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을 살리는 것이 지역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 부산회생법원은 국제신문 회생 계획을 조속히 인가하라—
부산·울산·경남을 대표하는 일간지 국제신문이 창간 8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존폐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대주주의 무책임한 경영 끝에 100억 원대의 임금과 퇴직금이 체불되었고, 구성원들은 밀린 임금 채권을 모아 스스로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새 인수 예정자가 확정되었고, 재직자들은 체불임금 일부를 반납하는 고통까지 감내했습니다. 그러나 대주주이자 최대 채권자인 능인선원은 여전히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27일 열린 국회 종합국정감사에서도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여야가 함께 증인으로 채택한 능인선원 지광스님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을 피했으며, 국회가 발부한 동행명령마저 집행되지 못했습니다. 회생 절차 종료 시한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사태의 책임 당사자가 국민의 대표 앞에 서는 일조차 거부한 것입니다.
부산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제신문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고, 언론계와 노동계도 기자회견과 농성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신문 문제는 이제 한 언론사의 경영난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현안이 되었습니다.
1947년 창간 이래 국제신문의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신문을 찍었고, 군사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지역의 정론을 지켰습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강제 폐간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989년 시민들의 성원 속에 복간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습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지역 문화를 충실히 기록해 온 국제신문은 부산 시민의 ‘사회적 공기(公器)’였습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에게 국제신문은 오랜 친구이자 믿을 언덕이었습니다. 소외된 이웃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 주었고, 환경·노동·인권·문화 등 시민들의 고민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한목소리로 연대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받은 도움에 대한 당연한 응답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국제신문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며 자유 언론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지역 언론이 사라진 자리에는 침묵만이 남습니다. 권력 감시가 멈추고, 지역 현안은 외면당하며, 지역의 문화와 기억은 기록되지 못한 채 잊혀갈 것입니다. 국제신문을 살리는 것은 곧 지역 민주주의와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지역 공동체를 영속시키는 일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주주의 막무가내식 비협조 속에서도 스스로 권리를 내려놓으며 회사를 지켜 온 구성원들의 헌신과, 국제신문이 다시 서기를 바라는 지역사회의 간절한 염원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80년 가까이 쌓아 온 언론으로서의 가치와 자산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국제신문이 조속히 정상화의 길을 찾아 지역 정론지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아울러 능인선원은 더 이상 회생 절차를 가로막지 말고 대주주로서 대승적으로 마지막 책임을 다하기 바랍니다.
우리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신문이 위기를 딛고 시민 곁으로 돌아올 때까지 힘을 모으고,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26년 10월 29일
국제신문 정상화를 바라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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