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터뷰 Vol.39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대치동』 / 조장훈 지음 → 대명사가 된 지명 서울의 명동, 서울의 강남. 틀리지 않지만 어색합니다. 부산의 명동, 대구의 강남이 상대적으로 더 자연스럽습니다. 서울에 명동이 있는 게 자명하니 '~의'를 붙일 이유가 없지요. 대치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대치동보다 대전의 대치동, 울산의 대치동이 자연스럽습니다. 대치동이 무엇의 대명사인지 구태여 밝히진 않겠습니다. (신기하죠. 네이버에 '대치동'을 검색하면 맛집이 먼저 안 나옵니다.) 대치동은 왜 이렇게 됐을까요.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곧 나올 『대치동』을 읽으며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내 부모는 왜 그렇게 살았고,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나. 자문하며 과거를 복기하기도 했고요. 평생 교육의 시대일지라도 입시란 대체로 청소년의 일이지요. 독자님은 대치동과 얼마나 가까웠나요. 가까워지려 노력했나요. 그래서 지금은 대치동과 가까운가요. 현재에 만족하시나요. 이 질문에 독자님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읽어봐도 좋겠습니다. 조장훈 작가님을 만나봤습니다. 😃 interview with 조장훈 1990년대 후반 논술 강사로 사교육계에 발을 들인 후 2020년까지 대치동에서 학원장으로 근무하며 논술·구술 강의와 입시 컨설팅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났습니다. ▶『대치동』은 어떤 책인가요? - 대치동 학원가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 욕망의 풍경을 담은 책. 이 책은 대입 안내서나 입시 전략 수립을 위한 실용서는 아닙니다. 학원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으면서 20년간 대치동에서 대학 입시의 현장들을 보고 제가 듣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겨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입시 전문가로 살아온 제가 대치동 학원가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 욕망의 풍경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대치동은 어떤 곳인가요? -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속적이고 내밀한 욕망들을 만화경처럼 보여 주는 곳. 대학 입시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대치동에서 오랜 시간 강의를 해왔고 입시의 시간을 지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계속 만나왔어요. 그런데 사람이 뭔가를 하다 그만두면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 시간 현지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탐구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대치동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속적이고 내밀한 욕망들을 만화경처럼 보여 주는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대치동은 어쩌다 사교육 1번지가 된 건가요? - '대치동에 가면 모든 게 해결이 된다.' 대학 입시는 1994년에 수능 시험을 도입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바뀌어
왔거든요. 정말 매해 조금씩 달라지고 정권이 바뀌면 한 번에 확 크게 변하기도 하는 과정을 겪다
보니까 사실 모두가 불안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입시가 바뀌면 전형 요소들이 바뀌고 평가 요소들이 바뀌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새로운 전형에 대비하는 방법을 모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데 대치동에는
90년대 초반부터 여러 가지 조건들이 갖춰지면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소규모의 학원들이 밀집되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새로 생긴 전형, 새로 생긴 입시에 대한 대비법들을 이미 프로그램으로 가지고 있던 학원들이
있었던 거예요. 대치동에 오면 다른 곳에서는
대비할 방법을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전형들, 예를 들어 재외 국민 특별 전형이라거나, 처음 생긴 전형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입시 요강들을 분석하고, 역대
기출, 유사 시험의 유형들을 확인해서 여기에 대한 대비법들을 프로그램으로 가지고 있는 학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대치동에 가면 모든 게 해결이 된다’ 하는 이미지들이 생겼고, 대치동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거죠. 대치동이 일종의 사교육 역량의 정점을 보여 주게 된 것이고, 학원이라는
무림의 중원 같은 곳으로 인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사교육 1번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입시철마다 사람들이 몰리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러니까, 대치동에 어떤 조건이 갖춰졌던 건가요? - 거주 지역에서만 고등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거예요. 대치동이 사교육 특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나라 서울의
국토 개발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강남이 처음 개발이 되고 대치동에 아파트들이 분양되는 시점에서 국가적으로 부동산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교육이라는 것을 사람들의 주거 이전 수단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1970년대 남서울종합개발계획을 통해서 영동지구개발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때 사람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를 하려면
이주할 만한 유인이 있어야 하잖아요. 당시 도심에 있던 명문 고등학교들을 공립, 사립할 것 없이 반강제적으로 대치동으로 이전을 시키거든요. 그리고
80년대 초에는 완전 학군제라는 것을 실시하게 되는데, 거주
