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죽어도 싸다고요?

크루원 크루원님,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캣챠>의 일곱 번째 레터입니다. 지난 주부터 캣챠를 격주 발행에서 매주 발행으로 개편해서 수요일 자정마다 보내드리고 있어요. 지난 주에는 세모누나 크루원님과 길냥이 '쭉쭉이', '세모' 사이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어요. 아직 안 보신 분은 여기↗서 보실 수 있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최근 떠들썩했던 길고양이 관련 소식들과 함께, '몽실통통' 크루원님과 몽실이 사이의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레인저·크루원 ↗님들이 살면서 언젠가는 한 번씩 가보실 장소를 캣챠가 다녀온 후기도 전해드리고요.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시고, 주변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시다면 캣챠 구독 링크 ↗도 공유해주세요! 😉

↑'괜찮은 폭력'이 있을까? ⓒUnsplash

유명 유튜버 ’오킹’이 “길고양이를 다 죽이고 싶다”며 막말을 쏟아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오킹은 “광고주가 배달 보낸 치킨을 길고양이들이 뜯어먹고는 치킨 양념을 차에 묻혔다”면서 길고양이를 죽이고 싶다는 등 혐오 발언을 쏟아냈죠.

크루원님들도 이 소식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거 같아요.

그러나 길고양이 혐오가 또 한 번 공론화된 사건인 만큼, 캣챠는 오킹의 발언 중 팩트가 아니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의 날을 잡았으면 좋겠다. 중성화라도 하자”

✔ 캣챠 2호 레터 ↗에서 전해드렸던 것처럼,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오킹은 레인저님들을 ‘캣맘충’이라고 표현하며 레인저님들이 길고양이 개체 수를 늘린다고 말했지만, 사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자원봉사 및 제도 마련 촉구 등으로 앞장서는 건 레인저님들 ↗이고요.

❌ “식당에서 쥐는 살처분하는데 고양이는 왜 안 죽이냐”

✔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더라도, 해당 동물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살피면서 말해야 합니다. 쥐는 고대부터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였습니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곡물이나 씨앗, 식량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중세 유럽 인구의 1/3을 몰살시켰던 흑사병처럼 전염병을 옮기는 주범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고양이는 원래 야생동물이었는데, 인간이 바로 이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길들였습니다. 이후 고양이는 습성상 가정보다는 마을공동체와 공생하는 인간의 반려동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고양이는 인간을 위해 쥐를 잡아줄 뿐 한 번도 유해한 적이 없었는데, 현대화 이후 필요가 없어지자 도시의 슬럼으로 버려지며 ‘도둑고양이’ 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길고양이가 생긴 건 누구 책임인가요? 이제 와서 몰살시키자는 건 무슨 근거에선가요?

❌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에게는 ‘충’을 붙여도 된다”

✔ 인간이 중심이기 때문에 길고양이는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 오킹 같은 분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죠. 인간이 모든 동물보다 우선한다면서 일부 인간은 벌레라고 합니다. 혐오는 결국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집니다.

작은 폭력을 한 번 용인하면 더 큰 폭력이 일어나는 법입니다. ‘저질러도 괜찮은 폭력’이 생기면 ‘어떤 폭력은 괜찮은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테니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테고, 사회 곳곳에서 수많은 폭력이 일어나겠죠.

어린 학생들에게도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가 목에 핏대 세우며 소리높여야 할 말은 ‘어떤 폭력까지는 괜찮은지’가 아니라, ‘어떤 폭력도 괜찮지 않다’는 것 아닐까요.

✔ 유튜버 막말에 이어서, 한 드라마는 길고양이 학대 장면을 넣어서 ↗(링크에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캡처가 있습니다) 비판받았어요. 제작진은 해당 회차 서비스를 중단하고 '동물 전문가 입회 하에 촬영했다'고 해명했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고양이에게 일부러 물을 뿌리고 목덜미를 강하게 잡은 촬영 방식 자체가 가학적이었다고 지적했죠.

