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도시의 어떤 얼굴을 볼까

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우리 주변을 굽어보는 가을 햇살이 도시 곳곳에 빛과 그림자를 또렷이 만드는 계절입니다. 어디든 걸어 보기 좋은 때가 오면 어라운드는 일 년에 한 번, 우리가 자리한 서울을 떠나 다른 도시로 향하곤 합니다. 낯선 장소를 거닐며 그곳에 머무는 사람과 이야기를 모으기 위함인데요. 올해의 걸음이 멈춘 곳은 너른 평지와 풍요로운 햇살을 가진 곳, 바로 ‘대구’입니다. 도시 하나를 신간 주제로 삼을 때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어떤 모습을 담을지 고민해요. 오래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안고 있는 그 도시에서 어라운드는 ‘예술’을 발견했어요. 사진과 책, 글과 그림,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대구에는 어떤 삶이 흐르고 있는지 귀 기울이며 한 권의 도시를 완성했답니다. 우리가 바라본 대구에서 한 꼬집의 특별함을 발견하길, 그로부터 하나의 도시를 향한 애정이 움트길 바라며 어라운드의 새 이야기를 전합니다. 《AROUND》 97호에서 대구의 면면을 디자인이라는 예술로 풀어내는 ‘사월의눈’ 전가경, 정재완 대표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2012년 4월의 어느 날, 서울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내렸다. 밖을 지켜보던 전가경 대표는 대구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 출판사 이름, ‘사월의눈’ 어때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정재완 교수. 부부는 소규모 출판사를 열고 사진책을 만들었다. 이방인으로 문 두드렸던 이 도시에 정착한 지도 십여 년째. 그들은 책으로 대구를 말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대구는 조금 다르다. 흔한 구호로 뭉뚱그려지지도, 대표적인 이미지로 고정되지도 않는다. 흐르며 변하는 도시의 리듬을 좇는 책. 사월의눈은 대구를 관찰한다. 아주 낯설고도 새롭게.

대구는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는 도시고, 백화점 매출도 전국에서 높은 편이라고요.

재완 맞아요. 시류에 반응하는 속도가 확실히 예민해요. 하지만 뒤처지지 않으려는 게 장점만은 아닌 것 같아요. 대구 수성구의 입시 학원은 서울 대치동만큼이나 밀집되어 있죠.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가경 큰 자부심과 욕망의 도시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두 분은 사투리를 쓰시지 않죠. 처음 대구에 왔을 때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는 않으셨어요?

가경 대구에서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사람들이 생긴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그래서 낯선 언어에 민감하지는 못했어요. 가끔 식당 메뉴판에서 모르는 음식을 발견하는 정도였죠. 그거 아세요? 경상도에서는 매운 고추를 ‘땡초’라고 해요.

재완 ‘재래기’라는 말도 있어요. 고기 먹을 때 나오는 파채를 그렇게 불러요.

 

재래기! 처음 들어봐요.

가경 가끔 서울에 가야 내가 대구 산다는 걸 실감하곤 했어요. 서울 사람들 말소리가 나긋해서 꼭 음악 듣는 것 같고, 제가 오랜 시간 살았던 곳이어서인지 포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정작 서울 삶은 포근한 정서와는 멀지만요.

재완 저는 전라북도 전주가 고향인데요. 사투리를 쓰지 않으니까 동네 슈퍼에서 저를 쉽게 기억하세요. 여기서는 오히려 튀나 봐요. 그리고 똑같은 의미라도 저는 “밥 먹었나?”가 아니라 “밥 먹었니?”라고 물어보니까 학생들이 저를 굉장히 친절한 교수로 봐줘요(웃음).

 

다정함이 느껴지는 어미잖아요(웃음). 이제 사월의눈 이야기를 해볼게요. 낯선 도시에 정착하고 전 대표님이 처음 한 일은 출판사를 꾸리는 거였죠.

