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이 없으면 없는 대로 저는 계획형 인간에 가까워요. 멀리 여행을 가면 방문할 곳에 주차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미리 알아보는 편이에요. 계획대로 차를 세우면 안도하고, 예상치 못한 인파로 자리를 찾지 못하면 당황하고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어요. 변수를 새로움이나 즐거움보다 피로로 느끼는데요. 일 년 전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육아도 시작하며 수시로 변화를 겪고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세우고 결과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저에게 스타트업 첫 몇 달은 적응하기 어려운 시기였어요. 상황에 맞춰 2주마다 조금씩 바뀌는 프로젝트 방향을 따라가기에 바빴고, 집에서는 더 예상치 못한 일로 가득한 육아와 마주했어요. 정신이 없었어요. 낮과 밤을 잇는 정신 없음으로 힘들 때 친구가 말을 건넸어요. "일도 육아도 살아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라는 조언대로 산 지 서너 달이 조금 지났어요. 저의 정신 없음은 나아졌을까요? 아니요. 여전히 정신이 없네요. 그래도 변화하는 상황들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여요. 의외의 순간이 주는 재미, 어설프더라도 새로운 상황에 대처했을 때 느끼는 소소한 성취감 같은 것들이 있어요. 오늘도 변화와는 서먹서먹하지만, 조금씩 친해지는 하루를 보내보려고 해요. 계속 정신은 없겠지만요😂
- 길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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