길고양이 학대·혐오가 여러모로 이슈인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강좌를 연다 ↗고 합니다. 2019년부터 ‘동물권 더배움 집중강좌’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 강좌 주제를 ‘길고양이’로 잡았다네요. 과학·인류학·예술 등 각 분야 전문가분들이 강의하신다고 합니다. 6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7~9시에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며, 6~8만원의 참가비가 있어요. 수강 신청은 여기 ↗서 하실 수 있습니다.

(광고 아니에요! 저희도 돈 내고 들을 예정이랍니다🙂 강의에서 배운 내용은 추후 캣챠에서 다뤄볼게요.)

잘 읽었어요 👏

오늘 CAT NEWS 어떠셨나요?

크루원 크루원님께서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길고양이는 해쳐도 된다"는

유명 유튜버의 발언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레터에 관한 피드백을 여기 ↗서 들려주세요.

캣챠는 크루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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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ORY는 캣챠 크루원들과 고양이 사이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해드리는 공간이에요. 길고양이 또는 반려묘와의 묘연을 전해주세요! 소정의 사례를 드립니다. 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시거나 hello@catcha.kr ↗로 보내주세요! 🙂

이번 호 CAT STORY는 지난 호↗에 이어 '몽실통통' 크루원님과 몽실이의 사연입니다.

(전 편에 이어서...) 다만 몽실이는 먹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 ‘성의’를 요구하는 주관이 있는 고양이다. 성의 없이 흔드는 낚싯대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사냥감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 이후 최대한 자연 그대로 구현해 비정형적인 동선과 속도를 갖춰야만 그제야 동공을 확장하고 궁디를 들썩인다. 간혹 집사가 귀가가 늦거나 관심이 소홀해졌다 싶을 땐 힐난의 감정을 담은 약 10분 여 간의 잔소리 폭탄을 맞는다. 집사는 알 것이다. 음소로 따지자면 ‘냥’이 아닌 ‘냐아아아아아아앙’에 이르는 소리다.

이런 귀족적 애티튜드를 가진 몽실이가 특유의 찐따미를 풍기는 순간은 집에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다. 누구보다 품위 있던 고양이는 금세 음침한 히키코모리의 모습으로 분한다. 그럼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를 원한다. 몽실의 MBTI를 INTP로 판단하는 이유다(※INTP 좋아합니다 저랑 궁합 최상). 구석에서 음험하게 외부인들을 두루 관찰하고, 외부인과 집사와의 친분 관계를 판단해 나름 서열을 정하는 듯하다. 지인 몇몇은 누가 보아도 몽실에게 하급로 분류되어 사냥감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 손님이 왔을 때의 몽실과 퇴근이 늦은 집사에게 잔소리를 하는 몽실 사이의 간극

십 수 개의 고양이 가구와 장난감이 우리를 스쳐지나갔지만 몽실에게 여전히 가장 큰 유희거리는 집사, 나인 것 같다. 가끔 지쳐 잠든 뒤 눈을 떴을 때, 어딘가 몰두해 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반경 1m 이내에 늘 호기심 어린 두 눈으로 날 바라보는 몽실이가 있다. 야밤에 정체 모를 누군가가 난데없이 문을 두드릴 때나, 고함을 칠 때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안전한 구석으로 혼자 대피하는 얌체 같은 고양이지만. 나는 안다. 우리는 서로를 필사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걸.

살다가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었다. 아무리 안락한 집이라도 빛이 들지 않는 음습한 구석이나 평소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공간에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 어렸을 때 많이 봤던 전설의 고향 때문일 수도 있고, 이유 없는 불안증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서늘함을 가끔 느낄 때마다 내 공간은 갑자기 낯설어지곤 했다. 팔엔 영문 모를 소름이 돋기도 했다.

↑ 몽실은 집사에게 용기를 준다

그러나 나는 몽실이와 함께한 지난 6년간 한 번도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다. 신기한 일이다. 이상한 용기가 생기고 안심이 된다. 누구보다 우리 집 구석구석을 잘 파악하고 있고, 집에 들어온 새로운 것이라면 가장 먼저 검열(?) 검사하는 몽실이 덕에 비로소 내 공간은 따뜻한 나의 세상이 된다. 몽실은 우리의 공간을 우리의 공간으로 만드는 최초이자 최후의 필터다.

