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후 5시, 부천중앙공원에서 부천화재참사* 2주기 추모식이 열립니다.
부천시 관내 호텔에서 일어난 참사이고, 유가족 측 요청도 있었지만, 부천시장은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별도의 추모사도 전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위와 같은 입장에 변동이 없는지 물었으나, 현시점까지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참사 직후, 조용익 부천시장은 "슬프고 마음 아픈 사고가 일어났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일상생활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관내 모든 숙박업소(176곳)에 대한 현황 점검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천화재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 시장으로서 공적인 애도를 표현하는 일에는 사실상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
이는 부천시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종문 전 부천시의원은 지난 4월 '부천시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재난에 대응하고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였습니다. 재난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사업 지원도 포함됩니다.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조례안을 부결했습니다.
회의록을 보면 당시 시의원들의 인식을 알 수 있습니다. 피해를 당한 '가족'의 범위가 애매해서 예산이 많이 들 것 같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추모하는 일은 과하다,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 아니냐…
"다 해주면 좋겠지만, 모든 게 예산이잖아요.", "재난, 사고마다 이렇게 추모를 하고 한다면 굉장히 사회가 혼란스럽고 슬퍼질 것 같아요. 가족들이야 영원히 잊지 못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사회 전체가 그걸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우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당 조례는 (현행 조례로 충분하지 않은) 트라우마 치료 및 추모사업에 대한 지원 등을 확대하자는 내용이고, 선언적 의미도 중요하며, 지원 대상과 범위는 기준을 두어 결정할 수 있다는 반박이 나왔지만, 부천시의회 의원들은 본회의에 조례안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앞서, 경기도의회는 국내 최초로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를 제정했습니다(2025년 8월). 세월호 참사,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당시의 인권 침해를 반성적으로 돌아본 결과였습니다.
이어 인천광역시(2025년 11월), 경기 광명시(2026년 3월)도 조례를 제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부천시의회는 부천시에서 참사가 발생하고, 유가족 등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음에도 조례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의 고리
유가족 측은 추모식에 대한 부천시의 응답을 받고 성명을 냈습니다.
유가족의 요청은 법적인 책임 여부를 떠나, 부천시장으로서 참사에 대해 애도하고 아픔에 공감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자세를 보여달라는 취지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들에게는 '공적인' 추모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걸까요.
이태원 참사는 2025년 3주기가 되어서야 유가족과 정부가 함께 개최하는 첫 번째 추모식이 열렸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2026년 3주기에야 충북도청 내부에서 처음으로 공식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참사 당시와 정권이 바뀌고,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이 바뀌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왜 참사 당시의 책임자가 바뀌어야만 공적인 추모가 가능해지는지, 공적인 추모를 위해서는 권력이 교체되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지, 답답함이 남습니다.
* 2024년 8월 22일, 부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습니다. 호텔 관계자 4명에 대한 형사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고,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못한 책임과 관련된 민사소송 변론도 곧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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