규모와 스케일은 물론 영향력도 대단합니다. 코로나로 영화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던 지난해 <금강천>은 11.3억 위안의 흥행성적을 거두며 2020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습니다. 천카이거(陈凯歌), 서극(徐克), 임초현(林超贤) 감독이 공동연출하고 오경(吴京), 이양천새(易烊千玺), 주아문(朱亚文) 등 인기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를 모은 작품 <장진호>는 하반기 가장 큰 대목인 국경절 개봉을 앞두고 있어 높은 흥행성적이 예상됩니다. 장예모(张艺某) 감독의 <저격수> 또한 올해 말 개봉할 예정입니다. <금강천> 중 캡쳐 중국에서 제작하는 한국전쟁 관련 영화에서는 한국전쟁을 “조선전쟁(朝鲜战争)” 혹은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으로, 중공군은 “인민지원군(人民志愿军)”이라고 부르는 등 우리와 역사적 관점이 달라 눈여겨볼 만 합니다. 한편 올해 9월 초 한국의 배급사 위즈덤필름이 <금강천>을 수입하고 국내에 상영하는 절차를 밟다가 언론과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상영을 철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한 문화 교류도 좋지만 역사적,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작품은 신중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3. 지아장커 감독의 신작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중국 내 개봉 중국 6세대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지아장커(贾樟柯)의 다큐멘터리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一直游到海水变蓝>(이하 ‘먼바다’) 가 개봉했습니다. 중국 내에서 지아장커 감독은 당국의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하는 “지하전영(地下电影)” 감독으로 분류되지만, 중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하는 작품들로 국제 영화제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먼바다> 또한 2020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위화 작가, 지아장커 감독 <먼바다>는 중국의 1950, 60, 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네 명의 인터뷰와 산시성(山西省) 펀양시(汾阳市) 주민들의 영상을
교차하며 중국의 농촌과 도시, 문학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마봉(马蜂), 가평요(贾平凹), 여화(余华), 양홍(梁鸿) 작가가 말하는 개인사와 가정사 그리고 지역의 역사는 1949년 이후 중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합니다. 당에서 발행하는 식사
쿠폰(梁票)으로 배식받던 시절,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은 사람들, 문화대혁명 이후 갈가리 찢겨 일부만 남은 소설책을 보고 자란 위화 작가의
이야기까지 <먼바다>에서 보여주는 중국 농촌의 가난하고 고달픈 삶은 현재 중국의 화려하고 물질적인
모습과 대조됩니다. 당국의 검열로 자주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던 지아장커 감독의 신작이 중국 내에서 정식 상영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공산당 건당 70주년을 맞아 올해에는 공산당 이념의 확산과 실천에 힘썼던 인물들의 전기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중국 농촌의 부흥을 위해 힘쓴 소설 작가의 전기 <유청柳青>, 척박한 지역의 인민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공산당 간부의 이야기 <아적부친초유록 我的父亲焦裕禄> 등이 그 예입니다. <먼바다> 또한 오늘날 중국이 있기까지 빈곤하고 지난한 시간을 지나온 중국 농촌의 인물들과 삶을 재조명하고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묵직하고 담담하게 중국 근현대사와 문학을 교차시킨 작품 <먼바다>는 영화계와 문학계 비평의 중심에 서며 명실상부 영화제의 감독 지아장커의 작품성을 증명했습니다. 4. 제11회 북경 국제 영화제 개막 제11회 북경국제영화제 개막식 코로나로 인해 여러 차례 연기되었던 제11회 북경 국제 영화제가 9월 20일 막을 올렸습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공리(巩俐)를 필두로 시작된 레드카펫 및 개막식은 중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치이(爱奇艺)를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하나 되어 아름다움을 나눈다(天人合一,美美与共)”를 주제로 하는 제 11회 북경 국제 영화제는 9월 21일부터
9월 29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되는 작품은 총 300 작품입니다. 중국 이야기, 영화인 회고전, 고전작품 복원, 동계올림픽, 건당 백 주년, 공리 작품전, 주목받는 신예 등 일곱 가지 주제로 기획전이 열립니다. 한국 작품으로는 김기영 감독, 윤여정 배우의 1971년 작품 <화녀>와 김기덕 감독의 2003년 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각각 고전작품 복원, 영화인 회고 기획전을 통해 상영됩니다. 2020년 북경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제 기간 관객 수 TOP10에 한국 작품 네 편(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홍상수 감독 ‘강원도의 힘’, 김도영 감독 ‘82년생 김지영’, 김기영 감독 ‘하녀’)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개막작 <장진호>, 폐막작 <난심대극원> 영화제의 개/폐막식 작품은 각각 <장진호 长津湖>와 <난심대극원 兰心大剧院>입니다. <장진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저수지 ‘장진호’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루었고, <난심대극원>은 1941년 일본군에 의해 상해가 고립되었던 시기 여성 공작원의 첩보 작전을 그렸습니다. 피와 살이 튀는 전쟁 영화와 공작원의 숨 막히는 비밀 작전이 대비조화를 이루며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합니다. 중영본색 11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라고 합니다. 이미 가을의 네
번째 절기이지만, 추분을 기점으로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날을 여름과 가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추분편을 전하는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모두
추석 잘 보내셨기를 바라며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발행인 이하오 이메일 주소 lihao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