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5일 아침 - 출근준비 16호
1. 바삭바삭 : 함께 만들어가야 할 길 ✊
2. 부들부들 : 건설노동자 양회동 님의 희망
3. 어울더울 : 당연하지 않은 것들 🙂
4. 냠냠찹찹 : 즐기고 음미하는 요리 🥣
안녕하세요, 출근준비 구독자님
김민아 노무사입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 노동법도 노동조합도 없던 적이 있었어요. 일하는 사람은 하루에 12시간이건 16시간이건 물량을 맞추는데 필요한 시간만큼 강도 높게 일해야 했고 공정이 돌아갈 때 언제든지 일할 수 있도록 현장 근처에서 먹고 자며 대기 상태로 살아야 했습니다. 휴일도, 휴가도 없다가 현장 사정으로 한 번씩 쉬라고 하면 그제야 갑자기 쉴 수 있었지요.

 

돈은 많이 벌었을까요? 이상하게 일을 하면 할수록 더 가난해졌어요. 노동시간은 늘어났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았거든요. 생활하기에 턱없이 적은 임금인데 심지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제때 못 받을 때도 많았어요. 두 달 석 달씩 임금이 밀려도 혹시 밀린 임금조차 받지 못 할까봐 그만 둘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로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프면 참다 참다가 자기 돈으로 치료받아야 했어요. 그러다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면 쫓겨났습니다. 산업재해라는 개념도, 부당해고를 막을 수도 없었으므로 보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안전하지 않은 현장에서 누가 일하다가 죽었다고 소문이 날까 봐, 체불되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라도 이야기할까 봐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옛날이야기 같은가요? 

20년전쯤 산업혁명-자본주의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의 노동자들 이야기 같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2000년대 건설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2006년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처음으로 공인노무사로서 일했던 직장이 바로 건설노조(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였거든요.
새내기 노무사였던 저는, 제가 공부했던 노동법(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법 등)이 건설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목격하곤 했습니다. 

 

건물을 짓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기 위해서(그래야 비용이 적게 드니까요) 일주일 내내 휴일 없이 새벽부터 일을 시켰던 건설회사에 건설노조는 일주일에 ‘하루’는 건설노동자들이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하다가 사람이 다쳐서 죽으면 입찰 점수에 영향을 받을까 봐 쉬쉬하면서 안전보호의무(ex. 안전장구 지급조차도!)를 다하지 않았던 것을 감추데만 급급했던 건설업체에 건설노조는 "산업안전법 위반이다!" 문제제기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을 바꿔나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고 안전장비도 지급받고 있지요.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역할 


임금은 어땠을까요? 임금을 60일 이상 깔아두면서 지급하지 않는 이상한 관행이 있길래 임금체불-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려고 했더니 누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장인지 밝혀내는 데만 몇 달이 걸렸습니다. 찾아낸다 해도 이미 건설현장이 없어졌거나 그 사장은 멀리 도망간 상태였지요.

건설현장은 다단계로 사람을 데려다 쓰는 구조('다단계 하도급'이라고 하지요)라서 일하는 사람이 어떤 고용형태로 누구 소속인지 알 수 없었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도 없었거든요. 건설노조는 이렇게 다단계로 사람을 데려다 쓰는 구조를 금지하고, 건설업체가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법을 요구했고 결국 그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건설업체와 근로계약서를 투명하게 쓰고요. 중간에 임금이 사라지는 일도 줄었지요.


정권이 노동조합을 혐오하면 지지율이 오른다


정부가 지지율이 떨어지다가도, 노동조합을 공격하면 갑자기 지지율이 오른다고 해요. 정부는 화물연대에 이어서 건설노조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건설노조를 '건폭' 이라고 호명하고, 올해 초에는 그동안 교섭을 통해 이루어지던 요구와 협상의 과정을 '공갈죄', '협박죄'라며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어요. 심지어 경찰은 고발 건수 높이는 것에 특진이 걸려있어서 ‘민주노총 교섭위원 OOO’ 을 고발한다고 적어둔 고발장 양식을 건설업체들한테 배포하는 등 더 과열되었다고요.

