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당한 구글에게도 직접 들어봤습니다
2020.10.21 | 252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신현규 특파원입니다.
여러분이 잠든 사이, 결국 트럼프 정부의 규제칼날의 끝이 구글에 꽂혔어요. 트럼프 정부 법무부가 구글에게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요. (이건 세기의 소송이라는!) 


오늘은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해 제가 방금 구글 본사 측을 취재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그리고 넷플릭스가 오늘 3분기 실적발표를 했는데요, 한국시장에 대한 깊은 관심과 흥분을 표현했어요. 넷플릭스 실적발표 현장을 방금 취재한 소식도 함께 전해 드릴게요.  구글과 넷플릭스 회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은 보지 않고 넘겨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의 에디션
  1. 법부무의 구글 공격 논리 
  2. 구글의 논리를 들어봤다 
  3. 남아있는 주 검찰의 공격 
  4. 넷플릭스 주가는 6% 하락 
🍎 무슨 근거로 구글을?
#빌버 #법무부 #팩트

트럼프 대통령 뒤가 윌리엄 버 법무부장관
💬 엄청난 돈으로 검색을 광고한 죄 

월저널 등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 법무부가 20일 밤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어요. (보도내용-영문) 일단, 어떤 이유로 구글을 공격했는지 한번 들어 보죠. 

👺(법무부) "세상에 구글 말고도 검색엔진은 많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구글을 거의 많이 써요. 왜 그럴까요? 다른 엔진이 안좋아서 그런 걸까요? 아니에요. 구글이 광고로 돈을 엄청나게 번 다음 그 돈으로 애플 삼성 LG MS 등을 매수해서 사람들에게 구글 검색을 많이 쓰게 하는 거에요. 그럼 다른 검색엔진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경쟁에서 밀려나겠죠?! 구글의 이런 행태는 경쟁을 저해하는 거에요!" 

  • 위 멘트는 전달을 위해 의역이 다수 들어있습니다
💬 구글이 검색 점유율은 높긴 한데...

법무부의 입장을 들은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신가요? 구글은 사실 애플 삼성 LG 등에 검색엔진 노출을 많이 하기 위해 돈을 지급하긴 해요. 또 사실 구글의 검색점유율이 높기도 하죠. 미국에서는 92% (모바일)일 정도니까요. MS의 Bing이나 야후 등이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히질 않는게 사실이죠. 
그런데, 질문은 이거에요. 구글이 과연 MS의 Bing이 따라오지 못하게 고의로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법무부의 주장이 정말 맞는 걸까요? 
🍎 구글의 논리를 들어봤다
#구글입장 #말도안돼! #해설

💬 구글의 입장 취재해 보니 

발표가 나고나서 바로 저는 구글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어요. 구글의 핵심관계자에게 들어본 구글의 입장은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구글의 공식입장-영문)

  • 애플이나 삼성 LG 등이 스마트폰에서 구글을 검색엔진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의 검색결과가 뛰어나기 때문이지, 우리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서가 아니에요. 그럼 우리보다 품질이 낮은 검색엔진을 애플 삼성 LG 등이 추천해야 하는건가요? 
  • 우리가 애플 삼성 LG에게 구글 검색엔진을 잘 보이도록 배치해 달라고 돈을 지급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나이키도 스포츠 매장에서 제품 잘 보이게 해 달라고 돈을 내잖아요. 그거랑 이거랑 뭐가 달라요?  

💬 정부가 불리해 보이는 이유 

법무부의 논리가 아직 언론 등을 통해 노출이 되지 않긴 했지만 제 눈에는 정부가 많이 불리해 보여요. 몇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 이 사항은 이미 정부에서 법률 검토가 끝났던 항목이라는 점이에요. 한국의 공정위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 사항에 대해 조사해 본 다음 이런 결론을 내렸죠. 

"간단히 말해서, 저는 이런 구글의 행위들이 경쟁을 장려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의미하는 어떤 증거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모린 올하우센 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 
- Simply put, I was not presented with any evidence to indicate that these arrangements were anything other than procompetitive.

캐나다 법원에서도 이 사항에 대해 들여다 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구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죠. 유럽연합에서도 이 문제를 당연히 들여다 봤어요. 역시 결론은 무혐의였죠. 

💬 다분히 정치적인 법무부의 액션 

트럼프 정부의 구글 때리기는 다분히 정치적이에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셜미디어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뭐라도 좀 해 봐"라는 주문을 받았을 거라 추정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섹션230'이라는 면책특권을 없애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을 받고 있죠. (국문기사: 페북 트위터 면책특권 손본다) 2018년 부터 중국의 검열규정에 맞는 검색엔진 드래곤플라이를 만들기도 하는 등 트럼프 정권의 '어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수긍하지 않았던 구글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게 보여주기 좋은 시범케이스 였을 거에요. 
🍎 남아있는 주 검찰의 공격 
#구글 #검색 #전망

구글캠퍼스의 모습 
💬 전망#1 여러가지가 합쳐질 것

저는 저 사안만을 가지고 트럼프 정부가 구글을 압박할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약하기 때문) 다른 사안들이 합쳐져서 연방법원에서 다툼을 벌일 거라고 봐요. 이미 다른 주 검찰들이 구글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검토들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그 중에는 구글을 어떻게 쪼갤 것인가에 대한 내용들도 들어있어요. 특히 구글 크롬 독점, 안드로이드 독점 등에 대한 항목들도 들어있을 거라고 예상이 돼요. 물론 법적 근거가 충분할까 의심스럽긴 해요. 유럽연합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이미 비슷한 이유로 구글을 제재하려고 시도해 봤지만 잘 안됐기 때문이에요. 미국 민주당이 아예 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는 이유도 현행 법체계로는 구글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을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 전망#2 합의의 가능성도 있다 

