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사학회 '뉴스레터 11호'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학회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속에서 지난 5월 31일 제9회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디자인이론 연구가 전공자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되고 두터워 지기를 바라면서 가을 학술대회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늘 학회를 위해 애써 주시는 우리 사무국, 홍보국분들과 이사님들, 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일본에 연구여행을 다녀오신 성신여대 서희정 교수의 글과 명지대 오주은 교수의 한국디자인사 칼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Sketchbook(전시리뷰)를 인턴기자 기헌님이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늘 우리 뉴스레터의 중심이 되어 좋은 콘텐츠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채희준(제임스 채), 문희채, 강주현, 고산 선생님 모두 고맙습니다. 7월에는 더 푸르고 여름같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해외에 계신 선생님께 그 곳의 소식을 들어봅니다.

2015년부터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서울문화센터에서는 차세대일본연구자 국외조사지원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에 저의 프로젝트 조사기획안이 선정되어 단기조사조성금 지원을 받고 2024년 4월경 일본에 자료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일명 ‘차일연’이라고 하는 이 국외조사지원프로그램은 49세까지의 일본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해외 자료조사를 위한 항공, 체재비 및 자료수집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선정된 연구자들은 ‘차세대일본연구자연구회’에 자동으로 가입되어 조성금 지원을 받아 모아온 귀중 자료를 토대로 연구된 연구의 알찬 성과들을 매달 연구자들끼리 돌아가며 발표하고 토론하는 연구 교류도 활발히 도모하고 있습니다. 일본연구와 관련하여 자료조사가 필요한 연구자분들께 든든한 연구지원 및 연구 교류의 거점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번 기회로 잘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타마가와대학(왼쪽), 타마가와대학 교육학술정보도서관(오른쪽)

보통 일본과 관련된 자료의 경우 먼저 ‘CiNii’라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통해 검색하면 전국에 소장된 논문, 도서, 잡지 등 학술정보의 리스트를 대강 알 수 있지만, 근대역사와 관련된 1차 자료의 경우 직접 소장처에 가서 살펴보고 수집해 와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근대 디자인교육과 시각문화와 관련된 당시의 잡지들이 대부분 그대로 소장되어 있어 근대기 일본의 모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당시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장당 10엔씩 내며 소장처에 복사할 페이지를 보고하며 복사하거나 손으로 써와야 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스캐너 어플이 개발되어 각 페이지를 무료로 찍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마가와대학의 기관초청장 확인(왼쪽), 일본 근대디자인교육 교과전문잡지 『구성교육』(오른쪽)

일본의 디자인 기초교육의 초석은 1930년대 바우하우스의 기초교육을 수용하여 일본 사회에 맞게 재구성한 일본식 바우하우스교육, 즉 ‘구성교육(構成敎育)’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 수년간 근대기 일본과 한국의 바우하우스교육에 대해 연구해오면서 ‘동광회(桐光会)’라는 연구모임과 그 기관지인 교과전문잡지 『구성교육(構成敎育)』이 1932년부터 1935년까지 매달 발간된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타마가와대학(玉川大学), 츠쿠바대학(筑波大学), 군마대학(群馬大学) 등 전국에 흩어져 있어 48권 전 권을 모두 찾아보는 것은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국외조사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도쿄, 츠쿠바, 군마현을 신칸센 등으로 이동해가며 전 권의 소장처를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고 봅니다. 국립츠쿠바대학교의 경우 도쿄교육대학이 전신으로 바우하우스 기초교육과 일본의 구성교육의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이며, 유일하게 1932년에 발급된 『구성교육』의 창간호부터 첫 1년간의 교과전문잡지 12권이 모두 소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국립츠쿠바대학 예술체육학군 도서관(왼쪽), 군마대학 정문(오른쪽)

필자는 이러한 조사기회를 토대로 얻은 자료를 통해 향후 깊이 있는 연구를 발전시켜 보고자 합니다.