결국 건설노조 조합원 950여명이 무더기로 소환되었어요.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5월 1일 강원지역의
건설노동자 양회동 님이 검찰에 항의하며 돌아가셨습니다. 오히려 현장의 소장들이 "(건설노조의)협박이나 강요가 없었다고 했는데 왜 자꾸 사람을 몰아가느냐"며 경찰에 항의할 정도였다고 하니까 그 압박이 엄청났을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탄압하는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강압수사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바랍니다.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님의 명복을 빕니다.

👉[경향신문] “다시는 이런 아픔 없도록 해달라” 연대·애도 넘친 양회동 지대장 빈소


관련해서 궁금한 점에 대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1)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전임비를 요구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이것 말고도 정부가 건설노조를 괴롭히고 있는 사례들이 있나요?

3)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는 영상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 고 양회동 님의 유서 중에서

고 양회동 님은 최근에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셨던 분이라고 해요. 건설현장에서 당연한 줄 알았던 문제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시면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사람답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실천을 하셨을 그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고 양회동 님의 명복을 빕니다. 

*매일 저녁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 🙂


지난 주말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안내산악회라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등산을 다녀왔어요. 안내산악회는 인터넷 카페에서 산행지를 골라 전세버스를 타고 산에 다녀오는 일회성 산악회인데요. 등산하기 딱 좋은 봄 날이기도 했고, 토요일이라 그런지 산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답니다.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 산행지를 찾으려고 카페에 접속했어요. 다음주 토요일에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신청자가 가득 차 있더라고요. 반면에 일요일에 출발하는 버스는 텅 비어있었어요. 다들 토요일에 열심히 운동도 하고 나들이도 다니다가, 일요일에는 못 다한 집안일도 하면서 푹 쉬려는 계획인가봐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이틀동안 쉬는 일상이 익숙할거예요. 오늘 어울더울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제도가 만들어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해요.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 중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만들어진 건 없거든요.


20년 전 산별교섭으로 본격화 된 주5일제


주말 이야기를 했으니까, 주5일제(주 40시간제)부터 이야기를 해볼게요. 주5일제법이 통과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2003년입니다. 논의가 시작된 건 그로부터 5년 전인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외환위기로 실업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한 거죠.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임금, 휴가일수, 제도 도입 시기등을 두고 논의를 해 온 끝에 2003년이 되어서야 법을 제정할 수 있었습니다.


법안 제정에 불을 붙인 것은 금속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의 산별교섭(한 회사가 아니라 산업단위의 교섭)이었어요. 금속노조가 2003년 7월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했고, 그로부터 3주 뒤인 8월에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5일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노동현장에서의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거죠.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늘 그렇듯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생산성이 떨어져서 나라가 망하고 경제가 망한다, 월요병이 더 심각해진다는 등 다양한 우려가 있었지만, 금속노조는 수 차례의 교섭과, 파업 투쟁을 통해 주5일제를 쟁취해냈고 국회 역시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주5일제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경제가 망했나요? 나라가 망했나요? 아뇨, 우리 삶이 더 행복하게 달라졌죠.


“그거 직장내 괴롭힘 아니야?”


주5일제로 일터 밖에서의 삶이 바뀌었다면, 일터 안에서의 삶은 어떨까요. 예전에 저는 직장 상사가 괴롭히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할 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때려치라는 말 말고는 방법이 없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야, 그거 직장 내 괴롭힘 아니야? 신고해!” 라는 말을 하곤 해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나서 일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부당한 일들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게 됐어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만들어진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사회적 이슈가 있었어요. 기억하고 계실 지 모르겠지만 2014년 대한항공의 일명 ‘땅콩 회항’사건, 2018년 서울아산병원의 신입 간호사가 ‘태움(병원 내 집단 괴롭힘)때문에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 2018년 말 IT기업 위디스크의 양진호 회장이 직원을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보호를 받는 법안도 의결됐어요. 현장실습생들이 적용받는 조항인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이 추가로 적용된 거죠. 2017년 콜센터 현장실습 도중 실적 압박을 호소하다 자살한 전주 콜센터 홍수연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한 뒤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고 해요.


