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Friday입니다. 요즘 들어 작은 생명체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원래도 강아지,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가고, 같이 자고 생활할수록 더더욱 애정하게 되어요. 하지만 가끔은 나의 사랑이 일방적인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들은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속을 모르잖아요. 오늘은 말할 수 없는 그들을 대신해 우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 오늘의 에디터 : Friday 수면부족에도 밤 늦게 휴대폰을 붙잡고 고양이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오늘의 이야기 1. 일련의 학대 사건들 2.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에서 새롭게 알게된 것들 3. 가이드 라인은 동물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 일련의 학대 사건들 어느 날,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낙마 장면을 찍던 말 ‘까미’가 촬영 일주일 뒤 사망했습니다. 알고보니 말은 다리에 와이어가 묶여 강제로 넘어졌고, 목이 꺾이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 장면을 촬영해 공개하자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은 KBS 측에 해명을 요구했고, KBS는 뒤늦게 해당 말의 죽음을 확인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죠. 이후 단체는 드라마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에서 언급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제8조 3항에서 금지하는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라는 이유였습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프로그램 폐지 청원도 줄을 이었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사건 이후 결방중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동물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만은 아니더라구요. 이렇게 대국민적 관심을 얻고, 성숙한 시민 의식을 촉구하는 걱정어린 목소리들이 나온 것과 별개로, 더 잔인하면 잔인했지 결코 약하지 않은 또 다른 범죄에는 동정 여론만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26일, 창원시의 한 음식점에서 기르던 고양이 ‘두부’는 누군가에 의해 수차례 땅에 내려쳐진채 죽었습니다. 이후 인상착의 등을 통해 한 20대 남성이 붙잡혔고 현재 진위를 조사중이라고 합니다. 한편 한 커뮤니티 ‘야옹이 갤러리’라는 곳에서 길고양이를 잡아 철제틀에 가두어 얼굴에 불을 붙이는 영상이 올라왔다며 한 시민이 국민 청원에 해당 갤러리를 폐쇄하고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학대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는 ‘IP 추적이 불가해 자신을 잡지 못한다’고 조롱까지 했다고 하죠. 실제로 해당 갤러리에는 고양이를 ‘털바퀴’라는 혐오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캣맘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그래서 일련의 학대 범죄를 당한 고양이들에 대한 동정보다는 ‘일을 스스로 자초한’ 캣맘 탓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밥을 주고, 구조해 TNR(중성화 수술)을 해 생태계를 파괴한 유해동물들을 키웠으니 원인을 제공했다는거죠. 키보드 뒤에서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모르나 써내려간 글과 댓글들은 비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런 동물 학대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부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인원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0.003퍼센트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까미' / 창원 두부집 고양이 '두부' 출처 - 동물권행동 카라 해외에서는 촬영을 할때 동물들을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이 어떤지 살펴보았더니, 미국 인도주의 협회(AHA, American Humane Association)에서 만든 ‘No Animals Were Harmed’라는 인증 마크가 있었습니다. 미국 인도주의 협회가 제시한 창작물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승인을 받아야만 엔딩 크레딧에 해당 문구를 붙일 수 있는데요, 이 마크가 있으면 해당 영화나 제작물은 촬영할때 동물을 안전히 사용했으니 그 어떤 동물도 다치지 않았다, 라는 뜻으로 보고 안심해도 된다는 겁니다. 132쪽에 달하는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해석해놓은 기사를 참고했어요.)
그런데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우리가 왜 동물을 학대하지 말아야 하는지를요. 몇몇 사람들은 ‘불쌍해서’, ‘그러면 안되는 거니까’, ‘귀엽잖아요ㅜㅜ’ 등 따뜻하고 맞는 말들이지만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꼬투리 잡히기 쉽상인 말이기도 합니다. 분명 누군가는 ‘모기는 안 불쌍한가?’,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써야 되나’, '그럼 치킨 먹지마' 등 시니컬한 반응을 마주할테니까요. 그렇다면 이 대답은 어떠세요? “사람에 대한 범죄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근절해야 한다.” 비교적 논리적이고 다수가 납득 가능한 이유같죠. 하지만 여기 그런 이유로는 진정으로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저서 <동물 해방>로 유명한 학자, 피터 싱어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눈이 커졌던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무려 1975년에 출간되었고 ‘동물권 분야의 바이블’이라고 알려진 책인데도 제게는 무척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것들이었는지 소개해볼게요. 🌿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서문부터 재밌는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책의 앞부분에는 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피터 싱어는 동물에 대한 책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떤 사람이 자기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자, 우리 부부는 애완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고, 동물들을 ‘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동물 애호가여야 한다는 것은 인간들 사이에서 적용되는 도덕 규준을 다른 동물들에게 확장시킬 용의가 조금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쓰죠. 인종 혹은 성 평등을 주장한다고 해서 ‘흑인 애호가’라거나 ‘여성 애호가’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동물은 이유 없는 차별을 받지 않고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선호의 측면에서만 동물 해방을 외치는 것은 결국 종차별주의로 귀결됩니다.