일본의 경우 기관에 따라 개인적으로 방문하여 자료를 보지 못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자료열람에 대한 과정을 확인한 후 방문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타마가와대학의 도서관의 경우 외부의 방문객은 자신이 소속하고 있는 기관을 통해 사전에 타마가와대학에 초청장의 발급을 요청해야 하며, 정식 절차를 통해 발부받은 초청장을 소지해야만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Letter를 통해 일본과 관련된 연구자료의 수집과 연구지원제도, 그리고 현지 조사 환경에 대한 예를 남겨드렸습니다. 차세대연구자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 팝업 스토어 등 디자인계 안팎의 다채로운 소식을 전합니다.

《모던의 유혹, 황실 종친 맹현가 이야기》 전시 전경. ⓒ경운박물관

《모던의 유혹, 황실 종친 맹현가 이야기》 전시에서는 특히 맹현가 기증 유물을 중심으로, 대한제국 상류층의 복식문화가 서양 복식 문화와 섞여 나타난 변화상을 보여줍니다. 비슷한 시대를 다루는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과 다르게 좀 더 복식에 대해 중심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유물 설명 또한 복식사적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전시의 중심 키워드인 맹현가(孟峴家)는 택호(宅號)로, 완순군 이재완과 후손들이 대대로 살던 집의 이름을 말합니다. 완순군은 흥선대원군의 중형(仲兄)인 흥완군의 양자로, 고종 황제의 사촌 되는 사람입니다. 대한제국기에 관료직을 역임한 사람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이름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순헌황귀비의 깁슨 드레스 재현품을 볼 수 있습니다. 뒤이어 당대 결혼식 옷차림에 대한 의복이 소개되며, 황실에서의 결혼식 풍경의 변화와 대중에게 미친 영향을 사진 자료로 보여줍니다. 일상적인 의복보다는 관혼상제나 관료 옷차림의 변화를 중점으로 소개합니다. 복식문화와 함께 서양 문화에 영향을 받은 일상품(근대기 화장도구, 부채, 안경과 안경집)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경운박물관은 한국 근세 복식문화 전문박물관으로, 국립대구박물관과 더불어 국내 복식 문화사와 관련된 전시를 중점으로 소개하는 곳입니다. 기획전시관 바깥 왼편에는 이전까지 열린 기획전시의 도록과 근세 복식문화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열람하거나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모던의 유혹, 황실 종친 맹현가 이야기》

기간. 2024.4.25. - 2024.7.13.

시간. 월-토, 10:00 - 16:00 (공휴일, 일요일 휴관)

장소. 경운박물관 기획전시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29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관 1층)

최유현 자수장,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DNA: 한국 미술 어제와 오늘》 이후 오랜만의 주제전입니다. 제목에 알맞게, 한국 근현대 자수-20세기 초 자수부터 60년대 이후 자수까지 근현대 미술사 속 자수의 흐름을 소개합니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전시 제목과 함께 큰 연보가 보입니다. 189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근현대 자수의 주요 사건을 갈무리한 것으로, 전시의 목적을 확연하게 나타냅니다. 각 전시의 세부 주제명은 시대에 따른 자수 실천―1. 조선 후기 복식·생활자수와 자수 병풍, 2. 근대 공예로서의 자수, 3. 광복 이후의 자수, 4. 현대 자수을 함축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1.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2. 그림 갓흔 자수
  3. 우주를 수건(繡巾) 삼아
  4. 전통미(傳統美)의 현대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전시 세부 주제명)


기술로서의 자수, 미술공예로 받아들여진 자수, 60년대 미술사 속 자수공예나 전통공예 자수 등 전시실 내 자수 작품은 시대 배경과 목적에 따라 여러 양상을 보이는데, 기존 순수미술의 전개와 다르게 표현된 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자수 공예에서 나타난 특징과 역사적 배경은 도록 내 설명과 해제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전시 리플릿 맨 뒤를 보면, 일부 작품은 전시 중 교체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 중 3점이 6월 18일부터 교체된다고 합니다. 관련 공지는 국립현대미술관 S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기간. 2024.5.1. - 2024.8.4.

