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덕분에' 캠페인, 해보셨나요?👍 <나는 보리>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1 〈나는보리〉 🌊

오늘의 큐 💡

Q. '덕분에' 캠페인, 해보셨나요?

코로나19가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의료진들의 노고가 새삼 대단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덕분에' 캠페인을 알고 계시죠? 의료진들에게 '존경'이란 의미를 담은 수어를 보내는 캠페인이에요. 한쪽 손은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펼치고 다른 손은 그 위에 엄지손가락만 편 모양으로 얹으면 됩니다. 몰랐던 수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덜 전해지는 것은 아니죠.

수어로 소통하는 보리네 가족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가족 중 유일한 청인인 보리는 종종 외롭습니다. 손과 표정으로 대화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듣고 말하는 자신이 어쩐지 다른 존재 같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농인 가정'이라는 조건 때문에 보리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열한살 보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보다 가족들과의 다름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 세상을 판단하고 흠집내는 시선 사이에서 보리는 어떻게 자신의 기준을 세워나가는지, <나는보리>를 통해 꼭 지켜봐주세요!

<나는보리>는 한글 자막이 삽입되어 있고, 음성해설과 화면해설이 삽입된 배리어프리 버전도 기회가 될 때마다 상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배리어프리 상영이 낯설다면 조금 더 알아볼까요? 인디즈가 배리어프리영화를 접할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지난 겨울 진행한 <나는보리> 인디토크 기사와 장애인 영화에 대해 개인적인 고찰을 풀어낸 인디즈 기획기사도 보내드립니다.

〈나는보리〉 리뷰:

다양한 언어의 모양을 포착하는 영화

김진유 감독의 <나는보리>의 주인공 ‘보리’는 가족 중 유일한 청인이다. 농인인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CODA(Children of Deaf Adult)’인 보리의 일상은 평온해 보이고, 보리의 가족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화목해 보인다. 하지만 보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문득문득 시무룩한 표정이 엿보인다. 다 같이 밥을 먹을 때 보리의 표정은 사뭇 복잡하다. 엄마, 아빠, 동생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살피며 대화한다. 고요하지만 그 어느 가족보다 수다스러운 식사. 하지만 보리는 그런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따뜻한 가족 그 사이에서 느끼는 왠지 모를 소외감을 보리는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다만 무언의 감정 표현을 한다. 밥 먹기를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행동으로.

영화 초반부의 일련의 장면으로 알 수 있듯이, 농인 가족 중 유일한 청인인 11살 보리의 가장 큰 고민은 외로움이다. 화목한 가족 사이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왜 나는 엄마, 아빠, 동생과 다를까’라고 고민한다. 이따금 거울을 보며 자신의 귀를 살피고 보리는 매일 같이 소원을 빈다. ‘소리를 잃게 해주세요’

(...) 보리가 자의적으로 소리를 잃게 되자 이전에는 보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그들 가족과 농인을 바라보는 무례한 시선이 보리에게도 다가오기 시작한다. 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상황을 마주하지만 보리에게 그런 시선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보리에게 중요한 건 엄마, 아빠가 농인으로 살아갈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자신이 농인이 되자 왜 엄마는 슬퍼했는지에 대한 답이다. 보리는 이전보다 솔직하게 질문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정우의 언어인 수어로 가족들과 좀 더 깊이 소통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보리>는 보리가 또 하나의 언어인 수어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나는보리>의 풍경은 참 동화처럼 맑다. 바다와 가까운 마을의 풍경과 온 가족이 함께 마루에서 낮잠을 자는 그 풍경이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한편으론 한국 독립영화에서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있었나 되묻게 된다. 이 맑고 투명한 풍경만큼이나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곧다. 진정한 소통은 소리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 사실 간단한 이야기다. 소리 내어 말하든, 손으로 말하든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에 닿을 수 없다는 것. 보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등을 돌리는 것에서 시작한 영화는 보리의 환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법을 말하는 이 영화가 여러 메시지로 많은 관객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인디즈 14기 정성혜

리뷰 전문 보기

배리어프리 영화가 낯설다면?