향긋한 봄꽃 향기를 맡으며 산책할 때, 바다를 볼 때, 티 없이 청명한 하늘을 볼 때, 귀여운 유모차를 타고 산책 나온 강아지들을 볼 때 늘 집에만 있을 나의 몽실이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 낮잠 시간엔 집사가 귀가해도 마중도 안 나오는 기성 고양이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생리통으로 끙끙 앓는 집사에게 뜨뜻한 배를 얹어주고(무게도 추가), 가끔 취한 집사의 거친 앵김과 불안한 포옹에도 한심스런 눈빛으로 참아주는 나의 찐따 고양이. 몽실이는 늘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더 나은 집사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집사 옆자리가 제일 좋은 몽실

몽실이와 함께한 뒤 나는 뮤지컬 캣츠를 보면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집사가 아닌 사람들은 모르겠지 ‘젤리클 캣츠’가 얼마나 슬픈 노래인지. 비교도 되지 않게 푸짐해졌지만 몽실이는 여전히 나의 어린 새끼 고양이다. 밤마다 엄마를 찾아 서럽게 울던, 겁을 먹고 적응하길 거부하던 한 줌도 안 되었던 나의 아기 고양이. 작은 나의 몽실이는 길에 있는 모든 약하고 어린 생명체들을 사랑하게 되는 마음을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강인하고 도톰한 사랑으로 작은 내 집을 따뜻하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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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의 마지막 코너, CATCHA PICK에서는 팀 캣챠 에디터들이 고양이 관련 물품 또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고양이 사료·간식·장난감, 고양이 관련 장소,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드라마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소개해드릴 거예요. 솔직한 리뷰를 원하는 물품, 장소, 콘텐츠가 있으시면 이 메일에 답장을 보내주시거나 hello@catcha.kr ↗ 로 보내주세요!

오늘 CATCHA PICK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한 번씩은 갈 가능성이 있는 곳, 바로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저, 에디터 효가 최근에 한 번 다녀왔거든요. 캣챠 1~2호 레터에서 소개드렸던 제 반려묘 미호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에요. 제가 돌보던 길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장례식을 치르게 됐죠.

제가 다녀온 곳은 김포 마스꼬따휴 ↗라는 곳이에요. 저는 사정상 조금 급하게 알아봤는데, 네이버 지도에서 ‘반려동물 화장장’을 검색해서 예약하게 됐어요. 거리와 서비스 등을 고려해서 골랐죠. (반려동물 화장장·장례식장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있더라고요. 님비 현상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는데, 이건 나중에 CAT NEWS에서 다뤄볼게요. 혹시 관련해서 불편했던 경험이나 기억이 있으신 분은 캣챠에 알려주세요.)

마스꼬따휴는 따뜻하고 친절한 곳이었습니다. 예약할 때 사진을 몇 장 보내달라고 하셨는데, 짧은 기간 만난 길냥이다보니 사진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장만 보냈는데, 그 한 장으로 영정을 여러 개 꾸며 주셨더라고요.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동안 요기하라고 고양이 전용 건사료, 참치, 츄르 등도 놓아주셨고요. 화장하기 전에는 직원분께서 짧은 추도식도 진행해주셨답니다. 추도사를 듣는데, 만약 제 가족인 반려동물이 장례식을 치르는 상황이었다면 무너져서 통곡할 만큼 슬프겠구나, 싶었어요.

크루원님께서도 구조·입양해 함께 살고 있는 반려묘가 있으시다면, 언젠간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끔 슬프시겠지요. ‘반려동물을 들인다는 건 아이가 불치병에 걸린 걸 알면서도 출산하는 것과 같은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저는 아직 아주 가까운 가족을 떠나보낸 적이 없어요. 이번에 길고양이를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아직도 영원한 이별에는 정말 서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이런 건 어떻게 대비하고 연습해야 하는 걸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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