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장맛비와 더위 피해 없으십니까?

이번주는 길보인지 흉보인지 가늠이 안가는 소식으로 시작합니닷. 지난주 전해드린 ‘포항 아기 고양이 홍시 사건’의 피의자가 사건 발생 9일 만에 체포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전 동물학대 수사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검거라 동물단체에서도 경찰의 적극적인 초동대처가 체포까지 이어진 긍정적 사례라 평가했는뎁쇼.

그러나 이어진 뉴스에서 이 피의자의 지문이 2020년 포항 한동대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학대자의 지문과도 일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죠.(🔗자세히 보기) 한동대 길고양이 연쇄살해사건은 2019년 8월부터 최소 7개월 동안 포항 한동대 및 포항 시내에서 고양이 8마리가 죽거나 다친 사건입니닷.🔥🔥 당시 시민과 경찰이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결로 남았던 사건입죠.

이제라도 학대자가 검거돼 과거 사건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기쁜 일입니다만, 2019년 당시 이 학대자가 바로 검거됐더라면 어땠을까요. 겨우 4-5개월령의 아기 고양이 ‘홍시’가 초등학교 인근 급식소에서 무참한 사체로 발견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고양이는 종종 문화적 편견의 희생자가 된다. 어린 시절 가혹한 동물학대를 저지른 바 있는 공격적 성향의 범죄자 16명을 대상으로 한 펠트하우스와 켈러(Felthous and Kellert, 1987)의 연구에서, 그들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고 가장 희생된 것으로 밝혀진 동물 역시 고양이였다.”

-〈동물학대의 사회학〉, 클리프턴 P.플린

일에 지쳤을 때 어린 동물 동영상을 보면 갑자기 행복한 기분이 들어. 크고 빛나는 눈동자에 납작한 단추 같은 코, 부드럽고 복슬복슬한 털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야. 반려동물뿐 아니라 가축이나 심지어 하마나 악어도 새끼 때는 귀여워.

이런 점을 일찍이 20세기 중반에 간파한 사람이 동물행동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콘라드 로렌츠야. 그는 아기가 귀여운 건 부모의 돌봄을 이끌기 위해 그런 형질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보았어. 이걸 ‘유아 도해’(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 불렀는데 쉽게 말해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기는 모두 몸에 견줘 머리가 크고 뺨이 통통하며 이마는 튀어나왔고 코와 입은 작으며 몸매가 각지지 않고 둥글다는 거야.

유아의 형질은 모습뿐 아니라 행동거지에도 나타나. 아기코끼리처럼 뒤뚱거리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걸 보면 귀엽다고 느끼지. 또 아기 특유의 까르르 웃는 소리나 냄새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지. 꼭 동물이 아니더라도 미니 쿠퍼 같은 자동차를 볼 때도 그렇잖아. 1959년 처음 이 차를 설계했을 때부터 ‘작지만 충실한’ 같은 개념과 함께 ‘아기와 같은 귀여움’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 실제로 큰 전조등과 둥글둥글한 형태는 아기의 눈과 몸매를 연상케 하지. 귀여움은 아기와 반려동물을 넘어 장난감 만화 자동차 등 상품에까지 자리 잡은 문화적 현상이 됐어.

그 배경이 뭘까. 귀여운 동물을 보면 ‘눈이 크고 코는 작고 몸매가 둥글둥글하니 귀엽네’라고 생각하나? 그냥 즉각 ‘아이 귀여워’ 하잖아. 귀여운 동물을 보면 1초도 되지 않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도파민은 쾌감과 즐거움에 관련한 신호를 전달해 인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야. 

귀여운 녀석을 보면 무슨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돌봐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얘기. 흔히 남성보다 여성이 아기를 더 귀여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심리학 연구를 보면 남성이 그런 표현을 꺼려서 그럴 뿐 귀여워하는 정도에는 성별 차이가 없대. 인간의 타고난 특성이란 거지.

그렇다면 왜 이런 무조건적인 반응이 생겨났을까. 진화생물학자들의 답은 우리 스스로 그런 반응을 만들었다는 거야. 사람을 보자고. 아기는 다른 동물에 견줘 아주 무기력하게 태어나잖아. 소나 말처럼 태어나자마자 걷는 건 고사하고 몇 년을 돌봐야지. 직립보행을 위해 그렇게 된 거지만 돌봄을 이끌어 내는 귀여움 없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는 운명이야.

그런데 사람이 특이한 건 아기 때 귀여움이 정도는 덜해도 평생 유지된다는 거야. 침팬지와 비교해 봐. 사람은 다른 유인원보다 머리가 크고, 얼굴이 납작하고, 팔이 짧아. 모두 어린 개체의 형질이야. 침팬지도 새끼 때는 사람과 비슷하고 귀여워.

여기서 유형성숙이란 가설이 나와. 1885년 줄리우스 콜만이란 과학자가 유생 때 달린 아가미를 성체가 되어서도 유지하는 액솔로틀이란 도롱뇽을 기술하면서 만든 말이야. 성숙해도 어린 형질을 간직하는 걸 가리켜. 다른 유인원에 견줘 사람이 그런 편이고 가축도 그래. 가축화가 많이 진행된 개와 늑대를 비교해 봐. 개는 어린 늑대와 형태가 비슷하지. 늑대가 보기엔 ‘개는 커서도 강아지 같아’라고 하지 않을까. 야생종과 비교했을 때 가축은 주둥이가 짧고 귀가 접히고 꼬리가 위로 말리는 ‘강아지 형질’이 나타나는 예가 많아.

귀여움의 진화는 생물에서뿐 아니라 만화에서도 일어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발견한 건데, 수십 년 동안 미키마우스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나 조사했더니 점점 머리와 눈이 커지고 이마는 더 튀어나오고 둥글게 됐으며 다리가 더 짧고 굵게 바뀌었대. 만화 속의 미키마우스도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점점 귀여워진 거지.

🐶댕기자: 세상에 그럼 댕기자가 이렇게 귀여워진 것도 다 충실한 진화의 결과인 것입니꽈?😋

🏁 전국동시입양선거! 예비 집사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