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버스’라는 제목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 생각을 부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철학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떠올려 보니, 철학 대화는 마치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복잡한 도시 말고,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이요. 천천히 여행한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 달려드는 게 아니라 잠시 호흡을 고르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죠. 여유가 있으면 더 근본적인 질문을 찾아 떠날 수 있어요.
당장 문제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철학 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요?
저도 아이들이 눈앞에서 싸우고 있으면 물에 빠진 것 같이 숨이 턱까지 차올라요. 그럴 때는 그림책의 도움을 받아요. 우선 상황을 정리하고 난 후에, 문제를 거울처럼 비추어서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을 찾아요. 그림책을 고르며,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집중하는 조용한 시간에서 제 마음의 여유가 돌아와요.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은 곳을 향해서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는 시간에서 아이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돌아오지요.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하지’라는 방법이 아닌 ‘우정이란 무엇인지’ ‘싸움이란 무엇인
지’ 근본적인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고 하셨는데요, 그 질문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사실 ‘어떻게 해결할지’도 최종적으로 물어봐요. 그런데 그 질문을 먼저 하면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할 방법을 떠올려요. 예를 들어, ‘친구와 어떻게 화해할까?’라고 물어보면 사과하면 된다고 해요. 하지만 진짜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기 때문에 같은 잘못을 계속해요.
그런데 ‘우정이란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우리 사이에 주고받는 것이 우정인지 아닌지, 진짜 우정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깊은 사유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아이들은 맑고 깨끗한 얼굴로 저에게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줘요. 철학 대화는 속도가 아닌 방향을 바꿔줘요. 깊은 사유로 아이들의 생각이 1도라도 변하면 문제에 마주쳤을 때 아이들의 선택도 달라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