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에서 예상치 못하게 토마토 파스타 장면을 보고서는 한동안 또 토마토 파스타에 빠졌더랬죠. 파란색으로 가득할 줄 알았던 영화에 붉은 토마토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장면들이라니 반칙이지 뭐예요. 파스타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토마토소스를 가득 올린 영화 속 파스타는 식욕을 돋우고도 남는 비주얼이었습니다. 시리게 파랗던 바다 장면과 대비되어 더 붉게 빛나는 파스타였어요.
그런가 하면 맛있는 마르게리따 피자를 처음 먹었을 때의 충격 또한 꽤나 생생합니다. 마리나라나 마르게리따는 토핑이랄 게 없는 피자이기 때문에 토마토소스의 맛이 관건입니다. 신선하다는 표현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토마토의 산미 가득한 쥬시한 맛은 런치팝 스파게티로부터 파생된 "토마토소스=미트 소스"라는 제 편협한 시각을 깨 주었는데요. 덕분에 제 토마토 파스타의 지평도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토마토소스는 곰탕처럼 푹 끓여서 신맛을 다 날리고 진득하게 먹어야만 맛인 줄 알았는데, 아작 깨물면 즙이 흐를 듯한 상큼하고 향긋한 토마토 파스타도 행복해지는 맛이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평소에 저는 오일파스타를 가장 많이 해 먹는데요, 오일파스타나 크림파스타는 가끔 질릴 때가 있다는 사실에 동감합니다. 그렇다가도 토마토 파스타를 떠올리면 뭐랄까, 빵을 먹다가 밥을 먹는 느낌과 얼추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좀 웃긴 비유이긴 하지만 이를테면 파스타의 근본 같은 느낌이랄까요. (참고로 저는 밥 체질입니다) 실제로도 역사상 가장 처음의 파스타 소스는 마리나라 소스라고도 하니 아예 뜬구름 잡는 감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파스타 면과 시판 토마토소스만 있으면 조립식으로 뚝딱 만들어 먹기도 쉬운 세상이니만큼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토마토 파스타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입맛 없을 땐 토마토 파스타를 떠올려 보세요. 묵직한 풍미의 토마토 파스타, 산뜻한 미감의 토마토 파스타, 이도 저도 아니라면 맵싸한 향신료와도 잘 어우러지는 토마토 파스타까지 드넓은 선택지가 펼쳐질 테니까요. 입맛이 없어도 스스로를 챙기는 일에는 소홀하지 말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을 더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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