소송은 준비에만 12~1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요. 따라서 한동안 잊을만하면 또 뉴스들이 나오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며 결론이 1년 안에 후딱 나버릴 사안은 아니란 얘기죠. 그런데, 이 사안은 의외로 정부와 구글이 법원에서 판결까지 보지 않고 합의를 해 버릴 수도 있어요. 구글 입장에서 '까짓거 벌금 내고 끝내 버리자'라고 할 수도 있는거죠. 특히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법률에 대해 해박한 카말라 해리스가 부통령이 될 경우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 전망#3 칼끝은 페이스북 향해 

트럼프의 진짜 칼 끝은 페이스북을 향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미국의 경쟁당국인 FTC는 9월부터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를 끝낸 상태거든요. 소송 가냐 마냐 결정만 남은거죠. 그래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제러드 큐슈너, 에릭 트럼프, 이방카 등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월저널 보도 - 영문) 그럼에도 최근 저커버그 CEO의 행보는 페이스북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음모론들을 제거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트럼프 행정부가 구글을 공격한 것은 페이스북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함축돼 있다고 보여요.
 
💬 전망#4 구글의 주가 향방은? 

저는 단기적으로 구글 주가가 계속 출렁일 수 있다고 봐요. 법무부의 이번 결정 뿐만 아니라 주 검찰의 결정들이 많이 남았거든요. 사람들은 계속 구글이 맞닥드릴 새로운 법률적 리스크를 보게 될 거에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등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구글의 주가를 보는 제 관점은 나쁘지 않아요. 미래는 결국 인재싸움인데, 구글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 참고 : 저는 구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구글에 특수관계인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 코로나 효과는 지나갔다?
#넷플릭스 #실적발표 #주가는6%하락


💬 기대이하의 넷플릭스 실적 

한국시간 새벽 5시 정도에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했네요. 방금 실적발표 내용을 듣고 왔는데요. (동영상 - 자막 없음) 요약해 보면 이래요. (vs 뒤에 있는게 예상치에요) 

  • 주당순이익 기대 이하 : $1.74 vs $2.14 
  • 매출은 기대 이상 : $64.4억 vs $63.8억
  • 가입자순증 기대 이하: 220만 vs 357만 

주가는 폭락했네요. 장외에서 약 6%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넷플릭스의 실적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하의 실적이 나오니 실망감이 컸던 듯 해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넷플릭스 가입자 숫자의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거에요. 넷플릭스가 오늘 자체적으로 내놓은 4분기 가입자 순증 목표치는 600만명인데요.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가입자 순증 수치는 880만명이었어요. 가입자 증가가 한계에 온거죠. 넷플릭스는 실제로 미국에서 무료 한달 프로모션을 없애기도 했어요. 가입자 증가에 더 이상 목을 매지 않겠다는 얘기에요. 

💬 한국, 일본이 넷플릭스 성장원천 

그러나 이런 넷플릭스에게 한국이 엄청난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 밝혀졌네요. 넷플릭스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큰 가입자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혔어요. 220만명의 3분기 가입자 중에서 46%에 해당하는 101만명이 한국 일본 등에서 나왔다는 거에요. 넷플릭스는 이렇게 밝혔어요. 

"우리는 이 지역에서 만들고 있는 성과가 기쁩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We’re pleased with the progress we’re making in this region and, in particular, that we’ve achieved double digit penetration of broadband homes in both South Korea and Japan) 

넷플릭스가 아시아 지역의 가입자 성장을 이렇게 특별히 언급하는 것도 처음보는 것 같네요. 컨텐츠 생산 차원에서도 한국은 넷플릭스에게 중요한 나라인데요, 점점 그 중요성은 커질 듯 하네요. 

💬 외부 자금 수혈 필요없다? 

시장의 기대에도 못미치고, 내부 목표치에도 못미치는 실적을 달성한 넷플릭스. 한국 일본 등에서 3분기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점은 이 지역에 당분간 마케팅 활동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또 한가지 오늘 실적발표에서 넷플릭스는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했어요. 바로 아래 문장인데요. 

"우리는 회사 경영진이 재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현금흐름이 다가오는 수년 동안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히 안정되게 됐거든요." ("We expect our FCF profile over the coming years to continue to improve as we increase our profitability and our transition to the production of Netflix originals matures.”) 

넷플릭스는 그동안 적자를 계속 봐 오던 회사였어요. 의도적으로 성장을 위해 돈을 써 왔죠.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성장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회사 경영진은 "이제 성장을 위해 돈을 쓸 때가 아니라 수익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경영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비록 한국, 일본은 다를 수 있겠지만요. 

(의견) 주가가 6%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넷플릭스는 과거와 다른 회사가 되겠다고 오늘 선언했거든요. 그동안 넷플릭스는 적자를 봐가면서도 컨텐츠에 투자하고 성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성장은 이 정도면 됐어. 이제는 수익성을 꾀할래"라고 바뀐 거라고 보여요. 과거의 투자자들이 떠나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저는 오늘 주가하락이 그런 손바뀜에서 오는 파열음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미라클레터는 자기계발 쪽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밤새 일어난 현안 브리핑으로 드려봤어요. 특히 구글과 넷플릭스에 투자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래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레터가 있는데, 거기에는 여러분의 개인적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컨텐츠를 담아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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