가경 출판사는 세 가지 배경이 맞물리면서 시작됐어요. 첫째는 시각디자인학과 석사 논문을 쓰면서 사진 편집의 가능성을 발견한 거예요. 당시 1960년대 독일 잡지를 연구하면서 디자이너가 지면에서 사진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사진 편집에 푹 빠졌죠. 둘째는 사진 중심의 책 편집을 직접 경험해 본 거예요. 석사 과정을 마치고 디자인 스튜디오 ‘AGI 소사이어티’에 출판 편집자로 입사해 이미지 기반의 책을 만들었어요. 연구해 본 것을 직접 실무로 경험할 수 있었죠. 그때 사진책 제작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사진을 좋아했다는 점이에요.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사진책 출판을 꿈꾸게 됐어요.

 

전 대표님은 주로 기획과 편집을, 정 교수님은 디자인을 담당하고 계시죠.

가경 네. 재완 씨는 사진책 출판을 꿈꾸던 때쯤 만났는데요. 제 석사 논문을 정말 멋지게 디자인해 줬어요. 작업할 때 제 의견도 정말 잘 들어줬고요(웃음). 그래서 이 사람이랑 책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러다 재완 씨가 영남대로 부임하면서 안정적인 경제 기반이 마련되었고 본격적으로 독립 출판을 시작했어요.

 

아까 석사 과정 중 사진 편집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하셨는데요. 북디자이너가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가경 단순히 사진을 지면에 배치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을 과감하게 잘라내거나 텍스트와 창의적으로 결합해서 디자이너가 새로운 의미와 서사를 만들어내는 걸 말해요. 저는 연구를 하면서 사진이 지면에 등장하려면 디자인을 통한 또 한 번의 각색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독일 1세대 아트 디렉터 빌리 플렉하우스Willy Fleckhaus가 디자인한 잡지를 보면서 사진과 텍스트를 배열하는 그만의 감각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저에게도 이미지로 서사를 구축하는 역량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며 발견했고요. 작업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디자이너의 주체적인 역할이 두드러진다고 느꼈어요. 텍스트가 하나의 예술적인 요소로 굉장히 크게, 또는 작게 변형되기도 하는데 사진과 적절히 조화도 이루더라고요.

가경 과거 사진책은 이미지만 고요하게 배치된 경우가 많았죠. 우리는 사진, 텍스트, 디자인 이 세 가지 관계를 고려해 사진책을 만든다는 점을 앞세워 출판사 나름의 성격을 만들어갔어요.

재완 저는 과거 민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텍스트가 중심인 책을 주로 만들었는데요. 사진책은 이미지를 활용해 책 전체의 서사를 이끌어 내야 해요. 종이와 인쇄 방식의 선택, 레이아웃 선정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고민할 부분이 훨씬 많았죠. 사월의눈을 시작하고 표현 형식 자체가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달았어요.

 

그럼 사월의눈은 사진책의 디자인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출판사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가경 그와 동시에 젊은 사진가들의 등용문이 되고 싶어요. 과거에는 중견 작가가 아니면 책을 만들기 쉽지 않았죠. 우리는 사진책으로 역량 있는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진 작가나 아마추어 작가들과 협업하기도 해요.

