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4 🌊🏄‍♀️ Vol 22. 2024.09.06. ~ 2024.09.12.

우리의 이야기는 열매가 되어 🌱
#너희는_우리를_능욕할_수_없다
글쓰기, 말하기도 배움이 필요해 📝

우리의 이야기는 열매가 되어 🌱

플랫팀이 전해드렸던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 기획, 기억하시죠?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40여년 만에 증언한 용기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였는데요. 수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응원의 메시지를 피해자 자조 모임 '열매'에 직접 전달했습니다. 🌿 지난달 29일 광주시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에서 ‘미투의 출발’ 서지현과 열매 모임이 만난 자리에서입니다.

앞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말 성폭력 피해 중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피해자 중 12명이 서지현의 미투에 영향을 받아 증언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어요. ✨ 그 중 한명인 김선옥씨는 2018년 자신의 피해를 고백하며 이렇게 말했죠. "검사도 미투를 하는데, 나도 역사의 현장에 대해 말해도 될 것 같다. 이제 내 나이도 60이다." 서지현의 작은 날갯짓이 40여년간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못한 사람들을 깨운 셈입니다.

김씨에겐 미투 이후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에는 벅차올랐다고 합니다. 이날 처음 서지현을 만난 그는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검사님은 혼자 싸운 게 대단해요. 내 멘토가 오시는구나 생각했어요." 서지현은 열매 모임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44년 넘는 시간 가슴 속에 그 모든 걸 억누르고 산 선생님들에게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어요.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저의 영웅이고 가장 용감한 여성들이에요."

서지현은 열매 모임의 특별 자문도 맡기로 했는데요. 특히 최근 큰 논란이 된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를 보면서 '이 모든 게 다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부터 5·18 성폭력 피해, 교제폭력, 사이버 성범죄까지 성폭력이 시대에 따라 옷만 바꿔 입었을 뿐, 국가가 없거나 국가가 가해자거나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결과라고요.

그는 2022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지만, 법무부는 임기 도중 TF를 강제해산시켰습니다. 💢😤 플랫팀과 만난 서지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제추행이든 강간이든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아서 온 피해다. 일베가 단순히 장난일 수 없다고 그때부터 제대로 처벌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을 '재미'라고 생각하는 문화를 바꿔야 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계속 말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 괴물을 우리가 만든 거다."

그는 광주에서 열매 모임을 만난 뒤 이런 시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들이 나를 파묻을 때/ 그들은 몰랐지/ 내가 씨앗이라는 것을'. 그가 씨앗이 되어 열매 모임이 만날어지게 된 것처럼 말이죠. "미투 이후 시간이 흐른 지금은 고통을 다 알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그게 나인 것 같다"는 서지현의 말은 우리에게도 큰 위로가 됩니다. 😌

사진 정효진 기자

사진 권도현 기자

🔥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태의 파장이 이어지며 제작·유포뿐 아니라 시청·소지한 경우도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법제도의 공백을 메워가는 건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 있는 법으로도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면요? 🤨 플랫이 2020년 딥페이크 성착취물 처벌 강화법 시행 이후 대법원 판결을 전수분석해봤는데요, 집행유예 판결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징역형은 겨우 27.5%, 벌금형도 16%에 그쳤습니다.

🔥 이건 근본적으로 여성 폭력을 '일부 남성의 잘못', '순간의 일탈'로 보는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했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죠. 여가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예산안 내용을 보면 총 1조8163억원 중 디지털성범죄 관련 예산은 50억여원에 불과해요. 📉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예산은 2억원 가량 줄었죠. 정부가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 딥페이크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건 결국 어른들입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대로는 미래 세대의 상호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장기적인 성교육·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금부터라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은 '이건 놀이가 아닌 성폭력'이라며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고요. '우리의 몸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이 간단한 문장에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덧대어져야 하는 걸까요?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하고, 존재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을 간절히 바랍니다. 👊💥

사진 권도현 기자

🗞️ '초범이라' '반성문 내서', 그게 감형의 이유?

