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를 앉혀놓고
고통과 견딜 수 없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했다. p.168
유안은 사고로 다리를 잃은 무용수입니다. 사라진 다리를 대신할 의족을 끼운 채 다시 무대에 올랐죠. 모두가 유안을 보고 기대합니다. 그런 아픔을 겪었지만 잘 이겨냈을 거야,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요. 우리는 왜 타인의 역경과 그걸 이겨낸 모습을 보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이따금 아이러니를 느끼긴 했지만 유안의 심경을 읽고 나니 더욱 분명해집니다.
'나는 나의 고통을 팔아서 생존했고 때로 그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Replay
<므레모사>의 내용은 비단 유안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닙니다. 심오한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죠. 우리는 자연재해를 비롯한 재난을 맞닥뜨릴까 두려워합니다. 그러면서도 재난 영화를 볼거리로 소비해요. 지난여름 폭우로 인한 수해만 봐도 그렇습니다.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기고, 불어난 하천 물에 사람이 떠내려가는 상황을 공포스러워하면서도 '더 생생한 모습'을 찾았죠. 왜일까요? 아찔한 순간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생존의 사실에 안도하기 때문일까요?
회복은 노출의 한 형식이다.
The recovery is a form of exposure.
- Sara Ahmed
치유는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님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처를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건 괴로운 일이잖아요. 내 상처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그 상처를 보는 타인의 반응까지도 수용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수긍하게 되더라고요. 상처라는 게 덮어두기만 하면 그 안에서 곪고 썩어문드러져 가는데, 공기를 잘 쐬어주고 경과를 지켜보면 또 금세 낫죠. 유안의 상처도 그래요. 혼자서 비참함이라는 방 안에 처박혀 있지 않고, 그녀의 상처를 내보이고 직시하면서 성장할 수 있던 거예요.
by.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