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퀴즈에 러닝에 진심인 '달리는 의사' 정세희 님이 나오셔서 화제입니다. 23년차 러너이자 재활의학과 의사인 세희님에 따르면, 인류는 진화적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신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요. 우리의 조상인 수렵채집인은 생존을 위해 달리는 행동이 필수적이었다고요. 실제로 달리기는 뇌 건강에도, 노폐물 제거에도 효과적이라고 하죠. 요새는 한국에서도 러닝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설 만큼 달리기가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모신 인터뷰이도 바로 7년 넘게 러닝을 해 오신 와니님입니다. 달리는 취미는 와니님의 삶에 어떤 변화와 효과를 가져다 주었을까요? 와니님이 소개하는 러닝의 세계로 달려가 보겠습니다! 🏃

• 내 일상을 색다르게 보게 만드는 러닝 

• "산책이 다큐멘터리라면, 러닝은 블록버스터"
• 풀코스 마라톤 후에 찾아온 권태기, 어떻게 극복했나
• 오지라퍼들이 모인, 어딘지 이상하고 기묘한 마라톤 대회 
• "취미든 달리기든, 너무 비장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취미란, '그냥', '왠지', '괜히' 하는 것

🦥 러닝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2018년부터 운동을 좀 해야겠다 싶어서 헬스장에 갔어요. 근데 헬스장 가보면 큰 기구들이 막 있고, 다들 거친 숨 내쉬면서 엄청 무거운 거 들고 그러잖아요. 저는 배운 게 없어서 좀 무섭더라고요. 다칠까 봐 겁도 나고, 또 누가 막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도 아니니까, 뭘 물어보는 것도 좀 뻘쭘하고. 그래서 제일 만만한 게 러닝머신이라 그냥 열심히 뛰었어요. 좀 재밌기도 했고, 성취감도 있고. 앞에 모니터 있으니까 콘텐츠 같은 것도 틀어놓고 뛰니까 나름 시간도 잘 가고. 그때부터는 딱히 고민 없이 헬스장 가면 러닝머신만 탔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야외 달리기로 바뀐 계기는 아무래도 코로나였어요. 코로나 시기에는 나갈 데도 없고 너무 답답하잖아요. 뭘 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고. 근데 달리기는 마스크 쓰고 밤에 살짝 나가면 되는 거니까, 혼자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딱이더라고요. 그러다 진짜 중독된 사람처럼 계속 뛰게 됐어요. (웃음) 

🦥 벌써 7년 차시네요. 그럼 달리기의 매력과 효능은 뭔가요? 

일단 달리기는 그냥 재밌어요. 내 몸을 움직이고, 다리를 뻗고,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과정이 정말 원초적이고 자연스럽거든요.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뭘 배우거나 돈 들이지 않아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커요. 취미라고 하면 뭔가 장비부터 갖춰야 할 것 같고, 돈이 많이 들 것 같잖아요? 근데 달리기는 시작이 진짜 쉬우니까 그게 또 자랑하고 싶어지는 포인트예요. 그래서 한 번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도, 해외에 있어도, 날씨가 어떻든 웬만하면 계속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저도 여러 운동을 배워봤거든요. 무에타이, 수영 이런 것도 해봤는데, 그런 운동들은 뭔가 새로운 세계를 배우는 느낌이에요. 근데 달리기는 내 주변, 내가 늘 보던 일상에서 완전 다른 시야가 생기는 거예요. 그냥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 한강, 공원… 달리면서 보면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져요. ‘아 이 시간대엔 바람이 이렇구나’, ‘빛이 이렇게 들어오네’, ‘오늘은 발목이 좀 뻐근하네’ 이런 식으로 내 몸 상태나 주변 환경을 계속 점검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몸에도 좋고, 마음도 맑아지고, 일상도 새롭게 보여요. 

친구랑 한강을 같이 달릴 땐 또 다르고, 마라톤 준비한다고 집에서 좀 먼 데 코스도 달려보면 또 다르고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사는 도시를 보는 눈이 좀 달라졌어요. ‘아 이 코스는 다음에 추천해도 좋겠다’, ‘여긴 화장실이 많고 편의점도 가까우니까 좋네’ 이런 생각들. 똑같은 공간이 계속 달라 보이니까, 그게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달릴 때는 폰도 못 보고,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달리기밖에 할 수 없으니까 짧은 명상 같아요.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거죠. 

🦥 달리기는 산책하는 것과는 뭐가 다를까요?

