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b 9.0] 리서치 딜리버리 #2 :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존하는 공간💥 미술관은 여러 감각과 존재들이 충돌하고 대화하는 실험의 장소가 될 수 있을까요?
러시아 문학 이론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 1895-1975)은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 1821-1881)의 소설 속에서 하나의 작품 안에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관점과 언어, 세계관을 가지고 동등하게 발화하는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바흐친은 이를 통해 단일한 진리나 권위적 서사에서 벗어난 새로운 서사 방식을 설명하고자 했고, 이러한 특성을 ‘다성성(多聲性, polyphony)’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습니다.
다성성은 하나의 목소리나 가치관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며 공존하는 상태를 뜻하는데요. 이 개념은 코리아나미술관 *c-lab이 실험과 실천을 전개해 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왔습니다.
9.0 리서치 딜리버리 vol. 2에서는 여러 개의 목소리가 공존한다는 다성성의 개념을 빌려, 지난 6월 21일 진행된 *c-lab 9.0 《미술관/실험실》의 첫 프로그램, 토킹투게더 〈잇기—꿰기—가로지르기〉에서 오고 간 말들과 생각들을 이번 지면을 통해 함께 나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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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딜리버리 vol. 2에는...
[TALKING TOGETHER]
① 서지은, <미술관/실험실을 횡단하기: *c-lab의 큐레토리얼 실천> / ② 이진, <미술관이/미술관에게 던진 질문들, 그리고 한 걸음 더> / ③ 김미정, <실험일지: 『월간 인미공』(2021, 2022), 《여기 닿은 노래》(2024)를 통해 본 어슷한/어긋난 풍경들>
[ROUND TABLE]
함께 잇기—꿰기—가로지르기
(진행: 김성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NEWS]
9.0 프로젝트 공모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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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b 9.0 《미술관/실험실》 프로그램 토킹투게더에서는 현재 미술관에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 중인 세 분의 연사를 모시고, 오늘날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의 실천 속에서 마주한 사회적 상황과 그에 따른 기획 배경, 프로그램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사유들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이러한 시도들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미술관의 역할 변화에 유연하게 호응하며, 그 흐름 속에서 발현되는 예술 실천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를 통해 미술관에서 시도한 다양한 예술 실천과 변주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동시대 미술관이 수행하는 역할을 다시 짚어보려 했습니다. 동시에, ‘실험의 공간’으로서 미술관의 의미를 되묻고, 그 실험의 주체와 방식의 확장 가능성 또한 함께 탐색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진행된 발표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나누었던 이야기와 질문들을 일부 선정하여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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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실험실을 횡단하기: *c-lab의 큐레토리얼 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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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사회의 R&D 실험실이 될 수 있는가?” 라는 MoMA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의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한 서지은 학예팀장은 2017년부터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진행해 온 프로젝트 *c-lab을 통해 동시대 미술관이 실험의 장으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서지은은 코리아나미술관이 *c-lab을 통해 전시 중심의 위계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의 예술 실천을 수행하고, 미술관을 하나의 열린 실험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경계를 횡단해 왔음을 밝혔는데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창작자, 연구자, 외부 기획자뿐만 아니라 *c-lab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과 협업하며, 큐레토리얼의 주체를 확장하고, '실험실로서의 미술관'이라는 방향을 꾸준히 모색해 왔음을 덧붙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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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그간 *c-lab 주제들을 어떻게 선정하셨고, 어떤 형식으로 기획해오셨나요?
[서지은]
우선, *c-lab의 연간 주제는 내부 회의를 통해 선정합니다. *c-lab 초기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이 그동안 전시를 통해 다뤄온 주제를 고려했으며, 동시대 미술 맥락에서 다소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주제라 하더라도 이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했는데요. 그런 방향에서 *c-lab 1.0의 주제를 ‘아름다움, 친숙한 낯섦’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기존 주제들에서 파생된 궁금증이나 당시의 사회적 담론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지점을 찾아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주제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형식의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는데요. 사립 미술관의 특성상 보다 유연한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프로그램 기획을 완전히 확정짓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c-lab 팀원들이 기획 과정 내내 연간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주고받았고, 그렇게 파생된 질문들에 대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찾아 기획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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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b 더 알아보기
코리아나미술관 *c-lab의 사례를 다룬 첫 연구 논문 「다성적(polyphonic) 미술관과 동시대 큐레토리얼 실천의 확장: 코리아나미술관 *c-lab을 중심으로」(저자: 서지은)이 KCI 등재 학술지인 『미학예술학연구』 75집에 게재되었습니다. 본 논문은 201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관의 변화 양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다성성(polyphony)’을 제시하며, 동시대 미술관이 사회적 실천과 담론 생산의 장으로 기능하는 방식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c-lab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 설정과 형식적 실험 안에서 다층적 구조를 형성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담론을 수용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는데요. 아래 링크를 통해 논문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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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미술관에게 던진 질문들, 그리고 한 걸음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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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학예사는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의 확장이 뮤지올로지(museology)에서 계속 언급되는 가운데, 미술관의 역할과 태도 변화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아트센터 나비에서 진행한 텔레마틱 퍼포먼스인 <뉴로-니팅 베토벤>(2022)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예술가의 런치박스>(2022-2024)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유휴공간 프로젝트’(2024-)까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예로 들며, 기획자로서 프로그램 구성 방식과, 기획 과정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발화의 매개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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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전달하며, 기획자로서 발화만 하는 주체, 혹은 그냥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미술관과 관람객 가운데에서 이들을 매개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이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수행하고자 할 때는 열린 태도를 갖는 것이 필수적이며, 바로 그 태도 속에서 변화와 가능성이 시작된다는 점을 짚으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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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예술가의 런치박스>에는 다양한 관객이 참여했을 텐데요. 전시뿐만 아니라 퍼블릭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입장에서는 어떤 관객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획하게 됩니다. 우리가 관객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미술관에서 가장 미지의 세계는 관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진]