5월은 노동절이 있는 달이예요. 지난 출근준비 ‘부들부들’에서도 잠깐 소개해드렸었죠.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한 파업이 1886년 5월 1일에 있었던 것이 노동절의 유래입니다. 당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진압하던 경찰의 발포로 10여명이 죽고 130여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어요.


이렇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누군가의 희생,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늘 이런 사실들을 생각하면서 토요일에 놀고, 6시에 퇴근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절이 있는 5월만큼은 이런 사실을 잠시나마 기억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여전히 탄압받고 있는, 외롭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해주신다면 그 분들께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싸우다 사망하신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즐기고 음미하는 요리 🥣

저는 정신 없이 요즘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인생 첫 개업을 했거든요. 연희동 홍제천 골목에 작은 채식식당 ‘베지스’를 차리고, 손님들을 환대하고 서빙하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어요. 


식당을 하면 메뉴에 있는 맛있는 걸 자주 만들어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성껏 준비해둔 재료 1인분이 소진되는 것이라 아까워 잘 못먹겠고, 불을 쓰지 않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걸 먹고 쉬고 싶기에 요 며칠 제 주식은 옆가게에서 파는 김밥입니다.


그러다 얼마 전 “보혜님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이 질문을 듣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저는 요리를 전공하지도 배우지도 않았고, 집밥을 정성껏 지어 친구들을 초대해 나누어 먹는 일을 즐거워하다가, 제철 식재료와 채식에도 관심이 많아지며 그걸 더 알리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그러다 본업이 된 케이스인데요. 알아가고 해보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서, 나와 타인을 대접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고 동의하는 것을 알리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했던 요리가 본업이 되면서는 어쩔 수 없이 ‘효율'의 관점으로 보는 일이 되더라구요. 


손님들을 대하는 일과 장사는 처음부터 일로 접근했으니 일로서 아직 재밌지만, 요리는 오로지 생활과 재미의 영역에 있던 것이 일으로 넘어온 것이라, 아직은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음식을 하는 일’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천천히 다시 목적을 가다듬고, 제가 해나가고 싶은 방향에 부합하게 해나가야지.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가 즐겨보던 요리 채널들을 소개하려 해요. 효율의 관점이 아닌 즐기고 음미하는 행위로 요리를 해나가는 채널이에요. 

하루하루 문숙 : 배우 문숙님이 운영하는 채널입니다. 음식과 몸에 대한 올바른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는 채널이에요. 제철 식재료 자연식 레시피 콘텐츠가 많아 아침 식사에 참고하기도 좋습니다. 


과나 : 레시피로 노래를 만들어 애니메이션 뮤비를 만드는 유튜버 입니다. 저는 다양한 재료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레시피와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노래하는 비빔밥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레시피대로 해먹어본 적은 없지만, 레시피 노래를 듣다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서 자기전에 종종 듣는답니다.   


  • 이번 달에 구독자님들이 보내주시는 후원금은 고 양회동님 투쟁 후원금으로 보태겠습니다. 
    [후원계좌] 카카오뱅크 7979-11-18795 (예금주: 김민아)
    [직접후원] 신한은행 140-014-178526(예금주: 전국건설노동조합) 

  • 이은주, 정혜란, 이진아, 오채은, 노명호 님께서 4월의 출근준비를 후원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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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달은 14일이 일요일이라서 15일 아침에 발송했어요. 매월 14일 출근길의 선물같은 레터가 되겠습니다. 오늘 출근준비도 이팅입니다! 

💌 출근준비를 만드는 사람들 : 조승연 그리는 마음의 대표예요. 일하는 사람의 마음에 잘 공감합니다. 김민아 노동교육센터 늘봄 센터장이에요. 일하는 사람의 자부심을 사랑하지요. 최유리 어쩌다보니 한 직장에서 11년차.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해요. 강보혜 비건식당 베지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음식을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노동교육센터 늘봄 
💌laborspring20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