<나는 보리>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배리어프리 버전을 상영한다고 소개했는데요. 그렇다면 '배리어프리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barrier free', 말그대로 장벽 없는 영화입니다. 시청각장애인도 장벽이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미세한 소리묘사와 자세한 지문을 동반한 한글자막, 그리고 현재 화면에 어떤 장면이 나오고 있는지 풀어서 말해주는 음성해설이 삽입된 상영본이에요. 배리어프리 영화를 보는 방법도 간단히 알아볼까요?

들을 수 있는 이와 들을 수 없는 이가 한 데 모일 수 있어야 한다면 우리는

<나는보리> 속, 모기장 텐트 안에서 피자를 둘러싼 네 가족이 수화와 말소리를 사용하며 진정 ‘소통’하던 여름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장면으로 하여금 수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던 비장애인들과 또 다른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었던 장애인들을 생각한다. 오늘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영화 내 자막과 화면해설이 포함되어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다루고자 한다. 누군가에겐 익숙할 수도, 누군가에겐 생소한 영역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극장의 좌석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몫으로 주어지며, 우리는 모두 영화 한 편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이 단어에 소홀하지 않는 것도 어떤 의무이지 않을까. 영화 속 ‘들림'과 '들리지 않음’의 경계를 무수히 드나들던 우리의 보리, 그런 보리를 끈질기게 따라가는 카메라 시선은 우리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시사한다.

💡 아래의 내용은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홈페이지의 Q&A란을 참조하였습니다.

💡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 없는 <나는보리> 프로모션 현장 포토입니다.

일정 인원이 모여 극장 외의 장소를 섭외한 후 배리어프리 영화를 관람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협회의 홈페이지에서 사전신청 후 상영 장비에 맞는 포맷의 영상본을 받을 수 있다. 공동체 상영회 외에도 매달 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정기 상영회, 특별 및 야외 상영회 등의 일정 또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만큼, 집에서 VOD 서비스와 케이블 TV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례로 2016년도부터 IPTV 서비스인 ‘올레TV’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자막과 화면 내레이션을 포함시킨 배리어프리 상용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사용했다. 이 서비스 매출의 3%는 (사)한국농아인협회에 전달돼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에 사용된다고 한다. 지금 각자 집에서 TV를 켜보자. ‘배리어프리 전용관’ 카테고리를 드나드는 순간 누군가에겐 닫혀있던 극장의 문이 한 뼘 더 열릴 수도 있겠다.

매년 11월 서울에서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주관하에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를 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장단편 영화들을 볼 수 있는 이 곳에선 영화상영 외에도 특별한 부대행사들을 주최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의 볼 권리 외에도 미래 상영시스템에 대한 논의, 치매노인에 친화적인 상영에 대한 포럼 등 영화산업 전반에 있어 변방으로 밀려나기 쉬운 관람자들의 인권을 함께 다룬다. 올해는 11월 11일–11월 15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염두해두면 좋을 것 같다.

-인디즈 14기 서지원

장벽 없는 세상으로, 한걸음 더! 👌

오늘의 인디즈 큐 내용에 관심이 가신다면, 아래의 기사들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먼저 지난 겨울에 인디스페이스에 먼저 찾아온 보리네 가족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공유합니다.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이 진행하고, 김진유 감독과 보리네 가족이 총출동한 인디토크 현장을 만나보세요. 더불어 장애인 영화제에 참여하며 '장애인 영화'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인디즈의 기획기사도 소개합니다. 대상화된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나는 보리> 식구들과, 수동적인 규정을 거부하려는 관람자로서의 이야기가 담긴 두 기사가 조금 더 깊은 생각으로 이끌 수 있길 바랍니다.

한 겨울에 만난 안온한 여름의 보리 가족 이야기

2019 으랏차차 독립영화 <나는보리>

인디토크 기록

김진유 감독: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어 형태로 끊어서 썼다가 마지막에는 문장 형태로 썼거든요. 그게 보리의 흐름으로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처음에는 수화가 단어 형태로 보이다가 보리 또한 소리를 잃는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수화를 더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인디즈 11기 김정은

인디토크 기록 전문 보러가기

영화가 우리 모두의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대안으로서의 장애인 영화제를 중심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다 때가 되면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달팽이의 별〉 속 대사처럼 이들에게 돌아올 ‘때’가 그저 구호로만 존재하는 현실, 즉 ‘소수자를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영화적 언어가 갖는 이미지를 통해 보다 명확한 방식, 즉 ’소수자의 영화‘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인디즈 12기 성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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