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단단 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오늘 레터를 보냅니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요즘 마음속 고민이 많았거든요.

이런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으면서도 위축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무서웠어요. 콘텐츠를 만들수록 정제된 이야기만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요. 

그런데 제 마음을 숨기면서 좋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더라고요.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조금 더 솔직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바라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오늘 나눌 이야기

[나를 키우는 기록] 돈을 벌기 시작하자 무력감이 찾아왔다
[프리워커 주간보고] 내가 인스타에 공개 일기를 쓰는 이유
[단단의 소식] (4/3) 요즘사 - 나를 발견하는 기록 정리법, 모여라 팟캐스트 출연 소식
[댓글 게시판] 지난 레터에는 댓글이 없었어요 🥲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는데

나를 찾아온 건 무력감이었다


작년 가을부터 올해 3월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내가 꿈꾸던 ‘돈을 버는 구조’를 완성하는 시점이 3월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월, 2월, 3월 모두 목표 대비 두 배 넘는 돈을 벌었다. 매일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돈이 되는 일(강의, 템플릿 판매)을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주말에는 책을 읽고 쿠키를 구웠다.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었고 따뜻한 햇살이 집안으로 길게 들어왔다.


나는 행복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행복과 거리가 먼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힘이 빠지고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뤘다. ‘이제 됐다’는 안도감 대신 ‘이게 다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행복을 누려본 경험이 없었다. 행복해질 거라고 기대할 때 오히려 행복했다. 여행을 가기 전, 합격 통보를 받고 출근을 하기 전, 돈 버는 구조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나는 행복했다. 그러나 막상 손에 넣으면 행복은 금세 시들해졌다.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이 지겨운 반복을 끊고 싶었다. 이번에도 행복해질 수 없다면 나는 영영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베이킹도 하고 책도 읽고 원하는 일상을 드디어 손에 넣었는데 대체 왜!!!  

다음 책을 내지

못하면 어쩌지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가 움찔하고 손가락이 멈췄다. 정지우 작가님의 신간 소식이었다. 축하해야 하는 소식인데 가슴이 찌릿했다. 나는 언제쯤 다음 책을 낼 수 있을까.


미뤄두었던 진짜 꿈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꿈꾸던 일상은 ‘적당히 돈 벌면서 글 쓰는 삶’이 아니었다. ‘꾸준히 책을 쓰는 삶’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출판사와 독자가 기다려주는 매력적인 작가로서 꾸준히 책을 내는 삶이다. 독립 출판도 잠깐 생각했지만 편집자와 책을 만든 두 번의 경험이 너무 좋았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쓴 사람’이 아니라 ‘독자가 기다려주는 책을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글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쓰고 있다. 매주 뉴스레터 마감이 돌아오고 ‘회고 글쓰기 클럽’에서 멤버들의 글을 읽고 장문의 피드백을 쓴다. 글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강의를 기획한다. 누가 봐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책 쓰는 삶’이라서 여기서 만족이 되지 않는 거다.

※ 너무 부러웠던 정지우 작가님의 신간 소식.
바로 도서관에 달려가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오지


본질에 집중하는 바운더리를 치자고 마음먹고, 하던 일들을 가지치기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당장 돈이 안 되는 일은 올해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중 하나가 ‘책 내기’였다. 지금은 돈 버는 구조를 먼저 만들 때라고,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면 그때 다시 출판사에 투고하면 된다고 나를 달랬다. 그런데 생존 전략이라고 믿었던 그 선택이 오히려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책은 내게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은 내 정체성의 뿌리였다. 아무리 멀리 뛰어나가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하는 구심점이었다. 기록 정리 클럽, 회고 글쓰기 클럽, 노션 템플릿, 뉴스레터 모두 책을 쓰기 위해 내 일상을 정돈하고 글로 쌓는 과정에서 나온 중간 결과물이었다.


중간 결과물이 잘 굴러가는 걸 확인하자마자 눌러두었던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그래서 뭐? 이제 회사원만큼 돈 벌게 되어서 뭐? 너 아직 새 책 계약도 못했잖아.” 하… 이 말은 정말 듣고 싶지 않았는데.


