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하나에서 열을 아는 법

얼마 전,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둔 채 둘러앉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속도로 음식을 먹는지, 먹을 때마다 나오는 습관이 있는지,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 중 무얼 먼저 집는지에 관한 대화였는데요. 아주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는 걸 보면서 ‘먹는 것’은 그 자체로 한 사람에 대해 꽤 많은 걸 알려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 숟갈 뜨기 전에 꼭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이는 보이지 않는 뒷면의 노력을 아는 사람일 테고, 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기는 이는 심신이 편안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이겠지요. 음식 ‘한 입’을 흔쾌히 나눠주는 이는 혼자보다 함께의 기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맛있다고 말하는 이는 표현하는 데 마음을 아끼지 않는 성격일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의 먹는 습관이나 취향은 그들이 살고자 하는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테니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AROUND》 99호에 담긴 식료품 브랜드 ‘인시즌’ 대표 김현정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문장 아래,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고 요리하는 그의 삶은 어떤 가치를 담고 있을까요?

바닥으로 떨어진 사과 . 누군가는 그걸 보며 지구의 모든 존재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견했다지. 바로 여기, 매년 윤기 나는 나무에서 얻은 사과들을 보며 새로운 발견을 해낸 사람이 있다. 연희동과 연남동을 오가며 식료품 브랜드인시즌In Season 꾸려온 김현정 대표는 익숙한 제철 식재료의 면면을 고루 관찰하며, 적절한 방식으로 재가공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음식을 만든다.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흘러가는 시간이 두고 가는 의미를 거머쥐기 위해 그는 부지런히 오늘을 살핀다. 우리는 덕에 고소하고도 달큰한 오늘의 맛을 음미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소개 문장이 인상 깊었는데, 인시즌의 지금을 알려면 무얼 봐야 하나요?

계절마다 문 앞 레터링을 바꾸고 있어요. 앞서 “가을은 무화과와 황금배의 계절”이라는 문장이었다면 지금은 “겨울은 깊은 밤과 노란 유자의 계절”이죠. 인시즌의 이번 겨울은 밤과 유자를 중심으로 디저트와 저장식을 선보이고 있어요. 공간 한편 팬트리를 보면 한쪽에는 유자, 레몬, 하귤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소금과 그걸 활용해 만든 저장식이나 피클을 두었어요. 치즈와 페스토처럼 식사의 기본이 되는 것들도 있고요. 반대편에는 단맛이 두드러지는 시럽과 넥타, 잼, 디저트가 있는데 음식에 ‘킥’을 더해줄 가공식이에요.

 

소금이나 치즈 같은 익숙한 이름 앞에 유자와 밤, 레몬, 하귤 같은 재료가 붙어서 특별한 쓰임이 있는 건가 싶었어요.

거꾸로 생각하면 저건 그대로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소금이나 치즈예요. 채소를 절일 때나 간을 맞출 때, 잘 구운 고기를 먹을 때 소금을 쓰듯 똑같이 사용하면 돼요. 손님들이 오시면 “이 소금 어떻게 써요?”, “이런 치즈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요?”라고 가장 많이들 물어보세요. 그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우리가 준비한 식사나 브런치 메뉴를 드셔보라고 권해요. 모두 팬트리에 있는 걸 활용한 거라, 인시즌이 소개하는 지금의 맛이 궁금한 분들께 적절한 답이 되거든요. 이 한 접시서 느껴지는 짠맛이나 단맛, 감칠맛 같은 모든 맛은 바로 저 팬트리 안에서 시작된 거죠.

 

(중략) 그러고 보니 재료 하나에 다양한 가공법을 쓰고 있네요. 한 가지 재료로 치즈와 넥타를, 다른 재료와 섞어 또 다른 치즈를 만들거나 시럽이나 소금으로도 만들잖아요.

