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52 〈정말 먼 곳〉
3월 31일 오늘의 큐 💡
Q. 집콕 1년째, 가고 싶은 곳 있으세요?  🏞

님, 길거리에 벚꽃이 활짝 폈어요 🌺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1년을 훌쩍 넘어가며, 요맘때쯤 벚꽃 구경을 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요😥 행복회로 한 번 돌려볼까요? 님,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푸른 초원, 드넓은 하늘, 한적한 시골풍경은 어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대리체험이 필요하신 분들, 지금 영화관으로 달려가시면 됩니다😆 강원도 화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영화, <정말 먼 곳>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화천에 자리 잡아 목장에서 딸 설이(김시하)와 살아가는 진우(강길우), 그리고 시를 가르치는 현민(홍경). 그들의 곁에 진우의 동생 은영(이상희)이 찾아옵니다. 진우와 현민에게 화천은 어떤 공간일까요. 단순히 '귀촌'의 공간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정말 먼 곳을 찾아떠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먼 곳>과 함께 소개해드릴 영화, 이원영 감독의 <검은 여름>입니다. 두 영화를 연달아 보시면, <검은 여름> 속 지현(우지현)과 건우(이건우)도 어디론가 먼 곳을 찾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어요.

<정말 먼 곳> 속 현민이 시인인 만큼, 이 영화는 시와 가까운데요. 영화의 제목 역시 박은지 시인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는 사실! 시와 관련된 독립영화들도 소개해드릴테니까요, 레터를 읽다가 감성에 젖었다면 꼭 확인해보세요🍃
조심할 게 많은 나날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맘껏 봄을 즐겨보아요🌷 아름답고 먼 곳으로 떠날 날을 기다리며!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구요😊 님, 4월도 화이팅이에요!

시를 담은, 시를 닮은 영화
〈정말 먼 곳〉

동명의 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주석을 읽으면 어쩐지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단 직감이 들고는 한다. 박근영 감독의 〈정말 먼 곳〉은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박은지 시인의 ‘「정말 먼 곳」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박 감독은 거리감을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대학 동기인 박은지 시인의 등단작이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하다 생각했다고 한다. 시에서 출발한 영화는 필연적으로 시를 닮게 되는 걸까? 이 영화는 꼭 한 편의 시 같다. 단순히 시를 시나리오에 차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방식이 꼭 시를 써 내려가는 모습처럼 느껴져서다. 

(...) 영화의 모티브가 된 동명의 시 「정말 먼 곳」은 극중 성당에서 시를 가르치는 현민이, 마을 사람들에게 진우와의 관계가 알려진 뒤 단 두 명의 수강생이 출석한 수업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장면 속에 녹아 있다. 정말 먼 곳.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람보다는 자연과 더 가까운 화천이라는 동네로 도망쳤던 현민과 진우가 간절히 바랐던 곳. 우리의 종착지라고 굳게 믿었던 공간마저 끝끝내 둘을 밀어낼 때 현민은 “욕심 부리지 말자”고 말한다. 현민은 아마 화천에 오기 전에도 수없이 체념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않을까, 이 정도는 바라도 괜찮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꺾이고 꺾이기를 반복하며 현민은 우리가 우리로 존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라고 단념했을 것이다. 진우는 그런 현민에게 이 모든 일이 다 너 때문이라고, 네가 오고 난 뒤부터 모든 게 엉망이 됐다고 소리친다. 어떻게든 견디기 위해 애쓰던 현민도, 믿었던 낙원마저 상실한 외상에 몸부림치던 진우도 결국에는 절벽을 마주한다.

그러나 현민의 시는 진우와 현민만의 것은 아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 딸아이를 동생의 손에 떠안기고 도망친 은영도, 어린 나이에 제일 절친한 친구였던 할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설이도, 소중한 가족을 잃은 문경과 중만도, 모두 어떤 형태의 상실을 겪는다. '정말 먼 곳'은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넘어 극장 안의 관객들까지도 좇고 있는- 내가 나로서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불 꺼진 방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서로를 빈틈없이 껴안을 수 있던 진우와 현민도, 딸 설이와 단둘이 함께하는 밤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아 방문을 잠궜던 은영도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며 정말 가까운 곳에서 최소한의 행복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들이 정말 먼 곳까지 도착하지 않고서도 오롯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먼 곳에 도착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키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상이 또다른 진우와 현민, 은영과 설이를 정말 먼 곳으로 밀어내지 않길 바란다.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게 욕심이 되지 않길, 정말 먼 곳을 찾아 헤매다 보이지 않는 폭력에 떠밀려 추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먼 곳을 상상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단지 그런 것들을 바랄 뿐이다.

인디즈 16기 박유진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정말 먼 곳
박은지

멀다를 비싸다로 이해하곤 했다
우리의 능력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기도 했지만
정말 먼 곳은 상상도 어려웠다

그 절벽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어서
언제 사라질지 몰라 빨리 가봐야 해

정말 먼 곳은 매일 허물어지고 있었다
돌이 떨어지고 흙이 바스러지고
뿌리는 튀어나오고 견디지 못한 풀들은
툭 툭 바다로 떨어지고
매일 무언가 사라지는 소리는
파도에 파묻혀 들리지 않을 거야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면 불안해졌다
우리가 상상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상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었고
거짓에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먼 곳을 상상하는 사이 정말 가까운 곳은
매일 넘어지고 있었다 정말 가까운 곳은
상상을 벗어났다 우리는
돌부리에 걸리고 흙을 잃었으며 뿌리를 의심했다
견디는 일은 떨어지는 일이었다
떨어지는 소리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며 정말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그래야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 먼 곳>의 진우, 현민, 은영, 문경, 설이까지 서울에 도착! 개봉을 맞아 <정말 먼 곳>의 박근영 감독과 강길우, 홍경, 이상희, 기도영, 김시하 배우가 극장을 찾아왔답니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춘천, 춘천> 장우진 감독이 진행을 맡아 섬세한 문학 감성과 신나는 강원도 토크를 오갑니다🥔
"화천이 춘천 바로 위에 있어서 생각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데, 이렇게 아름답고 서울과 다른 풍경이 가까이에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물리적인 거리감과 심리적인 거리감의 차이에서 오는 것들이 의미 있게 다가와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게 된 거구요."