교육 사업으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하는 건 1단계였다. 1단계 허들을 넘자마자 2단계, 3단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월 3~5백을 벌며 글 쓰는 삶은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을 뿐이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더 적극적으로 글 주변을 맴돈다


1단계를 넘어 2단계로 진입했으니 이제 뭘 해야 할까. 기다리는 일이다. 집착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둘러서 될 일이었으면 진작에 됐을 거다. 당장 다음 책을 계약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적극적으로 책과 글의 주변을 맴도는 거다.


이번 달 회고 글쓰기 클럽을 하면서 멤버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글 쓰고, 정리하고, 콘텐츠로 다듬는 과정 자체가 내게 영감과 에너지를 준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작가 제갈명’의 내공을 키우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번역 업계에서 관행대로 일할 생각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번역을 하고 싶다. 다른 언어를 책으로 만드는 번역이라는 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AI가 번역을 다 해주더라도, 언젠가 제갈명이 번역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꾸준히 공부한다.


내일 당장 출간 계약서를 쓸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하긴 이르다. 빨리 이 다음 문이 열리면 좋겠지만 지금 내게 열린 문은 노션 기록 정리 클럽과 회고 글쓰기 클럽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음 문을 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때까지 착실하게 시간을 쌓으면 꾸준히 책을 내는 작가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궤도를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중심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무력감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자


쓸까 말까 고민하던 이 글을 쓰면서 내 무력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게 되었다. 돈과 꿈 사이 균형을 잡느라 미뤄두었던 꿈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성급하게 다시 꿈만 좇았다간 돈을 잃고 흔들릴 거다. 일단 돈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또다시 사로잡힐 것이다.


균형감을 길러야 한다. 나는 꿈만으로도 돈만으로도 살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지켜야 할 바운더리를 조정할 때가 왔다. ‘꿈과 돈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과 행동만 하자.


지금 나는 좋아하는 일로만 돈을 벌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그걸 충분히 인정해 주자. 먼 미래만 바라보며 내 손에 쥔 소중한 행복을 무시하지 말자. 그러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지금을 누리고 싶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작가 제갈명의 발판이 되어줄 거라고 다시 한번 믿어 주고 싶다.

3/18 ~ 3/24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3/19] 회고 글쓰기 클럽 3회차

[3/20] 회고 글쓰기 클럽 과제 피드백

[3/21] 제천문화재단 - 시계부 강의

[3/23] 회고 글쓰기 클럽 과제 피드백




🌊 내가 인스타에 공개 일기를 쓰는 이유


인스타그램에 솔직한 내 이야기를 올리다 보니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꼭 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까요?”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내 기록을 남이 봐줘야 의미가 있는 걸까요?”


보시는 분들의 예상과 달리 나는 이 일기를 남이 본다고 생각하며 쓰지 않는다. 미래의 내가 본다고 생각하며 쓴다. 내 콘텐츠의 타깃 독자는 미래의 나다. 과거를 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 내가 남겨두는 힌트다.


그래서 나는 기록을 정돈해서 콘텐츠로 만든다. 대충 급하게 써 놓은 메모는 며칠만 지나도 기억이 희미해져서 나조차 뭐라고 쓴 건지 알아볼 수 없다.


오늘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남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돈해야 미래의 나도 이해하고 도움 받을 수 있다.


공개 일기를 쓰는 이유가 또 있다. 아무리 나를 위한 일기라도 해도 혼자 하면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주간보고와 한달 회고를 콘텐츠로 올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니 보는 사람이 생겼다. 어떤 날은 너무 귀찮고, 어떤 날은 할 이야기가 없다. 그래도 기다리는 독자가 있으니까 뭐라도 써서 올린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항상 억압일까? 세계적인 셰프도 퇴근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 타인의 반응 없이 매일 내 삶을 정돈하며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누군가 관심 갖고 지켜봐 줄 때 우리는 한 번 더 힘을 내게 된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날카로운 감시로 보지 않고 애정 어린 관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내 글을 읽어줄 나의 독자를 떠올리며,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나를 위해 나는 더 쉽게 더 꾸준히 내 이야기를 쓴다.