매번 식사를 위해 열 가지 재료를 살 수는 없잖아요. 한 가지 재료를 열 가지 방법으로 먹는 게 제게는 중요한 삶의 방식이에요. 저기 팬트리에 있는 단호박 피클 보이세요? 얼마 전엔 이 피클을 어떻게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피클액이랑 살짝 갈아서 메인 메뉴에 소스처럼 곁들였어요. 다음 날엔 거기다가 삶은 병아리콩을 넣고 함께 갈았더니 후무스가 되었고요. 피클을 다 먹고 남은 액은 드레싱으로도 좋고 소면을 삶아서 적셔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모두가 이런 삶을 살긴 힘들죠. 분주한 일상을 사느라 새롭게 먹을 방법을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고, 요리에 소질이나 흥미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피클 하나에도 이렇게나 많은 쓰임이 있네요. ‘오병이어五餠二魚’라고 하던가요? 갑자기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요. 대표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웃음).

어머나, 그런가요(웃음)? 이렇다 보니까 더더욱 우리에게 같은 계절은 없어요. 주요한 소재는 같아도 저와 인시즌의 삶이 보여주는 결과들은 그때의 생각을 따라 매번 달라져요.

 

식재료를 다루는 일이나 나의 끼니를 챙기는 행위를 본래부터 친근하게 여겼는지 궁금해져요.

그렇진 않아요. 대학 시절, 혼자 서울로 올라와 자취할 때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그때 나의 삶에서 요리를 안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매번 새로운 음식점을 찾을 수가 없다 보니 한 동네에 오래 살면 먹는 음식이 늘 비슷해요. 그리고 사 먹는 음식의 한계치는 명확하니까 계속 소비적인 식사를 하기보단 무엇이라도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과일이나 야채를 조금씩 사서 샐러드를 해 먹거나 끼니를 간단히 챙겨 먹곤 했어요. 디저트는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고요.

 

미식, 과식, 소식이나 절식… 먹는 유형을 구분하는 말이 참 많은데 대표님은 어디에 가까운가요?

요리가 그랬듯 원래부터 음식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거든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만 먹으면 충분하다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인시즌의 삶을 살면서부터는 무엇 하나 먹을 때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하니까 완전히 달라졌어요. 맛있게 먹는 법을 터득하면서 자연스레 식사량도 늘고 먹는 일도 재미있게 느껴져요. 새로운 표현을 지어 보자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라고 할까요?

매번 식사를 위해 수십 가지 재료를 준비하기보다 한 가지 재료를 다양하고 맛있게 그리고 새롭게 먹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는 인시즌 김현정 대표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어진 99호 속 인터뷰에서 그는 ‘충분한 식사’란 “자신의 면면을 살피고 그때마다 필요한 것을 적절히 처방하는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기본을 놓치지 않는 태도야말로 주어진 삶을 살뜰히 보살피는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부터 현재,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충실한 마음가짐은 그때의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의미를 일상에서 건져내리라,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꼭 쥐고 나아가게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기사를 맛보며 제철의 새콤달콤한 맛이 궁금했을 독자분들을 위해, 어라운드와 인시즌이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직접 구매한 매거진 또는 서점이나 어라운드가 비치된 곳에서 인시즌의 공간 한 조각이 담긴 99호 표지 사진을 촬영한 후, 어라운드 매거진(@aroundmagazine)과 인시즌(@inseason_today)을 모두 태그해 인스타그램 스토리 또는 피드로 올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네 분께 계절이 바뀌는 이맘때의 맛을 한 병 가득 담은 금귤 콩포트와 금귤 피클을 선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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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 다음 계절의 내음이 언뜻 스쳐 가는 알아챘습니다. 바람이 부는 와중에 전보다 온순해진 햇살을 느껴보기도 했고요. 조금씩 길어지는 해를 선명한 증거 삼아 겨울과 작별하고 봄을 마중 나갈 날을 기다려 봅니다. 3월의 허리춤에 찾아올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난 걸음 전하고픈 이야기를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어라운드가 건네는 하나의 질문, ‘Question’

“이맘때에는 어떤 요리를 가장 먹고 싶어요?”


매거진 한 권이 오롯한 모습으로 완성될 때마다Question’을 통해 독자분들께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은 ‘스튜디오 고민’ 안서영 디자이너가 마음속에 오래 남아 여전히 푸근하고 다정한 추억을 불러오는 식사 시간에 대해 말합니다. 짧은 영상을 통해 그의 이야기가 매듭 지어지면, 우리는 이맘때에 어떤 요리가 떠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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