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랑싸움'이 아닙니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20대 남성이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를 살해했어요. 미리 준비한 흉기로 목을 여러 차례 찌른 계획범죄였다고 해요. 8년 전 공용화장실을 나오던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던 그 사건 현장에서 매우 가까운 장소였어요. 이 사건이 관심을 한층 더 끌었던 이유는 가해 남성이 수능 만점자 출신의 명문대 의대생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이미 신상과 학교생활 등이 다 털리고 심지어 피해 여성의 사진까지 나돌았어요.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의대생 살인'이 아니라 데이트폭력 '교제살인'이에요. 

여성 대상 교제살인이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3월 범인 김레아는 이별하자는 여성을 살해하고 여자친구의 어머니까지 크게 다치게 했어요. 지난해 7월에는 강원도 영월에서 20대 여성이 동거하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졌어요. 같은 달 한 남성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에 앙심을 품고 옛 연인을 살해했어요. 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모아봤더니 지난해 친한 관계인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138명이었어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여성은 311명이었어요. 어림잡아도 하루 한명 이상꼴의 여성이 교제하던 남성으로부터 살해됐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었어요. 

데이트폭력을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법이 없어요. 어떤 형태의 범죄이고 어떤 예방조치를 해야 하는지 등이 깜깜이인 법의 사각시대라는 거죠. 21대 국회에서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법이 여러건 발의됐지만 모두 무산됐어요.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데이트폭력 신고자는 7만명이 넘었어요. 1만3천명이 검거됐고요. 이 중 구속된 사람은 210여명, 2%도 채 되지 않았어요. 

일단 경찰 조사 단계에서 사귀던 사람들 간의 다툼으로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크게 다치지  않으면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고 있어요. 사법부에서도 데이트폭력을 일종의 남녀간의 '사랑싸움'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있어요. 구속까지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하는 판단에 구속 비율도 매우 낮은 것이죠. 

데이트폭력은 피해자가 마음 놓고 있다가 갑자기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토킹 범죄처럼 범인을 피하거나 대비할 겨를도 없는 것이죠. 이번 살인사건에서도 피해 여성은 헤어질 남성이 안타까운 선택을 할까 봐 만났다가 오히려 화를 입었어요. 데이트폭력을 규정하고 처벌을 더 엄히 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요. 사전에 상담제도도 만들고 접근금지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거죠. 우리 사회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대한 예의나, 헤어질 때 상대와 어떻게 소통하고 감정을 처리해야 하는지 매우 미숙하다고 해요. 이에 대한 교육도 절실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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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두번째 기자회견을 1년 9개월 만에 했어요. 약 20분간 대국민메시지를 읽은 뒤, 150명의 기자 앞에서 70여분간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어요. 가장 관심이 많았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며 사과했어요. 김 여사 의혹에 사과한 것은 처음이에요. 김 여사와 관련된 특검에 대해서는 "정치공세"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어요. 명품백 사건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 했고요.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어요.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듣고 격노했냐?"는 질문에는 사건이 난 것에 대해 국방장관을 질책했다는 말로 돌려 대답하면서 '격노설'을 부인했어요. 

 이 밖에도 : "의대 증원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의료계를 설득하겠다고 했어요.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뜻이죠. 불발된 연금개혁도 임기 내 완수하겠다고 했어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새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야당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이에요. 대국민메시지에서는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장 중점을 둘 분야를 '물가 대응'이라고 했어요.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책임은 내가 진다)'가 쓰인 명패가 눈길을 끌었어요. 

 엇갈린 평가 : 김 여사와 채상병 특검법을 반대한다는 대통령 말에 민주당은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고집불통이다"며 맹비난했어요.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며 높이 평가했어요. 언론들은 "질문은 짧고 대답은 길었다",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도 했지만, 불통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고민 흔적도 보인다고 했어요. 국회와의 협력, 소통, 협업이라는 단어도 여러번 말했어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배정하면 대학들은 학칙을 개정해야 해요. 그런데 부산대 교무회의에서 이를 부결했어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어요. 제주대 역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켰고, 의대 교수들이 삭발까지 했던 강원대에서는 학칙 개정 심의를 뒤로 미루겠다고 했어요. 다른 의대들도 뒤따를 수 있어요. 의대 증원이 예고된 32개 대학 가운데 12곳은 학칙 개정을 마무리했어요. 그런데 의대 증원 규모가 큰 국립대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정부도 강수로 맞섰어요. 학칙 개정을 하지 않으면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마저 따르지 않으면 신입생 모집을 정지시키겠다고 했어요. 법원이 의대 증원의 적절성을 따져보겠다고 한 데 이어, 정부 정책에 비교적 잘 따르던 국립대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정부가 당황한 모습이에요.

 외국 의사도 : 장기화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도 우리나라에서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게 한다고 했어요. 예비시험과 국가고시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거죠. 의료 경보 '심각' 단계 동안, 주로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지도 아래 진료하는 방식이에요. 전공의를 대체하는 역할이에요. 개원은 안 된다고 했어요. 의사단체는 "후진국 의사까지 수입하냐"며 반발했어요.

1세대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활약하던 그를 우리 경찰이 필리핀 경찰과 공조 수사 끝에 2021년 붙잡았어요.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던 박씨가 갑자기 현지 경찰에 고발됐어요. 인신매매로 성매매했다는 혐의였어요. 한국에 끌려오면 중형을 피하기 힘든 박씨가 없는 죄를 만들어 송환을 지연시킨 것으로 보여요. 박씨는 올 초 다른 교도소로 옮겼어요. 그리고 5월초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가 교도소로 이송되는 도중 도주했어요. 루손섬에 있는 교도소로 옮겨질 때부터 탈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현지에서 이미 나돌았어요. 루손섬은 이웃나라 인도네시아로 밀항하기 쉬운 곳이에요. 마치 치밀하게 짜인 각본같아요. 

 김미영 팀장 : 박씨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이었어요. 2008년 뇌물 받은 것이 들통나 해임됐어요. 2011년 자신이 관리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을 이끌고 '김미영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대출해 준다며 무작위로 문자를 돌려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냈어요. 2011년부터 10년간 그가 사기를 친 금액은 수백억대, 밝혀진 것만 80억원이나 돼요.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했어요. 그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치밀한 대본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그럴듯하게 속였어요.

윤석열 정부가 개혁 과제 중 하나라며 추진해 온 연금개혁이 다시 좌초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결국 결렬됐어요. 시민대표단을 뽑아 만들어진 초안은 '더 내고 더 받자'라는 안이었어요. 여야는 더 내는 것에는 의견이 같았지만,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라는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국민의힘 43%, 민주당 45%로 갈렸어요. 서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난했지만, 여야 모두 이번 국회에서의 연금개혁에는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여요.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언제 다시 합의를 볼 지 기약이 없어요. 특위 구성부터 여야 합의까지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죠. '폭탄 돌리기'만 계속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분명히 터질 텐데 말이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등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좋아요. 중국 공안당국이 올 7월부터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무작위로 검사할 수 있게 됐어요. 몇몇 도시에서는 이미 검사를 당했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반간첩법의 연장인데요. 국가 안보나 이익을 위해 개인과 단체의 전자기기를 검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긴급 상황일 때는 일반 경찰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했어요. 언제가 긴급 상황인지 모호할 수 있죠.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예요. 공항에서 불시에 검문받을 수 있어요. 지난 1월 다이어리에 붙은 세계 지도에 타이완이 별도 국가처럼 표시됐다는 이유로 한국인 사업가가 공항에서 억류됐던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어요. 중국 갈 때 '인권'은 두고 가야 하나요? 

오늘 업클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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