시간. 화, 목, 금, 일 10:00 - 18:00 / 수, 토 10:00 - 21:00 (월요일 휴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99)

 강주현 선생님의 시선으로 모아본 포스터, 포스터 아카이브. 보다 많은 포스터는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포스터 아카이브입니다. 이번 포스터 아카이브는 아트선재센터에서 2023년 말 부터 2024년 5월 까지 제작된 전시 포스터에 대한 아카이브입니다. 총 4종의 포스터를 아카이브 할 수 있었으며 전시 개막일 순서대로 《정지현: 행도그》(포스터 디자인: 강문식),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포스터 디자인: 신덕호), 《이요나: 공간 배치 서울》(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우정수: 머리맡에 세 악마》(포스터 디자인: kontaakt(콘탁트)) 포스터입니다. 

《정지현: 행도그》(포스터 디자인: 강문식) ⓒ아트선재센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포스터 디자인: 신덕호) ⓒ아트선재센터
《이요나: 공간 배치 서울》(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리모트) ⓒ아트선재센터
《우정수: 머리맡에 세 악마》(포스터 디자인: kontaakt(콘탁트)) ⓒ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의 포스터 디자인 특징은 언제나 하단에 아트선재 센터의 약자 ASJC를 이용한 통일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약자를 이용한 아이덴티티는 2014년 김영나 디자이너의 뮤지엄 아이덴티티 리뉴얼부터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한 지속적인 뮤지엄 아이덴티티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년간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에 의해 디자인 된 포스터의 하단에는 언제나 ASJC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아트선재센터와 새로운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논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생각의 방향은 ‘구조화된 유연성이었다(『그래픽』 32호, 「아이덴티티 매뉴얼 이슈」, 2014)며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듯, 하단 ASJC와 부가적인 정보를 배치하고 이외의 디자인은 디자이너에 따라 변하는 유연성을 포스터 시리즈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후 하단의 요소를 통해 아트선재센터 포스터임을 알아보게 된다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최근 올라온 읽어 볼 만한 기사와 칼럼을 추천해 드립니다.

요즘 90년대 스타일이 대세인 만큼 데님이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청바지보다 이상하고 촌스러운 의상들이 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답니다.


레트로, 뉴트로와 같이 왜 예전 스타일들이 다시 탄생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스타일은 여전히 키치를 즐겨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박국 에디터가 키치한 한국 문화를 기억하며 설명합니다.


20만 유튜브 구독자가 넘는 출판사 민음사에서 책 문화를 예능처럼 푸는 콘텐츠를 재밌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책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들을 한번 보세요.

 오주은 선생님께서 흥미로운 한국 디자인 역사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반도 이미지와 무궁화로 형상화 된 지도의 등장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2015)」과 「말모이(2019)」에는 조선의 독립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담긴 유사한 문장의 대사가 등장합니다. 두 영화 속 인물들은 식민지 치하 조선의 현실을 직시하라는듯이 상대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조선이야"

영화 「암살」의 청부업자, 영감

"조선이라는 나라가 사라진지가 언젠데!"

영화 「말모이」의 경성제일중학교 이사장, 류완택


그러나 이들이 ‘사라졌다’며 국가로서의 존재를 부인한 ‘조선’은 개항 이후 가장 모던한 시각 매체였던 신문과 잡지, 교과서에서 이전 시기부터 더욱 명료하게 그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중국 중심의 천하도 한 켠의 조선이 아니라 김정호에 의해 최초로 구현된 한반도의 지형(대동여지도, 1861)이 세계 지도와의 관계 속에서 좌표를 분명히 하며 대중적인 이미지로 공고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국권을 상실했다는 측면에서 영화 속 대사처럼 ‘조선은 지도에서 사라진 나라’였지만 한반도 지도는 마치 그러한 사라짐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동의 힘이 작용한 듯이 교육용과 군사용, 상업용 인쇄물에 이르기까지 대량으로 시각화되며 독립된 국가로서의 염원을 지닌 가상의 물리적 존재감을 발산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 그저 유행하는 흔한 이미지였을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 『초등소학』 권5 내용, 1906년, 대한국민교육회, 현담문고 소장.
잡지 『동인학보』 1호 표지, 1907년, 대한동인회, 현담문고 소장.
잡지 『교육월보』 5호 표지, 1908년, 교육월보사, 현담문고 소장.
잡지 『삼천리』 판촉용 성냥 라벨,  1930년대, 개인 소장.
(왼쪽부터)

