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마틴 로즈, 칼라, 언더커버, 키코 코스타디노브, 비비안웨스트우드, MM6 마르지엘라 등 여러 하이엔드 브랜드를 소개해 드렸죠. 강력하게 위세를 떨치는 이런 브랜드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매번 바뀌는 트렌드에 상관없이 오롯이 자기 빛을 뿜어낸다는 점. EGOZINE은 한 달에 한 번 이런 특별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지난 3월에 발행한 ‘칼라(Kolor)’편에 이어 오늘도 특별한 브랜드를 모시고 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푸시버튼(pushBUTTON)',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이끌고 있는 자랑스러운 브랜드에요.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는 “대놓고 유머를 표현하기보단, 믹스매치를 통한 반전의 묘미를 드러내는 것이 위트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들 디자인의 핵심은 키치하고 비주류적인 스트리트 요소에 고급 디자인과 기술을 가미하는 것이에요. 묘하게 하입하면서, 또 묘하게 일상에서 자주 손이 갈 만큼 웨어러블하지요. 하이엔드와 스트리트 사이 모호한 경계에 있는 엣지 브랜드, ‘푸시버튼’을 기쁜 마음으로 맞아주시길 바라요. 판타지 소설 속에서 갓 빠져나온 듯한 푸시버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마저 들 겁니다.

2004년, 이태원의 작은 옷 가게에서 시작한 브랜드, ‘푸시버튼(pushBUTTON)’.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현하여 몇 번 이름을 알린 박승건 디자이너가 이끌고 있지요. 키치하면서도 재치있는 디자인, 과감한 믹스매치 스타일링, 컬러풀한 색감 등 독보적인 매력으로 국내외 막론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양장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던 박승건 디자이너. 옷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바비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이 취미였다고 해요. 친구가 갖고 있는 예쁜 바비인형을 보면 질투와 부러움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죠. 아버지는 이런 박승건 디자이너가 못마땅했다고 합니다. 컴퓨터, 태권도, 주산 등 여러 학원을 보냈지만 역부족이었어요. 박승건 디자이너는 10대가 돼서는 옷을 산더미처럼 사며, 머리도 핑크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녔죠.

“양질의 옷이든, 저질의 옷이든 닥치는 대로 입어봤던 게 패션 디자인을 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박승건 디자이너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복장학원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돼서 샛길로 빠졌어요.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거죠. 그는 어딜 가도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1995년 댄스가수로 데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패션에 대한 갈망이 끊이질 않아서 결국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으로 전향했어요. 마치 바비 인형에 옷을 입히는 것처럼, 여러 재료를 가지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구체화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 거죠. 스타일리스트로서 일을 하던 그는 곧 모델, 의류 납품 프리랜서를 거쳐 자기만의 옷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태원에서 빈티지 옷 가게를 운영하던 박승건 디자이너. 빈티지 옷을 떼어다가 단추를 바꾸거나 수선해서 팔거나, 직접 옷을 디자인했습니다.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키치한 옷을 만들었다고 해요. ‘안 팔리는 옷을 만들자’가 당시 푸시버튼의 철학이었다고 하죠. 재미있는 패션, 활발한 성격의 박승건 디자이너는 그야말로 이태원 마당발이었어요. 그는 이태원 골목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니며 존재감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박승건 디자이너는 친하게 지내던 정욱준 디자이너로부터 서울 컬렉션에 참가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당시의 패션 흐름은 청담과 압구정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박승건 디자이너는 상대적으로 톡 튀고 키치한 푸시버튼은 트렌드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망설였죠. 그러나 이내 결정합니다. 브랜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고고한 패션계의 문을 두드리기로.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고 합니다. 서울 컬렉션에 지원했지만 무대에 오르지 못했어요. 푸시버튼의 개성 넘치는 의류는 당시 패션에서 비주류로 여겨졌거든요. 그러나 이듬해 영국 센트럴 마틴 출신의 한세나 디자이너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팀을 정비하고 쇼를 준비했습니다. 2011년, SS 시즌이 푸시버튼의 쇼 데뷔 무대가 되었죠.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여러 해외 편집숍에도 입점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모습이에요. 홍콩, 중국 등 해외국에 진출했으며 런던 패션위크에 올랐죠. 박승건 디자이너는 말합니다. 이러나저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해요. 죽을 때까지 옷을 하고 싶어요. 너무 무식한 건진 몰라도, 다음 행보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박승건 디자이너가 브랜드의 차별화 요인으로 세운 것은 바로 ‘스타일링’이었습니다. 대놓고 유머를 표현하기보단, 믹스매치를 통한 반전의 묘미를 드러내는 것이 푸시버튼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2000년대 초만 해도 패션 디자이너들은 스타일링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옷을 상의, 하의로 따로 보지 않고 한 벌로 생각했죠. 그러나 박승건 디자이너는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옷을 스타일로 어떻게 승화시킬지에 대한 감각을 키웠습니다. 가령 테일러링이 명확한 재킷과 청바지, 굽이 가늘고 긴 핀 힐과 양말을 조합하며 항상 ‘믹스 매치’를 주장하는 식이죠.

