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 122회 노벨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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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터에 앞서, 여러분은 세계 3대 문학상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바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 그리고 부커상인데요. 소장각 레터에서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우리나라의 작품 정보라 <저주 토끼>와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을 소개한 적 있어요. 

  최근, 제 122회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 되었습니다 🎉

  수상자는 프랑스의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였는데요. 오늘 소장각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와 2016년 공쿠르상 수상자인 '레일라 슬리마니'의 작품 두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비슷한듯 다른 두 명의 여성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아요 🤩

 ✔️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의 자기 규정입니다. 그는 자전적, 전기적, 사회학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는데요. 1960년대 임신 중절을 했던 경험,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 연인과의 경험, 자신과 아버지의 삶 등,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그만의 '칼 같은 글쓰기'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

  빈곤층 출신의 여성으로 성장하며 사랑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겪은 모멸감과 소외의식은 소설 형식을 빌려 자유분방한 언어로 표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여성 작가로 꼽히며, 끊임없이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은 <단순한 열정>입니다. 기존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는 소설이었어요. 최근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내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레일라 슬리마니는 기자 출신의 소설가예요. 모로코 출신으로 17세 무렵 프랑스에 와 파리 정치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이 매우 건조하고 객관적인데요. 이런 문체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와 메시지는 더욱 극대화 되는 것 같았어요. 

  슬리마니는 <달콤한 노래>로 2016년 공쿠르상을 수상했고, 마크롱 대통령의 지명으로 프랑코포니 특사로 임명되기도 했으며 여성지 (엘르) 커버 모델이 되거나 패션쇼에 초대받은 이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이 작가도 일하는 여성이자 엄마로서 한계에 부딪치곤 했는데요. 이러한 현실 인식을 자신의 작품에 담았습니다. 

  프랑스 문학계는 그의 대표작 <달콤한 노래>를 '올해 최고의 책', '고전에 재편입할 만큼 문학사에 남을 위대한 책'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책을 단 두 권만 출간했습니다. <오크의 정원>과 <달콤한 노래> 두 권입니다. 

  그는 소외되고 빈곤한 이들의 이야기를 미묘하게 수면 위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헐벗은 사람들, 도시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름 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게 현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달콤한 노래>에서는 성, 인종, 계급, 빈곤 등 여러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단언컨대, 가장 충격적인 소설 도입부입니다. 😳 두 아이를 돌보던 보모가 아이들을 끔찍하게 살해했다는 지점부터 출발하는 소설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집중하게 하는데요. 슬리마니의 문장력과 장면 구성력, 그리고 문학적 감각을 소설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슬리마니는 이 작품으로 아이, 부모, 보모 사이에서 어떤 '공포감'을 느끼기를 바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책의 장르도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변호사인 밀리암, 음악작업을 하는 상업 예술가 폴. 이들 부부는 전형적인 프랑스의 중산층 가정으로, 안정적인 '보통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밀리암은 결혼과 두 번의 임신, 출산으로 경력을 포기하고 전업 주부로 자신의 삶을 갉아먹으며 살아가는데요. 밀리암이 복직을 희망하게 되며, 그들은 보모를 고용합니다. 

  '루이즈'라는 보모는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동시에 공포스럽고 어딘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지요. 작고 인형같은 외모의 노인인 루이즈는 밀리암의 자녀인 밀라와 아당의 육아, 건강을 비롯해 집안 청소, 요리까지 척척 해냅니다. 아주 경력이 오래된 보모이고, 늘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루이즈는 점차 밀리암 가족에게는 없어서 안 될 존재가 되는데요. 루이즈는 그 가족이 자신에게 '속해 있다는 확신'을 느끼고, 밀리암도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루이즈의 존재에서 어떤 이질감을 발견하며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져듭니다. 

  남편의 장례식날 루이즈의 모습을 묘사한 문장입니다. 루이즈의 감정 묘사는 완전히 배제한 건조한 묘사임에도 눈으로 파래진 대기의 빛은, 루이즈의 마음을 대변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처럼 작품은 루이즈라는 캐릭터에 구체성과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그의 남편과 딸의 서사를 풀어나갑니다. 왜 아이에게 집착하는지, 밀리암 가정의 '중산층스럽지만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행동' -가령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그냥 버리는-을 용납하지 못하는지 서서히 독자에게 납득시킵니다. 제가 꼽는 이 작품의 명장면도 이 장면의 연장선에 있는데요. 바로, 뼈를 깨끗하게 씻어 식탁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한 장면인데요. 어떤 장면인지, 여러분도 함께 읽으며 찾아보고 피드백으로 꼭 감상을 나누어주세요 😏

  루이즈는 왜 그토록 아끼던 아이들을 살해한 걸까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여전히 빈곤한 상황에 그칠 수밖에 없고 삶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자꾸만 빠져듭니다. 루이즈는 길에서 신문을 깔고 똥을 누는 노숙자의 모습을 보며, 그 지극히 동물적인 행위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언젠가 자신의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미묘한 감정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프랑스 여성들의 삶이 여전히 많은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왜 많은 이들이 '인생작'이라고 꼽는지 정말 알 것 같아요! 😭💗

  좋아하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소개를 하면서도 내내 설렜어요. 레일라 슬리마니는 제가 개인적으로도 롤모델 삼고 싶은 작가인데요. 장르 소설과 순수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확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건조한 묘사와 상황을 그리는 능력 또한 탁월해서, 보는 내내 인간의 말초 신경을 불쾌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아이들을 살해한 범인이 '루이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한 번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꼭! 꼭! 꼭!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해요 💗

<사건, 아니 에르노>

  122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임신 중절 경험을 담은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의 '칼 같은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이걸 장바구니에 담자마자 구매해 읽었어요. 분량이 짧아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 60년대 당시 음지에서 진행된 중절이 어땠는지를 통해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의 선택권'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실적인 묘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첨예한 시각, 자전적 이야기에서 나오는 '힘'이 이 소설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건 사실 가장 어려운 글쓰기인데요.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보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작품이 더욱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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