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포스트모던 드라마, 형식주의 분석이 가능할까?
배우, 연출, 디자이너를 위한 대본 분석(마지막 장) | 제임스 토머스 지음, 김창화 옮김
11장. 포스트모던 드라마 : 사례 연구
포스트모더니즘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많았습니다. 다음은 포스트모던에 대한 다양한 언급입니다.

“포스트모던은 메타서사에 대한 불신이다.”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포스트모던하면서도 집단적인 신경 쇠약을 연출하는 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딱 적당한 공간이 바로 극장이다.” -토니 쿠슈너

“오늘날 개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주의나 주장이 없다는 것이다.” -가오싱젠

“나는 이즘(ism)을 상대하지 않지만 현실성은 상대한다.” -하이너 뮐러

포스트모더니즘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우리가 아는 것, 그것을 알게 된 방식, 그것을 적용하는 방식에 의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태도나 관점을 의미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합니다. 11장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을 바탕으로 포스트모던 드라마로 분류되는 하이너 뮐러의 <햄릿기계>를 분석합니다. 앞서 스탠다드한 방식으로 쓰인, 형식이 유사한 다른 작품들을 분석할 때와 같은 방법을 적용합니다.
    • <햄릿기계>의 외부적 이벤트는 장면 별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햄릿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무시한다.
      2. 오필리아는 자신을 희생시킨 햄릿을 비난한다.
      3. 햄릿의 선생들과 가족은 햄릿을 놀린다.
      4. 햄릿은 그에게 기대되었던 역할을 맡기를 거부한다.
      5. 오필리아는 폭력적인 복수를 경고한다.
    • <햄릿기계>라는 희곡의 세계에서 다음의 사실을 검토해 봐야 합니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은 누구인지, 
      무엇이 이야기를 만드는지, 
      어디에서 언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어떻게 일이 시작되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목적으로 지금 우리 앞에서 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 <햄릿>의 씨앗은 ‘이상주의’였습니다. <햄릿기계>의 씨앗은 무엇일까요?
      ‘정치적 이상주의’입니다. 인물이 양심의 문제보다 국가적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햄릿기계>에서는 정치 문제와 비교했을 때 개인이 거의 무의미한 수준으로 축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프로타고니스트의 행동, 즉 관통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이상주의적 충동의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지식인(햄릿3)이 자신의 정치적 실수를 폭로합니다.
    • 안타고니스트의 행동, 즉 관통하는 행동의 반대는 무엇일까요?
      <햄릿기계>에서는 햄릿의 반대 지점에 오필리아가 섭니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인 오필리아는 연인 햄릿의 도덕적 결벽을 경멸합니다.

    이런 식으로 <햄릿기계>를 분석하다 보면 이 작품 역시 극적인 행동, 무대장치, 인물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배열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성공한 희곡의 전형입니다. 다시 말해 <햄릿기계>는 보기에 스탠다드하지 않은 특징들을 죄다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런 특징을 통제해서 전체 작품을 포스트모던 드라마로 분류하게끔 하는 특정 관점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연극인들은 작업할 때 대본보다 시나리오를, 심리적으로 일관성 있는 캐릭터보다 단편화된 캐릭터를 선호합니다. 복잡한 미장센을 시도하고,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권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관습적인 서사 시퀀스 대신 몽타주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은 그동안 연극 무대화 작업에서 연출가와 극작가가 행사하던 지도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하고 대신 제작 팀 전체에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장면 연출에서 상상의 자유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포스트모던 드라마의 다양한 징후를 포괄하는 정의와 규정은 현재로선 어렵습니다. 아무튼 포스트모더니즘 그 자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목적지보다 여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용어 정리
    • 몽타주 기법 : 몽타주(montage)는 프랑스어로 ‘조립하는 것’을 뜻한다. 각 장면을 적절하게 이어 붙여서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화에서 몽타주 기법을 처음 시도한 것은 러시아 영화감독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Sergei Eizenshtein)이다. 예이젠시테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의 오데사 계단 장면은 몽타주 기법이 사용된 대표 사례다. 오데사 계단에서 총격을 피해 정신없이 달아나는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촬영한 분절된 이미지를 통해 연속으로 제시된다. 
    책에서 더 확인해야 할 것
    <햄릿기계>에 대한 행동 분석 다음에 구조, 인물의 성격, 템포, 리듬, 분위기를 파악하는 형식 분석이 이어집니다.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포스트모던한 관점이 드러나는지 설명합니다. 부록에서 대본을 분석할 때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를 예로 들어 장면 연출을 위한 효과적인 분석의 실제를 보여 줍니다.
    이 책에는 대본 분석 단계에 따라 배우, 연출, 디자이너가 희곡에 던져야 할 질문들이 실려 있습니다. 매주 두 차례 그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질문들로 희곡 분석을 시작해 보세요.
    모두가 같은 답을 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편견과 오류가 없어야 합니다. 좀 더 좋은 답을 내고 싶다면 꼭 책의 도움을 받으세요.
    이 정보가 더 많은 연극인, 예비 연극인에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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