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과학자들은 시간이 불가역(不可逆)적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허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인식은 시간의 단일 방향에 제한을 받지만 실제 물리적 세계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어느 시점에 발생한 어떤 일은 우주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이 관점은 단지 우리의 제한된 인지능력으로 인해 생기는 착각일 뿐입니다. 만약 이 생각이 맞는 것이라면 누군가 우리의 일생을 녹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지능력이 시간의 일방성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염라대왕은 과거를 돌아보기만 하면 곧 이미 일어났던 모든 사건을 들추어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모든 과학자나 철학자들이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또 이런 걸 믿고 안 믿고는 결국 개인의 몫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이런 ‘열린 태도’를 갖는다면 많은 가능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불교의 교리와 수행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이 등장합니다. 칼 포퍼의 반증주의, 데이비드 흄의 회의주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하이데거의 현상학, 유가의 중용지도, 장자의 대자재(大自在), 송나라의 명리학 같은 동서양의 철학 사상 등은 불교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이 어려워지지는 않았습니다. 불교와 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많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굳이 자신이 불교신자가 아님을 밝혔음에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삶의 고민을 털어내고 싶다면 인생에 한 번은 불교를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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