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이태원 특조위 위원들을 임명하면서 특조위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코트레터] 1년 10개월 만에 확인한 녹취록, "들리나요?"


저희는 이번 주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5월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됐음에도, 9월이 되도록 정부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음을 짚으며 기사 발행을 시작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특조위 위원들을 임명하면서 특조위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위 프로젝트에서는 참사와 대통령실 이전의 연관성, 참사 전반에 걸쳐 드러난 경찰과 용산구의 구조적 문제점 등 특조위 조사가 필요한 과제 10가지를 제시했어요.

 

오늘은 그중 하나인 재난안전통신망 미활용 문제를 취재한 경험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재난망은 정부가 만든 '재난용 통신망'입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부족 등으로 표류하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빠르게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통화 내용은 확인 불가"

 

저는 재난망의 존재를 이태원 참사 이후 알게 됐습니다.

 

2021년 개통한 재난망이 2022년 이태원에서 쓰이지 못한 이유가 뭘까. 1조 원 넘는 사업비는 어디로 갔을까. 기술적인 결함은 없을까.

 

당시 뉴스타파 펠로우 동료들과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재난망 통화 내용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망 통화가 총 3분 15초 있었다고 했습니다. 통화량이 너무 적은 건 자명했지만,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전화, 정보공개청구, 국회의원실 등을 통해 행안부에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행안부는 "통화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통화한 기관과 시간만 기록이 남고, 내용은 남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용이 남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스템이 그렇다고 하니 내용을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후 행안부는 오락가락했습니다¹. "녹음은 되는데 규정상 3개월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고 했다가 "이태원 참사 등 중요한 녹취는 별도 백업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용산, 들리나요?"

 

그렇게 포기했던 '통화 내용'을 보게 된 건 재판을 취재하면서였습니다.

 

통화 녹취록을 본 순간, 허탈했습니다.

 

아래는 사고 발생 네 시간 뒤인 30일 새벽 2시경의 통화 내용입니다.

 

서울경찰청이 서울시와 용산구를 부릅니다. 아무도 응답하지 않습니다. 재차 부릅니다. 응답이 없습니다. 3차 시도 끝에 용산구가 대답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서울시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습니다)

 

"용산재난상황실, 서울청이에요."

"네, 답을 해야지."

"용산재난상황실, 서울청이에요. 들리나요?"

"예, 들립니다."

"용산, 들리나요?"

"말씀하세요."

 

이들은 수신이 양호한지 확인하고, "특이사항 통신하겠다"며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사상자 이송 지원 등 참사 대응 이야기는 없죠.

 

행안부가 끝까지 통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일까요?

 

행안부는 2023년 오송 참사 이후에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녹취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 * *

 

행안부는 재난망을 책임지는 부처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 심판(2023년 7월 기각)에서도 근거로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난망 사용이 미흡했던 건 맞으나, 사용의 책임과 구축·운영의 책임이 구분된다" 했습니다. 일선 기관들이 사용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행안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의문이 남습니다.

 

행안부가 재난망을 구축·운영만 하고, 실제 사용에 대해서는 손을 뗐기 때문에 일선 기관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취재 과정에서 여럿 접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 담았습니다.

 

곧 이태원 참사 2주기입니다. 중요한 선고들이 잡혀 있습니다. 9월 30일은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10월 17일은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의 1심 선고일입니다.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레터는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 코트워치 뉴스

제목이나 썸네일을 클릭하시면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는 정부가 재난 대응을 위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재난통신망은 경찰, 소방, 지자체 등 재난 관련 기관이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무선 통신망입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당일 재난통신망은 무용지물에 가까웠습니다.

참사 피해의 회복을 위해 '피해자 간 연대'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전혀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먼저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왜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했을까요.

참사 이후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2차 가해에 노출됐습니다. '이태원에 간 게 잘못'이라는 비난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2차 가해 대응은 매우 수동적이었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은 '차별받지 아니하고 혐오로부터 보호받으며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피해자의 권리로 명시합니다.
코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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