더 멀리, 더 아래로
〈검은 여름〉

정말 먼 곳은 어디일까.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거처를 옮겨봐도 그곳에 타자가 있는 한 편견은 존재한다. 뒤틀린 시선 속에서 버티는 두 사람에겐 서로뿐이다. 작은 세계는 둘로만 이뤄졌기에 아늑하고도 위태롭다. 공기 중에 떠도는 혐오를 받아내며 곁에 놓인 얼굴을 보는 눈빛이 시끄럽다. 둘 중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닌 걸 알면서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걸 놓치기 십상이다. 영화 <정말 먼 곳>과 <검은 여름>는 어딘가로 떠나버린 상대를 그리고 있다. 두 영화엔 모두 엇갈린 시선들이 등장한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들 그리고 이전에 그들이 주던 호의와 신뢰. 무언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네 남성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람들의 얼굴은 낯선 이의 것이 아니다. <검은 여름>은 싱그러웠던 여름의 색이 빼앗기는 과정을 무심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지현(우지현)의 성격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던 하루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지현과 건우(이건우)는 점차 어둡고 비좁은 공간으로 몸을 숨긴다. 양화대교 밑에서 이불 속으로, 더 아래로.

바다는 두 영화 속 인물들이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곳이다. 일정한 파도 소리로 이들의 대화를 묵묵히 들어주는 바다는 평화롭다. 다르게 말해서 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공간은 ‘나와 너’를 제외하곤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뒤틀린 채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닌, 아무도 없는 곳. 두 눈으로 연인을 자유로이 담기 위해선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나가야만 한다. 이들은 왜 정말 먼 곳으로 떠나려고 했을까. 그러다 못해 서로를 잃게 되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두 영화는 잘못이 없는 자들이 멀리 떠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인디즈 16기 이현지
"저는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미숙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극 중에서 캐릭터들은 모두 결함이 있거든요. 사람과의 태도나 사랑에 대한 방식이 모두 서툰 이들이니까요. 사실 제가 처음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런 모습들이 실제 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 좋아하시나요? 🍃
사실 시와 독립영화는 단짝친구, 찰떡궁합!👭👬 함께 하면 더욱 풍요로워지는 짝꿍인데요. 시를 담아낸 독립영화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들도 적어두었으니 영화 보기 전 시를 먼저 읽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될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그리고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진짜 시를 쓰는 일이 뭘까 매일 고민하는 시인, 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앞에 어느날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데...

추천시 : 김소연의 「그래서」, 기형도의 「희망」, 현택훈의 「내 마음의 순력도」
누구보다 행복한 은수, 예원 커플은 갑작스러운 은수의 교통사고로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오래도록 재활을 해야 하는 은수는 예원에게 짐이 될 수 없어 이별을 말하지만 예원은 사랑하는 은수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은수와 예원은 하나 둘 커져가는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추천시 : 도종환의 「담쟁이」
차에 치인 동물을 외면하지도 구해주지도 못하는 시인 ‘김’은 삶과 죽음 어떤 것도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남편은 말도 없이 사라지고 그녀는 저수지에서 버려진 개를 발견한다. 시를 쓰고 개를 돌보며 생을 부여잡아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담한 시선 뿐. 그녀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고독 속에 있다. 이 어둡고 지난한 터널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까.

추천시 : 기형도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
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사람들,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불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카메라 앞에서 들려주는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시를 읽는 것 같다. 고단한 직장생활에 대해 약을 먹으며 버텨야 할지를 고민하는 30대 여성, 선택을 생각할 틈도 없이 기계처럼 일했지만 해고자 신세가 된 노동자, 20년 넘게 안정된 직장을 다니지만 알 수 없는 죄의식으로 공황 장애를 앓은 50대 남자, 불안한 현실보다는 게임 속 세상에서 안정을 찾는 남자, 자신이 겪은 혐오와 차별을 모든 약자의 고통과 동일시하는 여성까지. 이들은 각자 다른 처지이지만 불확실과 비참한 현실 앞에 선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추천시 : 이정하의  「지금」, 심보선의 「오늘 나는」, 임경섭의 「죄책감」, 김남주의 「자유」, 하마무의 「살아있는 쓰레기」, 임재춘/최문선의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 〈시 읽는 시간〉은 다음달, 인디즈 큐 레터로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인디즈 큐 구독자 이벤트, 오늘이 응모 마지막날!

50호니까 커피 50잔! 그리고 통 큰 선물 에어팟 프로까지🙊 
아래의 '이벤트 응모하러 가기' 버튼을 통해 경품 추첨 이벤트에 응모하세요! 

응모 기간 3월 17일-3월 31일
당첨자 개별 연락 4월 2일
*중복참여 불가 / 당첨자의 경우 당첨시까지 구독자일 경우에만 경품 증정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극장은 오늘도 안심방역중!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방역수칙 위반시 방문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1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