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재판이 일단락됐습니다.
코트레터
2026. 4. 30.

코트워치 기자들이 이번 주 주목한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쓸 말이 없는 대법원 취재기

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노동절 휴일을 앞두고, 하루 일찍 코트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오늘 오전 대법원 법정에 다녀왔습니다. 영상 중계가 아니라, 직접 가서 취재한 건 처음인데요.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小部), 대법원 3부 선고라서 대법관 4명이 들어왔습니다.

 

법조 출입기자가 아니면 컴퓨터를 못 쓰게 하는 건 대법원도 서울 서초동의 다른 법원들과 동일했습니다.

 

형사사건인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재판의 결론을 직접 보기 위해 갔기 때문에, 컴퓨터 대신 종이 노트를 꺼내놓고, 민사·행정사건 선고를 들으며 기다렸습니다.

 

대법관들이 판결의 '결론'만 빠르게 읽었기 때문에 내용을 알 수 있는 사건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기다리던 사건번호가 불렸습니다. 2026도999. 자세를 조금 더 전투적으로 고쳐 앉고, 손으로 빠르게 받아쓸 준비를 했습니다.

 

대법관이 말했습니다.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앞선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건 역시 그렇게 순식간에 끝이 났습니다. 굳이 컴퓨터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법원의 평온을 침해하는 '침입'


대법원 결론에 주목하게 됐던 건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유죄 선고 때문이었습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침입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른 피고인들과 선을 긋기는 했습니다. 후문 안쪽 담벼락에서 촬영만 했을 뿐, 시위대와 합세해 '다중의 위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윤석 감독만 건조물침입죄, 다른 피고인들은 특수건조물침입죄를 적용했습니다.)


정윤석 감독은 기록을 위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작품 활동의 경우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하여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지 등 정당행위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법원 경내에 진입하지 않고서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영상을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이 인정되기도 어렵다."


이 대목을 읽으며 예술가의 작업은 왜 손쉽게 '개인적인' 활동으로 치부되는 건지 생각했습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 작업의 공적인 역할, 당시 급박했던 후문 안쪽의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대법원이 (1심이나 항소심과는 다른 판단으로) 예술가의 기록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일에 제동을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법원도 1심과 항소심의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아직 판결문이 올라오지 않아서 보도자료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대법원의 판단 근거는 나오지 않고, 항소심에 잘못이 없다는 결론만 간단히 나와 있습니다.


* * *


저는 몇 달 전부터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시리즈를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재판 과정과 판결은 물론이고, 서울서부지법이 발간한 백서도 이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나 대안을 찾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확정된 선고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코트워치 프로젝트(링크) 하단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노동절과 어린이날 평안히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6분의 지원을 받아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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