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너브라더스코리아ㅣ2018년 3월 28일 개봉
20대 때 <죠스>를 찍은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80대를 앞두고 있다. 2080은 국민 칫솔, 치약 브랜드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았던가. 이제는 나의 구강건강 만큼이나 전심을 다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장수를 빌게 된다. <죠스>(1975) 개봉 50주년을 기념하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표작을 꼽는 건 재미는 있지만 까다로운 종류의 일이었다. 그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 중에서 어떤 영화를 꼽더라도 다른 영화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반박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지난 일주일동안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작 여섯 편을 몰아본 결과, 크게 지지받을 것 같지 않은 나의 스티븐 스필버그 원 앤 온리 영화는 바로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 나이로 72세 때 개봉한 이 영화는 ‘오아시스’라 불리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디스토피아적 근미래 배경의 SF물이다. 이 영화에서 게임 제작자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자신이 살면서 본 책과 영화와 음악을 모두 도서관에 아카이빙 해두었고, 이는 그의 사후에도 운영되며 몇몇 게이머들이 게임 퀘스트를 완수해나가기 위한 요긴한 힌트가 된다. 오죽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게임 세계관을 장악하려는 경쟁사에서도 할리데이가 집착한 대중문화를 분석하는 지원팀이 운영될 정도다. 방대한 걸 알고 있지만 과시적이지 않기란 힘든 법이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이만하면 담백하게 드러냈으며, 나는 그게 좋았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향후 10년동안 만들 5편의 차기작들을 알고 있는 건 인생을 살아가는 끔찍한 방식이라 생각해요. 단지 지루하다는 게 아니라, 사람도 변하거든요. 몇 년간 변치 않고 그대로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내가 1971년에 좋아했던 것을 지금이라면 아마도 만들려 하지 않을 거예요.”(<스필버그의 말>(마음산책, 2022)) 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2026년 개봉을 목표로 또 UFO 영화를 제작중에 있다고 한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그분의 여한은 언제쯤 풀릴까. <미지와의 조우>와 <E.T.>를 연달아 보고나니 밤마다 꾸는 꿈의 장르가 바뀌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