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지불 갈등을 벌였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상호 합의로 소송전을 끝냈습니다. 지난 18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요.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와 관련한 재정 신청을 낸 지 3년 10개월 만에 분쟁이 종료된 겁니다.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내년 상반기부터 스마트폰·IPTV용 넷플릭스 번들 요금제를 출시합니다. 또 SK브로드밴드 Btv에 넷플릭스 앱이 탑재되고, SK텔레콤 구독 플랫폼 T우주에서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판매하죠. 양측은 개인화 가이드, 대화형 UX, 스트리밍 등 분야에서 기술 협력도 추진합니다.
분쟁 요인이었던 망 사용료와 관련한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파트너십 세부 조건에 비밀유지계약(NDA)을 걸어 내용을 공개하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했죠.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받아야 할 망 사용료가 4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만큼, 넷플릭스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렀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데요. 양측이 갑작스레 분쟁을 종료한 배경에는 소송전을 이어나갈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공감대가 작용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6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넷플릭스와 협력이 필수였고, 넷플릭스는 사법 리스크와 부정적인 여론에서 벗어날 계기가 필요했죠.
결과적으로 망 사용료 분쟁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꼽혔던 소송이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ISP(인터넷제공사업자)에 대한 CP(콘텐츠사업자)의 망 사용료 지불 의무를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채 소송이 종료됐기 때문이죠.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 명목으로 실제 비용을 지불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합의에 따른 소송 종결로 망 사용료의 모호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죠.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분쟁 종결로 국회에서 논의됐던 망 사용료 지불 의무화 입법의 추진동력이 상당부분 상실될 것 같은데요. 이번 소송이 망 사용료 문제를 당사자 간 협의로 해결할 게 아니라 법적 의무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법 논거로 활용돼왔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이동통신 3사와 모두 합의에 도달했다며 입법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죠. 더군다나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는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시작조차 못했기 때문에 입법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다음 달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망 사용료 문제가 거론될지 지켜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