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OMPANY w/HRer 

Issue 33 (시즌3 시작). 조직을 망치는 리더의 심리적 위험 요소
by jason KIM

안타까운 소식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뉴스를 종종 접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상사로부터 가해지는 과도한 성과 압박과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을 보면 HRer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명의 직장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데 있어, 객관적인 처우나 근무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관적인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주관적/심리적 요소는 결국 인간관계가 많은 것을 좌우할 텐데, 이 인간관계의 메인은 결국 리더와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그 근거로, 최근 영국의 UKG 노동인구연구소(The Workforce Institute at UKG)가 10개국 3,400명의 직장인으로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69%의 직장인이 정신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직장 상사를 뽑았습니다. 특히, 직장 상사에게 받는 압박 등 부정적인 정신 환경은 가정생활(71%), 일상(64%), 인간관계(62%)의 순으로 직장인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리더십 디레일러는 무엇인가?

리더십 디레일러(derailer)는 리더가 현재의 직책에서 이탈할 수 있는, 겉으로 자주 드러나는 심리적 위험 요소입니다. “de-rail”이 선로에서 벗어나는 것, 즉 탈선(脫線)을 의미하니, “derailer”는 리더의 자리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뜻입니다. 학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이 리더십 디레일러는 조직의 리더로서 지양해야 할 행동 유형으로서, 관리자가 보유한 리더십의 발휘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며, 궁극적으로는 실패의 원인입니다. 다른 말로는 “leadership derailment factor”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 예시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누구나 심리적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적어도 하나씩은 심리적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이 타고난 기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일 수도 있으며, 특정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한 개인이 조직 내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문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지위가 낮을 때는 본인의 심리적 문제를 잘 감추려고 합니다. 또, 그런 문제가 미치는 영향의 범위도 제한됩니다. 그러나 지위가 높아지면 더 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적 문제를 감추기 어려워집니다. 자신도 권력이 있다 느끼기 때문에 이를 굳이 애써 감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의 권력이 확대된 만큼 이 심리적 문제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집니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리더의 심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 방법 중에는 심리검사도 있고, 전문가의 코칭도 있을 텐데, 저희도 다면진단에서 타인의 눈에 비친 각 리더의 심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하여 보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누적된 해당 결과를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J& COMPANY의 리더십 디레일러 정의

저희 회사는 리더십 다면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항이 4~5개의 섹션(section)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리더십 디레일러입니다. 다만, 본격적인 심리검사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MMPI 같은 전문적인 심리검사 도구처럼 많은 문항을 쓸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십 디레일러 중에서 몇 가지만 진단하도록 개발했습니다. 그 디레일러에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강한 것 같은데, 무기력증에 좀 더 가까운 개념입니다. 만사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는 ‘히스테리’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이유 없이 가슴 속에 화(火)가 많은 상태입니다. 세 번째는 ‘사회성 부족’입니다. 협력보다는 과도한 경쟁을 추구하고, 사람과 건강한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편집증’입니다. 완벽주의자, 또는 통제에 집착하는 control-freak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다섯 번째는 ‘강박증’입니다. 편집증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강박증은 목적이나 이유가 정확하지 않은 불안입니다. 그 막연한 불안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고 주변 사람을 괴롭힙니다. 여섯 번째는 ‘자신감/주도성 결여’입니다. 본인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에 과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커뮤니케이션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는 ‘협소한 시각’입니다. 자기 말만 옳다고 믿는 독불장군과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꼰대’가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죠. 마지막으로 ‘대인관계 미흡’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을 말을 쉽게 하거나, 후배 직원들을 본인의 도구나 부품처럼 취급하는 것입니다. 고상한 표현으로 ‘인간의 도구화’가 잘 어울리죠. 사실, 이 마지막 위험 요소를 만들 때 생각했던 원래 표현은 ‘소시오패스’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강하고 범죄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순화시킨 것이 지금의 표현입니다.

다면진단 결과를 통해 본 우리나라 리더의 디레일러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 리더십 다면진단은 전문적인 심리검사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가 진단이 아니라 타인의 눈에 비친 리더 행동을 통해 진단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는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 글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 여러 기업의 다양한 직종에 재직 중인 수천 명 리더에 관한 정보이므로 어느 정도 경향성을 드러내는 결과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위 8개 디레일러 중에 어떤 것이 많이 나왔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우리나라 기업의 리더들은 어떤 문제 행동을 많이 할 것 같은가요? 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습니다만, 빅데이터 속에는 어느 정도 경향이 나타납니다. 