선명한 색의 번아웃 소재, 독특한 후드 아이템, 스커트가 겹쳐진 팬츠, 패치워크나 앞뒤로 소재가 다른 디테일의 아이템 등등. 자세히 보면 ‘키치함’이 베이스지만, 여러 무드가 믹스매치 된 모습입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 웨스턴 스타일, 젠더리스, 복고풍 등 다양한 무드가 뒤섞여 동화적인 묘한 매력을 풍겨요. 패딩과 카우보이 부츠를 함께 합을 맞추고, 오버사이즈 재킷 안에 후드를 레이어드하는 등 옷 자체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으로 제 색깔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겁니다. 

아이템을 하나씩 다 뜯어봐도 개성이 참 강하다는 걸 느낄 텐데요. 푸시버튼이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철학이 바로 ‘두 번은 트위스트를 안 한다’입니다. 트위스트는 바로 '기교'죠. 과하지 않게 적당한 기교를 부린다는 말이에요. 가령 럭비 티셔츠 하나를 만들더라도 어깨 패드를 과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소재를 독특한 걸로 바꾸는 등 추가적인 도전은 안 한다는 말이에요. 한 번의 과장으로 충분하다는 뜻.

마음껏 뒤섞고, 적절히 과장하고. 그렇게 탄생한 푸시버튼의 옷들은 누가 입어야 할지 모르는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푸시버튼의 지향점인 것 같아요. 스타일에 관해서라면 젊은이들도 수트를 입을 수 있고. 나이가 있는 사람도 스웨트 셔츠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죠!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박승건 디자이너. 푸시버튼의 오랜 팬인 이고진 에디터는, 그의 노력 덕분에 매번 황홀할 정도로 즐거운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안구를 강타하는 화려한 색상과 발랄하고 위트 넘치는 재킷, 스커트, 팬츠 등. 누군가는 난해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입으면 너무나 예쁘죠. EGOZINE 팀원들이 푸시버튼을 즐기는 방법, 그저 가볍게 즐겨주시길. 여러분이 스타일링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때로는 하나의 아이템을 포인트 삼고 ‘몰아주기’해도 좋습니다. 화이트 톤으로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고, 패턴이 강렬한 블레이저를 돋보이게 해주는 겁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유니크한 룩이지만, 데님 소재로 색다른 개성을 하나 더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캐주얼한 믹스매치란 바로 이런 것이죠!

하나로 붙어있지만, 마치 레이어드하여 착용한 듯한 느낌이 매력적인 티셔츠입니다. 스포티한 무드가 유행인데, 여기에 다른 느낌의 슬립을 믹스매치해 버렸어요. 정말 예쁘네요. 일주일에 한 번은 푸시버튼의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는 에디터의 개인적인 최애.

앞판에 오픈 가능한 덧장이 포인트네요. 아래로 흐르는 듯한 매끄러운 실루엣이 매력적입니다. 얇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재질로 봄, 여름에 입고 다니면 이거 하나로 스타일의 완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