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레터가 시즌3로 돌아왔습니다. 약속한 것보다 늦게 돌아와서 죄송해요. 쉬는 동안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고 또 뉴스레터 쓰고 보내고 피드백 받는 시간이 그립기도 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늘 비슷해서 눈여겨보지 않던" 사물과 공간을 그린 작업들이 주를 이룹니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에, 작가는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또 매일 마주하는 사물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일상의 사물과 공간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아침 식사가 올려져 있는 식탁, 커피 포트, 머그잔, 꽃, 화분, 책상 같은 것들이 전시의 주인공이 됩니다. 음식을 담은 접시와 컵, 포크가 아무 규칙도 없이 흐트러져 있는 아침 식탁, 책과 공책, 필기구와 잡동사니가 널부러져 있는 책상은 의도하지 않은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매일 아침〉 시리즈로 여러 종류의 컵을 그립니다. 음료가 담겨 있는 크고 작은 컵, 그리고 작은 모카포트, 머그잔 위에 얹어져 있는 핸드드리퍼를 보는 게 왜 이렇게 좋은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집에서 시간을 두고 커피를 내리고 좋아하는 컵을 골라서 담아 마시는 일은 아주 작지만, 생활의 안정감과 여유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시간에 쫓겨서 바쁘게 움직일 때는 그 짧은 시간도 없어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잊어버리거나, 커피를 마실 틈도 없이 바쁘게 집을 나서게 돼죠. 약간의 시간을 두고 커피를 내리거나 찬장을 둘러보면서 어떤 차를 마실지 고르는, 그런 사소한 루틴이 삶에 안정감과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김민수의 그림의 색채와 분위기가 그러한 시간이 주는 안정감과 행복을 똑 닮아서 더욱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은 많고 바쁘지만, 미래는 불안하고 걱정은 늘어가는 시기에 작고 따뜻한 위로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전시였습니다. 

총총이 궁금한 사람 #1

안녕하세요, 윤화입니다. 우선, 제 작업이 정리되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가 됐다는 게 반가웠어요. 지금까지 퍼포먼스나 비디오처럼 만질 수 없는 작업만 해왔으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구나 싶어서 새삼 감사했어요. 작업도 혼자 하고, 일도 혼자 하고, 그냥 뭐든지 혼자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대화도 해나가면서 협업해나가는 과정이 제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사람을 어떻게 섭외하는지, 내 의견은 어떻게 전달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도 그들에게 좋은 협업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시골에 혼자 내려가서 살고 계신 상황이었어요. 엄마와 저는 오래 전부터 각자의 삶을 살고 있어서 서로의 상황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은 아니지만, 시골에 혼자 내려갔으니 시골의 텃세도 있을거고 이래저래 어려운 게 많겠다 싶었죠. 작업을 하면서 엄마가 계신 곳으로 종종 내려가 엄마와 어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엄마를 보러 가지 않으니 동네 사람들 사이에 ‘저 사람, 서울에서 대학원 다니는 딸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물론 엄마라는 단어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전시라서 진짜 내 엄마를 작업에 등장시키는게 맞나 하는 고민을 하긴 했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엄마라는 단어를 이야기 하면서, 진짜 내 엄마의 삶은 무시한다는 게 좀 이상하다는 거였어요. 

엄마에게 이 작업에 대해 제안했을 때, 가장 처음 묻는 게 이거였어요. “페이는 있어?” 재밌는 건, 저도 마침 엄마에 대한 페이를 책정해둔 상태였다는 거예요. 저도 엄마도 같은 생각을 했던거죠. 

엄마를 등장시키는 대신, 엄마가 화면에 매우 작게 나오도록 촬영했어요. 엄마의 캐릭터가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엄마와 작업을 하긴 했지만, 다시 처음의 목적으로 돌아가 엄마를 최대한 지우려고 한거죠. 춤을 알려주는 장면과 춤을 배운 사람이 혼자서도 출 수 있게 되는 장면만 보여주려고 했어요.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하는 장면은 하나도 넣지 않겠다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어요. 그냥 춤을 배우는 어떤 여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화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아요. 대신 통기타와 오보에로 만든 음악만 뒤에 흐르고요.  