1위는 우울증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현상입니다. 특히, 조직 규모가 크고 업력이 긴 회사일수록 이 우울증이 높게 나옵니다. 장기간 계속해서 업무량이 많거나 시간외근무가 많을수록 우울증도 높아집니다. 한마디로, 지쳐가는 것이죠. 리더 개인으로 보면, 리더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우울증이 높아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우울증이 무기력에 가깝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래 한자리에 있으면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표현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2위는 편집증입니다. 앞서 완벽주의 성향에 가깝다고 말씀드렸듯이, 성공한 리더들에게 어느 정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업종이나 직무가 꼼꼼함을 요구하는 경우에 이 편집증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일을 잘하려면 어느 정도의 편집증은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것이 너무 과해서 집착적인 성향을 보일 때는 문제가 되겠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경향의 리더십 스타일을 보이는 분들이 이 편집증이 높게 나옵니다. 또한, 리더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관리자들도 이 편집증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권한위임과 성과관리에 서투르다 보니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위는 히스테리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짜증을 자주 부리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 리더십 디레일러 중 이 히스테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피해를 주는 단계로 접어드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울증이나 편집증은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주기는 해도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히스테리는 슬슬 ‘나쁜 리더’의 길에 접어들게 하는 마중물 같습니다. 히스테리가 심해지면 주변 사람들이 그 리더의 눈치를 보면서 피하게 됩니다. 그러면 의사소통의 횟수와 질이 현저하게 감소하며, 업무에서도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집니다. 히스테리가 심해진다는 것은 자아성찰이 안 된다는 것과 동의어라 생각합니다. 히스테리는 스스로 자기감정을 들여다보거나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리더가 자아성찰 또는 메타인지가 고장 나면 그때부터는 개선될 가능성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팬데믹 상황과 최근의 불경기 때문에 이 디레일러에도 작은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산업에 따라 업앤다운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조직 분위기와 성과, 그리고 업무량도 극과 극으로 달라졌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업종의 회사에 있는 리더들은 실적은 좋지만 그만큼 업무량이 폭증하여 ‘편집증’과 ‘히스테리’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게 더 심해지면 일부 리더들은 ‘대인관계 미흡’이 상승하기도 합니다. 점점 소시오패스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리더들이 이 상태까지 가면 실적을 위해 조직문화나 인간관계를 희생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합니다. 반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업종의 리더들은 ‘우울증’과 ‘강박증’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해지며,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걱정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든 안쓰럽고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위험한 리더들에 대한 조치

HR 업무가 다 그렇듯 이 이슈를 다루는 절차도 비슷합니다. 우선, 문제가 있는 리더를 잘 알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인지(detection)이고 선발(selection)이죠. 리더에게 심리검사를 하게 해도 되고, (익명성이 잘 보장되는 조건에서) 제보를 받아도 좋습니다. 아니면 다면평가 또는 동료평가(peer review) 시에 해당 내용을 넣어도 괜찮습니다. 퇴사자 면담 시에 해당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사내에서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의 익명 게시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심각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업무 상황이나 환경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문제인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그런 문제를 보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일시적인 것이라면 리더를 리프레시(refresh) 휴가 보내는 정도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지속된 문제라면, 리더가 전문가의 코칭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칭을 통해 리더가 본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문제가 있는 리더는 본인이 심리적으로 또는 리더십 행동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당사자에게 잘 커뮤니케이션하고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든지, 아니면 스스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HRer의 어려운 미션입니다.


리더의 문제 행동이 1년 이상 지속되어 온 것이거나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개선 노력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심리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리더 밑에는 꼭 한 명의 희생양이 있습니다. 피해자를 찾았다면, 그 피해자와 리더를 분리하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리더가 아니라 그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문제가 심각한 리더는 개선 기회를 주되, 과감히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리더 중에 자신의 노력만으로 문제 행동을 고치는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권고사직을 고려한 Outplacement 절차를 진행할 것을 추천합니다. 이 대목에서 칭기즈칸의 책사였던 야율초재가 한 명언을 인용하겠습니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Are you still an effective team?”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오는 <오블리비언(Oblivion)>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저는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한번 시청할 것을 추천합니다. 꽤 재밌고 메시지도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원격으로 주인공에게 일을 주고 관리하는 팀장(나중에는 사람이 아닌 AI로 밝혀지지만…)이 반복적으로 묻는 말이 있습니다. “Are you still an effective team?”이라고 말이죠.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질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뻔했습니다.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을 테니 제대로 성공한 셈이죠.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대사를 원문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좀 다르게 해석하게 됩니다. Google에서 찾아보니, 외국에서는 이 대사를 (나쁜 의미로서) ‘Mission-control’ 또는 직장 내 가스라이팅의 상징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비즈니스는 냉혹한 세계라고 말합니다. 비즈니스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높고 훌륭한 것이더라도 돈을 벌지 못하면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능하고 로열티가 높은 구성원으로 가득 찬 회사를 꿈꿉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향하긴 하나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은 것이죠.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수많은 다양한 인간들이 섞인 조직을 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Z세대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그 다양성(diversity)이 더 증가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다양성을 잘 다루는 HR이 필요합니다. 이를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최고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구성원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HR이 필요합니다.


저는 저 영화 속 대사를 이렇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re you still a healthy team?”이라고… 이러한 질문이 많이 오고 가고, HR이 이러한 건강도를 자주 확인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더 오래 번영하는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ESG 경영도 결국 이러한 건강함과 건전함에 초점이 있는 것일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네요. “당신은 여전히 건강한 HRer입니까?”, “귀사의 리더와 구성원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건강합니까?”, "귀사는 구성원의 건강함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 J& COMPANY w/HRer 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화요일 오전에 찾아뵐게요.
J& COMPANY
mm@jncompany.net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10 연세세브란스빌딩 17층
<J& COMPANY w/HRer>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지적자산이며, J& COMPANY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으로 이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합니다.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