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녀? 이대 다니는 여자, 그런 건가?’ 저는 얼마 전 기사에서 ‘이대녀’를 처음 접하고 한동안 어리둥절했어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일상적으로 쓰이는 ‘이대남’을 떠올리고 나서야 ‘이대녀’가 20대 여성을 줄여 이르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20대 여성 당사자인 제게도 낯설었던 신조어 ‘이대녀’는 20대 여성이 아닌 정치인과 기성 언론의 입에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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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심을 정하지 못한 ‘이대녀’를 잡는 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제야 정치인과 기성 언론의 입에 ‘이대녀’가 오르기 시작했어요. ‘이대녀’는 보이지 않는 듯 ‘이대남’에게 구애하던 정치 전략이 ‘이대녀’를 돌아보기 시작한 거예요. 하지만 얼떨결에 ‘이대녀’에 속해버린 저는 ‘이대녀’ 범주에 대한 찜찜함을 버릴 수 없었는데요, 이 찜찜함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첫째, ‘이대녀’ 구분에 모든 20대 여성의 삶이 담길 수 있을까? 둘째, 과연 ‘이대녀’ 구분이 필요할까?

 

  오늘의 믿고 보는 파란의 Pick은 잡지 <우먼카인드 Vol.11 : 정치하는 여성들이 가져올 미래>입니다. <우먼카인드>는 여성의 언어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문화 잡지이자 계간지입니다. 매 호를 관통하는 주제와 관련한 여성들의 삶과 경험, 생각이 오롯이 담긴 에세이와 인터뷰를 만날 수 있어요. 또한 주제와 별개로 나라를 하나 선정해 그 나라의 예술가, 작가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일상을 담아내요. 우먼카인드는 전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각 나라의 차이를 뛰어넘어 여성의 문제가 갖는 보편성을 느끼도록 하고, 연대🤝를 전지구적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우먼카인드 11호의 주제는 바로 정치입니다. 남성 중심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여성 의제는 점점 후순위로 밀리고, 여성들의 생존과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어요. 이런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을 수 있어요. 김진아 대표가 여성의당 창당을 결심한 계기와 그 과정을 담은 에세이 <여성에겐 자기만의 당이 필요하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정계 입문 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고민💭을 들려주는 인터뷰 <우리가 열망하는 변화>가 실렸어요. 그 외에도 세계 여성 정치인이 바꿔가는 정치 지형과 여성 연대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부당한 상황 속에서 굴복과 침묵 대신 요구하고 들고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요.

 

   영국 여성들의 삶과 그곳의 예술, 문화도 접할 수 있습니다. 영국 여성참정권 운동가였던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여성참정권 운동의 전말과 일생, 런던 로열 코트 극장 예술감독🎤 비키 페더스톤이 들려주는 리더의 자질과 예술에 대한 생각은 눈여겨볼 만 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여성의 이야기, 시선이 담겨 있어서 더욱 공감하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답니다. 먼저 <우먼카인드>를 읽은 파란🌊의 감상도 전해드릴게요.

   이 잡지는 ‘정치하는 여성들’이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지는 글들이 수록된 잡지였다. “여성의당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라는 질문보다 “여성의당은 왜, 지금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라는 질문이 더 필요한 질문이라는 여성의당 공동대표 김진아씨의 글은 여성이라는 단체에게 정당과 의석이 얼마나 필요한지 강조한다. 또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공적 자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정이  ‘여성의 연약함’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부분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직업명 앞에 붙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생성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이야기 말고도 여성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이 다채롭게 준비된 잡지이기 때문에 꼭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