우선 이수명 시인이요. 작업하다가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자주 읽어요. 특히 이수명 시인의 시론은, 창작자가 잊지 말아야 할 태도에 대해 많이 알려줘요. 미대를 다니면서 작업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훈련을 해왔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이미지나 다른 감각을 빌려오고 있다는 걸 상기 시켜주거든요. 좋은 시나 좋은 시론을 읽으면 감각의 힘, 직관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올해는 김소연 시인의 「i에게」라는 시를 매우 많이 읽었어요. 정서적으로 어떤 정수에 오른 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형식의 시도 좋지만 -사실 엄청나게 새로운 형식이라는 게 있나 싶지만- 요즘은 계속계속 보게되고 찾게 만드는 힘을 가진 글과 작업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1. 유쾌함을 잃지 않을 것

2. 작업을 시작할 때, 결과물이 예측가능하지 않을 것

3. 타인을 착취하지 않을 것

최초로 했던 알바는 골프장에서 지렁이 잡는 거였어요. 그 후로 아파트에 전단지 붙이기, 등산객이 많이 들리는 강된장집, 한남동에 있는 바, 학교 앞에 있던 펍, 남산의 편집샵, 홍대의 라이브 클럽, 곰팡이 제거 용역, 과일 가게, 미술 학원, 논술학원, 콜센터 아웃바운드, 도서관 등에서 일했고요. 

작업과 다른 일을 병행하는 건 스무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해와서, 어떤지 생각해보는 게 조금 새삼스럽네요. 일은 열아홉 살 때부터 했고요. 힘들긴 힘들었어요. 한 달이라도 일을 안하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가끔 일 안하고 작업만 하고 싶다, 생각하긴 했지만 오래 생각하진 않았어요. 의미 없으니까요. 좋은 점이라 함은, 이 세상이 다양한 노동으로 촘촘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걸 일찍부터 이해했다는 것과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독립적이라는 거예요. 내 삶을 내가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있는 거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대부분이 스스로 벌어서 취한 거니까요. 

정서영 작가를 좋아해요. 정서영 작가의 조각을 보고 있으면 섬세한 사유와 감각을 느낄 수 있어요. 작업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런 것들이 한번에 관객에게 다가오고요. 대단한 거 같아요. 

그리고 김시원 작가. 김시원 작가의 전시를 보면 작업들이 그 전시의 주제와 잘 묶여있어요. 작업들도 무척 좋지만, 전시를 잘 설계하고 만드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가 돼요. 그리고 작업이 단순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레이어가 엄청나요. 복잡해 보이는데 알고보면 단순한 작업들과는 반대죠. 그런 점이 매력적이에요.

마지막으로 정이지 작가의 그림을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정이지 작가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건 일종의 수행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붓이 캔버스를 만지는 것과 사람이 사람을 만지는 행위가 연결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 앞에 한동안 서있고 싶게 만들어요. 

자신의 연구 주제나 미감을 가지고 꾸준히 뭔가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거 같아요.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하고 있긴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회화와 조각을 더 좋아하는 거 같고요. 스테이트먼트나 서문을 읽지 않아도 바로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거 같거든요. 저도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아름답거나 특이하게 생긴 조명을 좋아해요. 한동안 동묘나 해외 중고 사이트에서 조명을 사모으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레코드판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엄청 좋아했는데 mp3로 들어와서 그런지 음악은 비물질이라는 생각만 했거든요. 그런데 턴테이블과 레코드판은 상당히 커다란데다가 턴테이블의 바늘이 레코드판을 긁어야 소리가 나죠. 그걸 보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음악은 늘 듣고 나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었는데, 그걸 만지고 컨트롤 할 수 있으니 안심이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 선물받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선물받은 거 올리는 트위터 계정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