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수영을 시작했어. 사실 아직 한 번 가긴 했지만😅 크로스핏을 하다 부상을 입고 관절에 무리가는 모든 운동을 금지당했거든. 예전에도 수영을 끊고는 거의 나가질 않아 자유형도 제대로 못하는 실력이라 가기 전까지 심란했어. 소질 없는 걸 하는게 즐겁진 않잖아. 그런데 선생님이 가라앉을까봐 숨을 빨리 쉬면 더 숨이 차지니까 천천히 하라는거야. 천천히 해도 가라 앉지 않는대. 그래야 오래 끝까지 갈 수 있다고 하더라. 그 말이 마음에 괜히 남았어. 여러모로 지금과 미래를 생각하면 초조해지는 요즘인데,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 잘 안되긴 하지만 숨을 길게 오래 쉬는 연습을 해보려고 해. 이제 소가 아닌 물개로 찾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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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베어시즌2
9화 눕방일기에서 소개한 적 있는 디즈니플러스 [더 베어] 시즌2가 나왔어. 보기 전까진 뉴스레터에서 굳이 같은 타이틀을 한 번 더 소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난 주말 하루 안에 정주행을 끝내고 나니 얼마나 좋았는지 동네방네 떠들고 싶더라고. [더 베어]는 요리판 <위플래시>라고 소문이 자자해. 요식업계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그린데다 보는 사람까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피말리는 연출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야. 재미와 완성도는 이미 입소문이 나서 내가 굳이 거들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번 시즌은 일하는 사람, 구체적으로는 창작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묘사가 유달리 마음에 남아서 이에 대해 말해보려해. 시즌1을 보지 않았다면 이전 뉴스레터를 한 번 읽고 오는 걸 추천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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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시즌1에서 미슐랭 식당의 셰프였던 카르멘(제레미 앨런 화이트)은 죽은 형 마이클의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를 물려받은 뒤, 오합지졸 직원들과의 분투 속에서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끝이 났었어. 시즌2는 카르멘이 ‘더 비프’를 파인다이닝 ‘더 베어’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담았어. 참고로 ‘베어’는 카르멘 가족들의 성 베어자토에서 따온 단어야. 시즌1이 주방에서 벌어지는 전쟁같은 시간들을 치열하게 재연하는데에 충실했다면, 시즌2는 비로소 한 팀이 된 각 인물들이 ‘일’이라는 매개를 통해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더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삶을 존중하며 성장하는지를 지켜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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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존중
시즌1을 본 사람들은 ‘더 비프’의 크루들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기억할거야. 그랬던 이들이 심지어 파인 다이닝으로 완전한 변화를 맞는 과정은 꽤 뭉클해. 대학 때 한 교수님이 직장인과 직업인의 차이에 대해 말씀 해주신 적이 있어.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수단이고, 직업은 인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라 더 주체적이라는 맥락이었던 것 같아.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살기를 결심하는 ‘더 비프’ 크루들은 [더 베어]에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 포인트야. 그중에서도 1등 빌런 리치(에본 보스 바크라크)의 변화는 눈물 겨울 정도야. 사라져주는게 최선의 도움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무식하고 자존심만 세. 한편으론 무능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자신이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실없는 욕짓거리로 가리는 리치는 미워할 수 없이 짠한 구석이 있어.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서 다른 사람의 도움조차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치에게 찾아온 변환점은 바로 카르멘의 추천으로 최고급 파인 다이닝에서 인턴으로 일한 일주일이야. 흥미로운 점은 리치가 얼룩이 남지않게 포크를 닦는 일이 어째서 중요한지 깨닫는 과정이 파인 다이닝의 과도한 의전과 유난스러운 완벽주의를 불편하게 느끼는 대중의 입장에서 그려졌다는 점이야. 가장 기본인 포크 닦는 일부터 손님이 결제하는 순간까지 단계별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쌓는 프로의식은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고자 하는 사명감인 셈이야. 일의 크기와 상관 없이 제대로 해내는 건 자신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는 걸 리치는 비로소 깨닫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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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는 행복할 수 없을까?