🌊 사랑에 효율을 따지는 사람은 없으니까


회고 글쓰기 클럽은 매주 2천자가 넘는 글쓰기 과제가 있다. 멤버 절반 정도만 과제를 제출해도 성공이라고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모두 과제를 제출했다. 글 쓰려고 모인 사람들은 열정이 남다르구나.


과제를 읽고 피드백을 남기는 데 1~2시간이 걸린다. 평균 1.5시간으로 잡고 12명이니까 일주일에 과제 피드백으로 18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처음에는 수업 구조를 잘못 설계했다고 생각했다. 매주 20시간씩 피드백이 말이 되?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강의도 해야 하고, 아니 그걸 떠나서 회고 글쓰기 클럽 말고도 할 게 많다고! 뉴스레터도 써야지, 유튜브도 해야지, 다른 외부 강의도 있고… 월 3백 버는 구조 만들려다가 번아웃으로 나가 떨어지는 거 아냐?


겁을 잔뜩 먹고 과제 피드백을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피드백에 빠져들었다. 이게 일인지 놀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신나게 몰입하고 있었다.


회고 글쓰기는 장르 특성상 글에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낼 수밖에 없다. 피드백은 멤버 한 명 한 명이 글에 실어 보낸 그들의 인생을 읽고 나 역시 글로 답장을 보내는 일이다. 내가 푹 빠져 즐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4년 넘게 밑미라는 플랫폼에서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글로 대화하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대상에 효율을 따지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장문의 피드백을 남기며 나 역시 효율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올해는 노션 기록 정리 클럽도 회고 글쓰기 클럽도 인원을 점점 줄이는 실험을 해볼 거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만 더 깊고 찐하게 글로 소통하는 이 밀도감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이해해주실 거다.




🌊 그래,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지난주 수요일은 요가 원장님 생일이었다. 쉬는 시간에 다 같이 케이크와 떡을 나눠 먹으며 축하했다. 원장님은 이제 “생일 축하해요”보다 “생신 축하드려요”라고 인사를 받는 나이가 되었다며 아쉬워하셨지만 평소보다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누운 휴식 자세(사바아사나)로 수업을 마무리하려는데 원장님이 갑자기 기타를 들고 오더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린 뒤 요가 매트에 누워 달콤한 휴식을 맛보며 듣는 기타 연주는 케이크만큼 꿀맛이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요. 제목이 Miracle Mountain이에요. 제목도 좋죠? 저는 지금 이 분위기도 너무 좋네요. 같이 땀 흘리고 호흡할 수 있어서 오늘도 좋았어요.”


이 말을 하는 원장님의 표정이야말로 정말 좋아 보였다. 평온한 행복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래,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오늘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면서 더 많은 돈도 성공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오늘의 행복에 푹 빠져 살고 싶다. 나도 저 표정을 지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아등바등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마음을 기르고 싶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주간보고를 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서.





노션 어렵다는 분들을 위해
쉽고 간단한 템플릿 만들었어요.

단/계/자/아 기록 정리법을 적용한
단단이 실제로 매일 쓰는 노션을
통째로 옮겨왔습니다.

제가 수집한 레퍼런스는 덤 🎁
요즘사 Finders Class
나를 발견하는 기록 정리법

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
기록 정리 워크숍이 요즘사와 만났어요!

봄 맞이 기록 정리 하실 분
지금 바로 신청해주세요.

일정: 4월 3일 금요일 20:30
장소: 온라인 zoom 클래스
모험하는 여자들의 라디오
<모여라> 팟캐스트에 출연했어요

3년간 100명의 모험가를 만나는 프로젝트
<모여라>에서 신나게 수다 떨고 왔어요.

나도 내 일을 알리고 싶은데...
고민만 하고 있다면

인풋 수집 기록만 하고
정리는 못하고 있다면

이번 팟캐스트를 꼭 들어주세요. 🙌

※ <모여라> 팟캐스트는 스포티파이, 팟빵, 애플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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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레터에는 아쉽게도 댓글이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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