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국제유가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물론 가치가 달라지는 게 당연하긴 한데, 주식 가격처럼 예민하게 시시각각 바뀌는 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이런 상품들의 가격은 금융 시장에 연동되어서 마치 주식이나 금융 상품처럼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사고팔며 결정해요.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건 모두 ‘선물 시장’의 존재 덕분이죠.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물건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미리 가격을 정해서 체결하는 거래를 말해요. 무슨 좋은 날에 주고받는 선물도 아니고, 이런 이름을 붙인 걸까 싶은 이 단어. 한자로는 먼저 선(先)에 물건 물(物). 그러니까 물건을 먼저 거래한다. 정도가 될 텐데요, 영어 표현을 보면 훨씬 더 명확해져요. 영어로는 ‘Futures’거든요. 결국 미래에 대한 거래라는 거죠

선물 거래의 원리


선물 거래의 개념을 설명할 땐 농촌에서 이뤄지는 ‘밭떼기’ 계약을 예로 많이 들어요. 실제로도 유사한 구조라고 볼 수 있죠. 보통 배추 같은 농작물들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수확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도매상과 밭 단위로 미리 거래를 해요. 계약금을 조금 주고 “제가 한 달 후에 포기당 3000원에 A농장 배추를 살게요"라고 약속하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한 달 후가 되면 배추의 가격은 4000원이 될 수도 있고, 2000원이 될 수도 있어요. 그해가 풍년인지 흉년인지, 수입 배추 가격이 어떤지, 사람들이 김장은 많이 하는지 등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겠죠. 배춧값이 4000원으로 오르면? 당연히 미리 계약한 도매상은 돈을 더 벌게 돼요. 반면 2000원으로 떨어졌다면 손해를 보죠. 여기서 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1000원이 바로 ‘선물 거래’의 수익 또는 손실이에요.

선물 거래를 하는 이유


왜 굳이 수확 전에 미리 사고파냐고요? 배추를 키우는 사람은 농사짓는 비용을 생각하면 최소한 받아야 하는 돈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배추가 포기당 2000원으로 떨어져 버리면 완전히 적자잖아요. 선물 거래를 하면 손해를 보지 않도록 3000원은 보장받는 ‘위험 회피’를 할 수 있는 거죠. 배추를 사는 사람은 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위험을 감수하지만 나중에 큰 이익을 볼 수도 있는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이고요. 선물 거래의 목적도 비슷해요. ‘위험 회피’나 ‘수익 추구’를 위해서 생겨난 거래 형태인 거예요.

배추 계약 원리가 금융 시장으로


이런 원리를 금융 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선물 시장이에요. 세계에는 보편적으로 가치 있거나 필요한 것들이 존재하잖아요. 이를테면 석유나 천연가스, 금이나 구리, 알루미늄 같은 금속, 밀과 쌀 같은 곡식… 이렇게 수요가 항상 충분한 상품들은 금융 시스템과 연결된 ‘선물 시장’에서 거래하게 된 거죠. 미래에 다가올 특정 시점에 어떤 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거나 팔아야 하는 '의무' 자체를 다시 '선물'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거예요.

 

이렇게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여들어요. 진짜 석유나 금속이 필요한 사람 외에 투자자들까지 주목하게 되니까요. 물건을 자기가 받을 생각은 없더라도 선물 거래를 했다가 물건을 받기 전에 팔거나, 물건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팔면 마치 ‘주식 거래’를 하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거예요.

 

결국 이런 선물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돈이 주요 상품 거래소(뉴욕, 런던, 도쿄 등)에 모여 있고, 각 상품들의 국제적인 시세도 아주 예민하게 반응해요. 돈을 벌기 위해 차익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있으니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졌죠. 구리가 전혀 필요 없는 사람도, 구리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마치 주식처럼 선물 거래소를 통해 언제든 사고팔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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