관객은 항상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예술가의 런치박스>는 관객층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편이었어요. 그 때문에 참여 대상을 특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는 런치박스를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선 관객이 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참여 작가님들의 이전 작업부터 연계된 최근 작업까지 소개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항상 가졌습니다. 개인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마련하려면, 결국 작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런 구성을 만들기 위해 작가들과 여러 번의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고려해서 리허설까지도 진행을 했었죠. 저는 국공립 미술관의 전시나 프로그램은 모두, 다양한 대상에게 열어두고 다채로운 대상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 프로그램별 차이와 특징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오히려 기획의 구성에 차이를 두려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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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일지: 『월간 인미공』(2021, 2022),
《여기 닿은 노래》(2024)를 통해 본 어슷한/어긋난 풍경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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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큐레이터는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 『월간 인미공』(2021, 2022)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여기 닿은 노래》(2024)를 통해 전시와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나타나는 균열의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인미공을 자신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놓치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찾아 보완하고 연결해야하는 공간’이라고 언급하며, 창작자와 연구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장으로서 『월간 인미공』을 기획하였다고 전했는데요. 이를 통해 인미공이라는 공간의 시제를 ‘현재’로 끌어들이고자 했음을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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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시, 혹은 미술관은 서로 다른 시간과 속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혹은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아르코미술관에서 기획했던 《여기 닿은 노래》를 이야기합니다. 미술관에서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기존과는 다른 전시 언어가 필요했던 점을 떠올리며, 김미정은 《여기 닿은 노래》가 접근성, 장애와 같은 이슈를 온전히 해결한 전시가 아닌, 어긋난 부분들이 그대로 드러나 미술관을 둘러싼 과제가 무엇인지를 나눌 수 있길 바랬던 경험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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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토킹투게더에서 각 연사님들이 소개해주신 프로젝트들은 상당 부분 팬데믹 기간에 진행되었습니다. 전 지구적 위기의 상황에서, 미술관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실천들이 뒷전으로 밀리며,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미정 큐레이터님께서는 미술관에서 노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씀을 하셨는데요. 현재 미술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우리’, ‘모두’와 같은 말들에 내포된 함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미정]
‘모두’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그 무게를 인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시기에 미술관에 속한 미술 노동자이자 기획자로서 겪었던 여러 일들은 저는 물론이고 미술관의 역할 또한 재고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오늘의 주제가 ‘실험’인데, 과연 미술관에서 실험이 지속 가능한지, 그 실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실험은 한편 실패를 고려해야 하는데, 팬데믹 이후 미술관들은 정해진 언어나 구조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나 분명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기획자들이 지속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기획자들, 미술 노동자들은 물론 행정을 포함한 미술관의 여러 인력들이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 모든 부분들이 뒷받침된 이후에야 우리가 비로소 실험, 그리고 ‘모두’를 미술관의 전시나 프로그램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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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킹투게더에서 진행된 발표와 라운드테이블 전체 내용은 추후 발간되는 *c-lab 9.0 자료집📚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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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b 9.0 《미술관/실험실》 프로젝트 공모에 참여할 창작자를 모집합니다!
‘미술관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더 실험할 수 있는가?'
*c-lab 9.0이 던진 질문을 함께 사유하고, 이를 다양한 실천 방식으로 풀어낼 창작자와의 만남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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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집 기간
7.21(월) ~ 8.8(금) 17:00 까지
✴️ 모집 방향
-*c-lab 9.0의 주제 ‘미술관/실험실’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합니다. 주제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확장해 나갈 프로젝트를 기다립니다.
-관습적인 사고와 단일한 해석에서 벗어난, 참신한 시각과 다양한 실천 방식의 시도를 지향합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실현 가능성이라는 단단한 뼈대를 갖춘 프로젝트를 기다립니다.
-미술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나갈 창작자를 기다립니다.
-관람객, 미술관, 또 다른 주체들과 과정을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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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지원 방법과 자세한 사항은 코리아나미술관 홈페이지와 SNS를 확인하세요!
8월 8일 17시까지, 그동안 미처 닿지 못했던 분들의 관심과 지원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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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읽어보기
① Paola Antonelli, Theano Siaraferas, Are Museums the Research and Development Labs of Society? (2020). (링크)
② 서지은,「다성적(polyphonic) 미술관과 동시대 큐레토리얼 실천의 확장: 코리아나미술관 *c-lab을 중심으로」, 『미학예술학연구』 75 (2025): 6-29. (링크)
③ 아트센터 나비, <뉴로-니팅 베토벤> (2022). (링크)
④ 서울시립미술관, <예술가의 런치박스> (2013-). (링크)
⑤ 인사미술공간, 『월간 인미공』 (2021, 2022). (링크)
⑥ 아르코미술관, 《여기 닿은 노래》 (2024).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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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b은 독자의 의견을 소중히 읽고 있습니다. *c-lab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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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uly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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