내가 머무는 도시는 어떻게 생겼나요? 또 어떤 빛과 그림자를 가진 곳인가요? 매일 같이 우리가 사는 도시, 우리가 보내는 일상을 그저 빠른 걸음으로 활보하다 보면 어느 하나에도 쉬이 답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사월의눈이 펴낸 수많은 책과 작업 중, 도시의 새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골랐어요. 바로 《Location》입니다. 사월의눈의 설명을 빌리면 《Location》의 작가 최용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이자, “사용자에게 개방된 지도 애플리케이션 또는 위성 뷰를 통해 도시 경관을 새롭게 탐색하는사람인데요. 이 책에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동아시아 대도시, 2022년과 2023년까지 서울과 도쿄, 베를린, 로스앤젤레스에서의 건축적 단면이 한데 묶어져 있습니다. 인물의 형상이 잘 보이지 않는 사진에서는 건축과 도시가 만드는 생경하고도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둥둥 떠다니죠. 작가는 이런 포토제닉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구글어스나 3D 지도를 사용해 인간의 시선이 아닌 영상적 시선에서 도시를 먼저 바라봤다고 합니다. 낯설면서도 생생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도시의 면면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뿌리내린 이 터전에서도 곧잘 참신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의 도시를 새로이 응시한 어라운드의 신간, 《AROUND》 97호가 10월 10일, 바로 오늘 발행되었습니다. 《AROUND》 97호에 담긴 대구의 모습은 여러분에게 친숙할 수도 또는 완전히 낯선 것일 수도 있을 텐데요. 경험해 본 이들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는 흥미와 설렘을 건네고 싶어요.

어라운드가 바라본 대구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한 후, 공식 홈페이지 ‘SHOP’에서 목차와 내지를 둘러보세요. 이 외에도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이번 레터를 비롯하여 11월까지, 신간과 곁 하는 이야기 또는 흥미로운 이벤트 소식들도 차근히 전해드릴게요. 만연한 가을을 맞이한 10월에는 어라운드와 함께 대구로 떠나볼까요?

일상과 휴식의 조화로움, 라이프워크 리빙의 ‘메가스토어’

라이프워크 리빙LIFEWORK LIVING은 패션, 커피와 생활의 경계를 허물어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들이 선보이는 ‘메가스토어’는 카페, 인테리어 오브제와 더불어 일상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공간인데요.

어라운드 신간 97호 한편에는 전국 열네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메가스토어의 매력이 담겨 있답니다. 오늘 레터에서도 가벼이 소개할게요. 공간 모습을 비롯하여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어지는 버튼을 눌러 감상하세요.

      • 일상을 밝히는 실용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라탄 소재의 바구니와 소품들. 자연에 맞닿은 소재로 제작되어 어디에 놓여도 자연스러워요. 가을과 겨울엔 포근함이 느껴지는 원목 제품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 로컬 크래프트 오브제

      공간에는 각국 로컬 크래프트에서 세심한 시선으로 골라 들여온 오브제가 놓여 있어요. 이국의 장인들이 정성스레 매만진 작품으로 만듦새가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취향에 따라 안아 가기 좋답니다.

      • 카페에서 누리는 휴식

      다채로운 오브제를 살피는 동안 잠시 쉬어갈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카페에서는 커피는 물론 제철 과일 음료도 맛볼 수 있어요.

      달력 위에 콕콕 박힌 휴일 덕분에 다른 때보다 조금은 더 가뿐한 마음으로 10월의 문턱을 넘으셨을 텐데요. 가을다운 바람과 햇살을 충분히 만끽하며 쌓은 에너지로 남은 한 해도 잘 나아가면 좋겠어요. 어라운드는 언제나 그 곁에서 일상을 어루만질 이야기들을 건네며 사뿐히 발맞출게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 식구들의 취향을 담아 찾아옵니다.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지난 이야기를 톺아보며, Editor’s Curation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한 가지 주제로 어라운드가 톺아본 지난 기사 네 편을 소개해요.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도시: 여행자의 시선으로입니다.

      여러분에게 도시는 어떤 공간인가요? 낯선 문화를 감춰둔 미지의 땅일 수도, 바쁘게 흐르는 일상의 장소일 수도 있겠지요. 도시가 품은 이야기를 꺼내어 살피는 방법은 무척 간단합니다. 먼 지역에서 철저한 이방인이 되거나, 익숙한 터전의 이면을 굽어보면 되어요.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래 버튼을 통해 낯선 도시를 찾아간 이방인의 여행기 네 편을 만나보세요.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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