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투자의 진화'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서 나온 책 'The Power Law'은 벤처캐피털과 실리콘밸리 테크기업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이 책에는 시스코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창업자들이 어떻게 쫓겨났는지가 자세히 나오죠.
스탠포드대 직원이었던 두 창업자들은 엄청난 혁신기술이었던 '라우터'를 대학과 합의없이 가지고 나와서 창업하죠. 벤처캐피털들이 보기에 '라우터'는 정말 환상적인 기술이었어요. 하지만 두 창업자들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세콰이아캐피탈의 수장인 돈 발렌타인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겠다는 조건으로 시스코에 투자를 해요. 그리고 전문가들로 팀을 꾸립니다. 성공적으로 IPO를 마친 후에는 두 사람을 쫓아냅니다. 물론 두 사람은 각각 당시 돈으로 4600만달러(612억원)의 돈을 챙겨요.
시스코에서 창업자들이 쫓겨난 건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VC들이 가지고 있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만약 세콰이아가 투자를 하지 않고, 경영진을 바꾸지 않았다면 두 창업자는 600억원 조차 벌 수 없었을 거에요.
시스코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1993년 돈 발렌타인은 그래픽 처리용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게되는데요. 창업후 몇년간 수많은 삽질을 하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를 쫓아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회사가 지금 2조달러의 가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엔비디아입니다.
시스코의 창업자들과 엔비디아의 창업자들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어요.
"창업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았다면 30세로 돌아가서 창업을 했을까요?"
"물론 안 하죠."
"그럼 지금처럼 엔비디아가 큰 성공을 거둘거라는 걸 그때 알았다면 했을까요?"
"장난하나요? 내 모든걸 걸고라도 창업을 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