🚨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시리즈의 세번째는 교제 폭력 사건의 재판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친밀한 관계의 범죄 특성 중 하나는 애초 신고·고소 단계에서 포기하는 암수범죄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겨우 용기를 내서 사건이 재판까지 가더라도, 차별적 낙인을 찍거나 2차 가해적 질문을 하는 현실에 큰 답답함을 느끼죠. 🙁

🚨 지난해 경기 구리에선 2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감금한 뒤 수차례 폭행하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미는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어요. 이 남성은 구속기소된 후에도 범죄 대부분을 부인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증인 신문에 참석하기 위해 두번이나 법정에 가야 했어요. 1심 당시 피고인 측 변호인은 '누구와 어떻게 성관계 했느냐' 등 감금·폭행 범죄와 관계없는 내용을 반복해서 취조하듯 물었습니다. 피해자는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죠.

🚨 피해자가 의료·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운 한국여성의전화 이제 활동가는 플랫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재판 절차가 가해자 위주였고, 재판부가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게 큰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방식으로 이뤄진 증인 신문이 재판 과정에 꼭 필요했냐는 지적입니다. 🤔 더 상세한 이야기는 교제 폭력 아카이브 페이지💫에서 이어집니다.

글쓰기, 말하기도 배움이 필요해 📝

💬 찔듯이 덥던 여름이 가고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코를 스치는 가을이 왔어요. 🍃🍂 전 일년 중 이맘때 뭔가 허무함이 많이 들어요. '올해도 벌써 끝이 보이는 건가' 하는, 한참 이른 걱정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 오늘은 저처럼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강좌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경향신문 후마니타스 연구소에서 10월에 개강하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와 신지영 교수의 말하기 강의입니다. 🕊️

💬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 탓인지, 저는 허구의 상상을 꾸며낸 소설도 좋지만 우리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쓴 글도 참 좋아합니다. 남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부분을 찾아내고, 🔬 거기서 사회 전체의 문제를 읽는 눈을 키우고 싶거든요. 글쓰기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저는 '탁월한 인터뷰어이자 르포르타주 작가'라는 평가에 더 공감이 갑니다. 😳 장시간 노동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3 현장실습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으면서 "세상을 향한 따스하지만 단호한 시선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은유 작가는 "글쓰기는 삶의 경험에 대한 해석"이라고 해요. 이번에 열리는 총 2회의 강의에선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을 글로 풀어내는 법, 동시에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나눌 예정입니다. 🖊️📖

💬 신지영 교수는 우리가 몸을 관리하듯, 언어도 예민하게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언어감수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연구자입니다. 🗣️ 내가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때 혹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닐까, 또는 남들의 말이 나를 해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본 적 있으시죠? 이 2회차 강의에선 관계의 관점에서 말을 들여다보고, 행복한 삶을 위한 말하기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 첫 강의에선 '말의 거리, 사람의 거리, 관계의 거리'에 대한 얘기를 하고, 두번째는 사회적 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삶의 색깔은 더 다채로워지죠. 🤫 관심 있는 입주자분들은 꼭 한번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더 상세한 내용 확인과 강좌 신청은 👉여기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이아름 기자

📝 To. Flat 🎁

👤 딥페이크 범죄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보니 매일 참담한 마음인데요. 딥페이크에 관한 플랫레터 이야기를 읽으며, 어제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남겨봅니다. 저 역시 이번 딥페이크 상황을 보며 남성들의 성착취 놀이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제(29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들은 강의에서 '놀이'라고 명명하며 행위자를 보는 것 이상으로, 딥페이크방의 운영을 통해 분명히 수익을 창출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은 산업이라고요. 그 말을 들으며 딥페이크를 '놀이'로 여기는 행위자에 대한 처벌 외에, 그것을 '돈'으로 보고 구조를 재생산하는 누군가와 그것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에 모두 꾸준히 관심을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플랫팀도 분명 하고 계신 생각일 것 같아, 이런 관점도 같이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메시지를 남겨봅니다. 늘 응원합니다 플랫팀!

👤 교제폭력 기획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각각의 단편적인 사건으로 묻히는게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무겁지만 꼭 알아야하는주제 정갈하게 풀어 써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