미슐랭 식당에서 일하며 전도유망했음에도 카르멘은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다는 압박에 시달리다 ‘더 비프’에 왔어. 과연 그는 나아졌을까? 카르멘은 셰프의 삶을 대표하지만 영화, 음악, 미술 등 모든 분야의 창작자, 혹은 창업자를 대변하는 듯해. 카르멘을 보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 앞에서 과연 개인의 행복은 양립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됐어. 극 중 카르멘은 종종 좋아해서 이 일을 하나? 이 일을 해서 즐겁나?라는 질문을 던지곤 행복하기는 포기했다는 듯 자조적으로 말하거든. 좋아하는 일을 하되 잘 하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은 별개란 생각이 들어.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견디고 또 해내는 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역설 같기도 해. 카르멘은 너무 오랜만에 보통 사람들처럼 사랑을 하게 돼. ‘더 베어’ 준비에 한창인 때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 이를테면 메뉴 선정을 위한 레퍼런스 체크를 미루고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는 등 카르멘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말이야. 일에 온전히 100%의 집중력을 쏟지 않는 거야. 아니 사실 200%를 쏟아야 하는데 180%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어. [더 베어]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정도의 여유는 가져도 되는거 아닐까 생각하겠지. 하지만 카르멘은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현실들을 자각하며 다시금 자신의 트라우마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깨달아. 나는 최근 극도로 몰입할 수 있는 창작자들이 부러웠어. 글을 쓰거나 춤을 추거나 연기를 하거나 편집을 하거나 현실을 잠시 지우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어떤 한 순간에 완벽히 빠져드는 희열을 느끼고 싶었거든. 하지만 [더 베어]를 보니 어느 경지에서부터는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는 창작자의 숙명이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 다들 카르멘의 도움으로 다음 단계에 돌입하고 서로의 힘을 믿고 기대는 법을 배웠는데, 정작 카르멘만이 여전히 제자리야. 카르멘은 자신이 일했던 곳의 모토를 [더 베어]를 준비하면서도 되뇌어. 바로 ‘Every Second Count’라는 문구야. 주방의 동선을 7초에서 5초로 줄이기 위해 고민하는 카르멘에게 그 뜻은 매 초가 아깝다일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게되었어. 잠깐의 행복에도 불안해하는 카르멘은 자신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듯 해. 언제쯤 카르멘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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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어의 인장
아마 모든 에피소드가 시즌1과 동일한 방식의 연출이었다면 식상하고 피로할 수도 있었을거야. 그리고 개개인의 드라마만 나오는 것도 사람들이 [더 베어]에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열광했던,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제작진의 완급 조절에 감탄했어. 6화와 10화는 역시 [더 베어]야! 싶은 에피소드인데, 시즌2만에 그들의 인장을 명확하게 만들었다는 게 대단하지. 감정의 한계를 넘어 몇번이고 밀어붙이는 히스테릭한 연출은 카르멘과 그의 가족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망치는지 풀어내는 핵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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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시즌3는 아직 미정이라고 해. 하지만 이번 시즌의 마지막 화를 본다면, 아마 당연히 다음 시즌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 이제 그만 카르멘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가족들과 얽힌 감정이 풀어질 때 비로소 카르멘도 진정으로 ‘팀’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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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더 베어] 하면 사운드트랙이지. 시즌1때와 마찬가지로 크리에이터 크리스토퍼 스토러와 프로듀서 조쉬 시니어가 직접 선정했대.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신의 한수 였던듯 해. 대표 곡으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Love Story'를 선정했어. 시즌2를 보면 이유를 알게 될거야!
🎧유튜브 뮤직 / 애플뮤직 / 스포티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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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3
극 중 리치가 Original BEEF가 아닌 BERF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장면이 나와. 오타가 난 티셔츠를 입은거지. 너무 리치다워서 웃음이 났어. 찾아보니 공식 굿즈는 아니지만 같은 디자인으로 판매중이야. 관심 있으면 여기에서 구매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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