피터 싱어는 공리주의자입니다. 즉 ‘최대의 행복, 최소의 고통’을 추구합니다. 그는 공리주의자로 유명한 제레미 벤담의 말을 인용하면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쾌고 능력’의 여부라고 주장합니다. (p. 36) 그렇다면 어떤 특징을 통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성능력인가? 그렇지 않으면 담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인가? 하지만 완전히 성장한 말이나 개는 갓난아기 또는 생후 일주일이나 한 달이 된 유아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며, 우리와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설령 그들의 능력이 생각과 다르더라도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그들에게 이성적으로 사고할 능력이 있는지, 또는 대화를 나눌 능력이 있는지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 제레미 벤담- 쾌고 능력이란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벤담, 그리고 싱어에 따르면 인간과 동물이 평등한 권리를 가진 이유는 행복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이는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이익관계에 속한다는 뜻이겠지요. 다시 말해 동물들이 행복할수록 사회가 행복해지고 인간이 행복해진다는 말입니다. 그가 동물 해방을 곧 인간 해방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피터 싱어의 주장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역사를 쭉 짚어오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을, 칸트는 ‘자의식’의 여부를, 혹은 ‘지성’을 그 잣대로 썼음을 지적합니다. 알고보니 데카르트는 동물을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라고 했다지요. 어쨌든 그는 이에 대한 반론으로 그러한 추상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간들도 있음을 환기시키죠. 책에서는 갓난 아기와 장애인을 언급합니다. 그럼 그들이 총명한 개보다 나을 것이 무어냐는 거지요. 꽤나 이성적이고 건조한 멘트였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동물 학대의 공범임을 인지시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우리는 피터 싱어가 가장 비판하는 공장식 축산의 수혜자들이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 지금까지 내가 먹어온 것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흐릿한 조명 아래서 서로의 부리와 날개를 쪼아가며 수천 마리의 닭들이 밤낮없이 낳은 달걀,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젖을 짜낸 젖소의 우유, 몸을 돌릴 틈도 없이 영롱한 살코기를 만든다고 영양액체만 먹으며 사는 소의 고기, 운동을 못해 살찌고 병든 돼지의 고기.... 그는 우리가 육식을 하는 이상 동물들을 귀여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현대사회의 동물단체들이 급진적인 정신을 상실하고 체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를 바꿀 조직적인 캠페인을 하는 대신 유기견을 거두어들인다든가 하는 안전한 활동만 하게 되었다는 거죠. 한편으로는 “평등은 도덕적 이념이지 사실에 관한 단언이 아니다”라고 서술하는데요, 모두가 다름도 없이 일정하니 기계적으로 똑같이 대우하라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나 동물 모두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 ‘배려’를 똑같이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추상적인 능력을 상대적으로 갖춘 인간의 이익이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효용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위한 어떤 동물실험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부정한다’고 쓰기도 합니다. 지극히 공리주의적인 이 사람은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하는 공장식 축산과 동물 실험에만 반대하나봐요. ‘공리주의’라는 개념 주장이 일관되어 흥미롭기는 했습니다만, 뭔가 합리화의 달인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라고 하기엔 50여년간 채식 생활을 이어온걸 보면 진심이시네요). 😽 가이드 라인은 동물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피터 싱어의 의견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고, 놓치고 있는 부분들도 있겠죠. 실제로 오랜 시간동안 동물권에 대한 논쟁은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동물은 그 자체로 ‘내재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탐 레건과 피터 싱어는 많은 부분에서 대립했죠. <동물권 논쟁 / 피터 싱어 - 탐 레건 그리고 제 3의 해법>(임종식 지음)에 따르면 싱어가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를 소비하는 것은 괜찮다고 한 반면, 레건은 죽기 전에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게 했든지 간에 육식은 나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싱어의 주장이 좀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들리는 경향은 있네요. 슬프게도 저는 육식을 하는 합리화형 인간이어서 그런가봅니다..... 그러나 제게 의미있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고 자꾸 사그라드는 채식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고, 동물권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동물 복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동물보호법과 여러 가이드라인(앞서 언급했던 촬영장에서의 동물 출연 가이드라인같은)들이 왜 훌륭하고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출처 - WAP 일례로, 영국의 국제동물보호단체WAP(World Animal Protection, 세계동물보호)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ANIMAL PROTECTION INDEX’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API(동물보호지수) 기준으로 각 나라들이 얼마나 동물보호를 하고 있나 비교해볼 수 있는데요, 좋은 순으로 A부터 G등급까지 나뉩니다. 참고로 전체 A등급을 받은 국가는 한 국가도 없고, 우리 나라는 D등급입니다. 의외로 미국도 D, 그리고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스위스는 B등급입니다. 1822년에 전세계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을 만든 영국이나 2002년 EU 회원국 가운데 최초로 동물권을 헌법으로 인정한 독일 정도는 되어야 B등급을 받을 수 있나봐요! 그런데 저는 등급보다 그 기준들이 흥미롭게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아는 단어가 나와서 너무 기뻤어요, 쾌고감수능력... 생각보다 싱어 아저씨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방대함을 다시 느끼기도 했구요. 아닌가 벤담 아저씨가 먼저 말한 건가... 아무튼,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가이드라인 전에는 반드시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잘 이해해야 잘 만드는 법이니까요. 이전에는 알지 못했을 눈을 뜨게 해준 피터 싱어 씨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잠시나마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네요!
💭 오늘의 콘텐츠 추천 고양이와 산다, 무화과와 시원한 콩국수 / 윤이버셜YUNIVERSAL 에디터 ‹Friday›의 코멘트 강아지와 사는 친구가 추천해준 고양이와 사는 사람의 영상. 제주에 사는 분인데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요. 제주도와 고양이라니, 살려주세요. 오늘의 레터가 좋았다면 👉 어거스트에게 커피값 후원하기 ☕️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