지역에서만 고등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거예요. 사실 그 이전에는 서울 같은 경우에는 도심 지역에 있는
학교들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지원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학군에서만 고등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게 되니까 사람들은 좋은 학교를 가려면 도심으로 가거나 명문 고등학교들이 강제 이주당한 강남으로 가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
상황이었죠. 근데 도심은 이미 과밀 상태였고,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강남으로 가게 된 겁니다. (관련 기사) ▶ 이야기가 부동산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데요. - 대치동에서 교육에 관한 열망과 부동산을 향한 열망의 주체가 사실상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식 좋은 학교 보내겠다고 맹모삼천지교를 마다하지 않은 이
학부모들이 그로부터 30년 후에 집값이 100배에서 190배까지 폭등하는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녀 세대가 좀 더 잘
살길 바랐던 부모들이 자신들 세대에서 계급적인 성공을 실현해 버린 거죠. 그래서 대치동으로 몰려드는
이 교육열의 정체는 수만 명이 경험했던 대치동의 부동산 신화를 추종하는 사람들, 그것에 감화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맞고요. 대치동에서 교육에 관한 열망과 부동산을 향한 열망의 주체가 사실상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2000년대 초반 이후에 서울과 전국에서 일어난 전세 대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집값 상승 러시의 출발점이 사실상 대치동이었던 거죠. 대치동 사람들에게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학벌을 향한 교육열, 부동산에 대한 집착, 이것이
어쩌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세속적인 욕망의 본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경제적인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키거나 계급적인 상승을 꿈꾸는 욕망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욕망에 가까운 것이죠. 저는
이 두 가지 욕망을 함께 책에서 다루고자 했고 이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요? - 교육과 관련된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들을 긍정하면서 그 정당한 실현 방법들을 함께 논의해 보자. 저를 포함해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내로남불, 이중성, 위선적인 태도, 이런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정치적인 것뿐만 아니라 교육과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인데요.
부동산 투기하는 놈들은 나쁜 놈들인데 내 집값은 올랐으면 좋겠고, 아파트 청약의 기회가
있으면 나는 어떻게든 해보고 싶고, 나는 30억짜리 집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사 다니고 있으니까 서민이고. 그러니까 교육도 마찬가지죠. 누구나 다 사교육을 원해요. 형편만 되면 다 시키고 싶어 해요. 그런데 사회 정책을 만들거나 고안할 때는 사교육은 사회악이에요. 모두가
바라는데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학벌주의도 마찬가지죠.
학벌주의는 나쁜 거죠. 그런데 우리 아이는 좋은 학벌을 가졌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는 학벌주의의 혜택을 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건 인간의
본성 같은 것일 수 있죠. 물론 제 생각이
제가 선 한정된 자리에서 바라본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일 거고 많은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이 짧은 생각이 사람들과 함께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대치동』을 통해서 교육과 관련된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들을 긍정하면서 그 정당한 실현 방법들을 함께 논의해 보자고
독자 여러분께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FULL 인터뷰는 영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이 더 좋겠지만, 나름의 인사이트를 가득 품고 있습니다. 곧 공개합니다~ ※ 책은 11월 22일 월요일에 나옵니다! ※ 북뉴스 설문 피드백 북뉴스 지난 호 말미에 기재한 설문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들어왔습니다. 북뉴스를 어떻게 보았는지 물었는데요. (😁:독자 📗:담당자) 😁 "너무너무 좋았어요. 위드코로나와 함께 온 가을. 말랑말랑글과 색 관련한 책이야기. 덕분에 풍요로왔습니다." 📗 위드코로나, 위드독자, 풍요풍요~😁 "모든 내용이 시기적절했다." 📗 답변은 시의적절했습니다 : ) 😁 "이금이 작가 책도 반갑고 빨강이 노랑이 , 가을과 어울리는 따뜻한 책 큐레이션 넘 좋네요!!" 📗 이금이 작가님의 책. 사계절출판사의 것이 좋아요~ 😁 "가을이라는 계절에 단풍을 은유한 『빨강이들』과 은행잎을 은유한 『노랑이들』이라는 그림책을 소개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다만 두 권이 왜 여행과 관련이 있는지 설명에 안 나와있어서 의아했습니다! 클릭하고 책 소개를 읽고 나서 '소풍'이었구나! 했답니다.
그와 별개로 사계절 너무 좋아요
그런데...
신규 채용은 언제 하시나요?" 📗 ㅎㅅㅎ. 환영합니다만 아쉽게도 일정이 없네요! 외에도 장문의 격려도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저 혼자만 소중히 간직하는 것으로...... 너무 많은 자랑을 한 것 같아 멋쩍네요. 홍보물이라는 게 대체로 (혼잣말 같은) 간증 or 자랑인 탓에 북뉴스에 피드백을 남겨 주신 것만으로 큰 감동이라 모처럼 끝을 길게 가져봤습니다. 좌우간, 이번에는 『대치동』 관련 설문입니다. 인터뷰를 읽던 중 궁금한 게 생기셨나요? 아래 설문에 답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총 10분에게 E북 티켓을 발송해 드립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TIP: 사계절북뉴스 피드백도 남겨주시면 확률이 높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