한편 한반도 지도가 이러한 시각성을 형성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특별한 기능을 지닌 지도가 등장합니다. 독립 운동가 남궁억(1863~1939)의 제안으로 13송이의 무궁화로 수놓인 한반도 지도가 제작됩니다. 무궁화 13송이는 1910년대 13개의 도(道)를 상징합니다. 남궁억은 배화학당 교사 시절(1910.11~1918.12) 교정에 무궁화 꽃밭을 조성하였으며 학생들의 항일 투쟁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무궁화로 형상화된 한반도를 자수로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남궁억와 배화학당 학생들에 의해 시작된 무궁화 한반도 수놓기는 학교를 벗어나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확산되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독립 운동가들에게 무궁화 한반도를 수놓은 물품들이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근화향(槿花鄕)으로 불린 고대 신라 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서의 생명력을 면면히 이어 온 무궁화가 한반도 지도와 결합함으로써, 독립을 염원하는 강력한 정서적 시각물로 기능했음을 유추하게 합니다.

무궁화 한반도 지도 자수, 1910년대, 남궁억 기념관 소장.
『가뎡잡지』 표지, 1922년, 가정잡지사(일본), 현담문고 소장.
무궁화 한반도 지도 자수, 1945년,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왼쪽부터)
해방 기념 포스터,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 1945년, 홍익출판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한국의 모후』, 1950년대, 샬트르성 바오로 수녀회 역사박물관 소장.
담배 '무궁화' 포장, 1946년, 조선전매청, KT&G 소장.
(왼쪽부터)

이후 무궁화 한반도 수놓기는 해방을 맞이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잃어버린 국토의 상징 아닌 독립된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표상하며 다양한 시각물에 표현됩니다. 해방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담배 포장, 농작물 파종에 대한 정보를 담은 달력, 종교적 성상의 배경 이미지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무궁화 한반도 지도가 활용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과 저항의 정치적 아이콘으로 주목 받았던 무궁화 한반도 수놓기는 해방 이후에는 특히 국가 제도와 이념을 전달하는 유용한 조형적 참조 대상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책장에 꽂아두면 좋을, 디자인에 대한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디자인 정치학』입니다. 디자인과 정치,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특정 디자인을 둘러싼 진보-보수의 진영 갈등? 또는 유명 디자이너의 정치색? 이 책은 이런 표면적인 것들을 말하는 대신, 보이지 않음에도 우리를 지배하는 이념과 편견들을 살펴봅니다. 정치란 곧 지배와 통치를 의미하고, 디자인은 이러한 지배와 통치를 반영하거나 또는 퍼뜨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치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통치하는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주인이라는 정치체계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말 주인인가라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 선택할 수 없거나 선택하지 않은 여러 가지 불합리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는 보편성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보편성이란 모두가 아니라 대체로 만족하는, 즉 합리적인 관점이고, 이 합리성이라는 목적 아래 소수의 관점은 묵살되는 까닭입니다. 한편 제한된 여건과 지면 속에서 가격경쟁력, 제품의 생산방식 등을 고려해야만 하는 현대 디자인에서도 합리성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이자 네덜란드의 그래픽디자이너인 뤼번 파터르는 우리를 지배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념 속에서, 익숙한 주변의 디자인을 다른 방식으로 보려고 합니다. 언어, 색상, 이미지, 상징, 정보라는 5가지 주제 아래 66가지 짧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디자인을 보는 자신의 관점 그리고 디자인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는 디자이너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학회 소식을 전합니다.

5월 31일, 우리 학회와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근대서지학회, 강원대학교 국문과가 함께 개최하여 국립중앙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학회 회원 및 관심있는 청중들이 모인 이번 학술대회의 모습을 간략히 담았습니다. 더욱 흥미로울 다음 학술대회도 기대해주세요.

한국디자인사학회
Design History Socie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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