제가 느끼기엔 산책은 목적 없이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관찰도 하고, 느긋하게 주변을 보는 거죠. 조깅은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뛰는 거고, 옆 사람이랑 가끔 얘기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고요. 근데 달리기는 좀 더 달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돼요. 숨도 좀 차고, 말도 하기가 힘들 정도고요. ‘내가 지금 러닝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 분명한 것 같아요. 말하자면 산책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고 러닝은 블록버스터 같아요. 더 역동적이고, 몰입도도 높고, 뭔가 에너지가 폭발하는 느낌이랄까요. 

🦥 혹시 ‘러너스 하이*’도 경험해 보셨나요?

*장시간의 달리기 중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강렬한 행복감이나 도취감

정확히 언제라고 딱 집기는 어려운데, 어느 순간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달릴 때가 있어요. 공기를 가르면서, 진짜 수건 짜듯이 몸을 쥐어짜서 달리는 그 순간. 겉으로 보면 되게 힘들어 보일 것 같지만, 이상하게 고통스럽지가 않아요. 오히려 너무 즐겁고, 진짜 멈추기 싫을 정도로 쾌감이 올라오는 그 순간이 있어요. 

물론 그 상태가 오래 가는 건 아니에요. 근데 딱 그 피크에 도달했을 때 오는 짜릿함? 질주의 쾌감 같은 게 확실히 있어서, 그걸 한 번 맛보면 또 그걸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 순간이 있을 때마다 ‘이래서 달리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가 아닐까?’ 하고요. 수상스키나 탁구 같은 건 사회가 어느 정도 발전하고 도구가 생기고 나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근데 달리기는 우리가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이후부터 살아남기 위해 했던 동작이잖아요. 그냥 본능처럼. 그래서 그런지 우리 인체에 제일 최적화된 움직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편하고,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몸에도 제일 자연스럽게 맞고요.

🦥  7년 동안 꾸준히 달려오셨는데, 한 번도 지루하거나 권태기가 온 적은 없으셨어요?

올해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거든요. 근데 그 이후에 진짜 크게 왔어요. ‘내가 도대체 이걸 왜 하고 있지?’ 싶더라고요. 42.195km니까 기본으로 4시간 넘게 뛰어야 하거든요. 하프 마라톤이랑은 차원이 달라요. 너무 힘들고, 너무 지루하고,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집에 언제 가지? 이 길은 왜 이렇게 끝이 없지?’

돌이켜보면, 저는 러닝 자체는 좋아했는데 풀코스는 언젠가 한 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즐기면서 준비한 게 아니라, 뭔가 과업처럼. ‘한 번은 해치워야지’ 느낌으로 하니까 의무감만 커졌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서 너무 힘들었던 거죠. 거기다 성적도 마음에 안 들고. 그래서 그냥 꾸역꾸역 뛰었어요. 끝나고 나서는 진짜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주변에서 후기 물어보면 ‘두 번 다시 안 해!’라고만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달리기를 안 했어요. 부상 당했을 때 빼고는 그런 적 없었거든요. 근데 막상 일주일을 안 하니까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내가 뭔가 해야 할 걸 안 하고 있구나’ 싶기도 했고. 

그래서 그 다음 주에 다시 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아무런 목적도, 속도 욕심도 없이 그냥 순수하게 뛰었어요. 그러니까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그 기분이 딱 다시 오는 거예요. ‘내가 내 몸을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그 느낌. 아 이거였지… 싶었어요. 그 순간에 좀 확신이 들었어요. 아, 나는 이걸 끊을 수가 없겠구나. 약간 평생 사랑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나이 들어서도 계속 하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권태기 시기를 지나고 나니까, 달리기를 대하는 마음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 달리기가 좋아서 ‘이 정도까지도 해봤다!’ 싶은 일이 있었을까요? 평소의 나와는 다른 행동이라든지요. 

마라톤 훈련은 장거리를 해야 되니까 주말에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주말엔 친구들 약속도 있고, 훈련도 하고 싶고. 그래서 아예 약속 장소까지 뛰어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훈련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일석이조인 거예요. 그때부터 친구들이 절 보면서 ‘진짜 이상한 사람 같다’고 했죠. (웃음) 

🦥 ‘너 만나러 뛰어가는 중이야’라고 하면 그냥 상징적인 말인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진짜 뛰어가신 거네요. (웃음) 이젠 진짜 대중교통도 잘 안 타겠어요. 웬만한 데는 그냥 뛸 수 있으니까.

맞아요. 무슨 올림픽 봉화 들고 뛰는 전령처럼 (웃음). 그날 이후로는 아예 ‘약속 장소까지 뛰어가기’가 저만의 전략이 됐어요. 막차가 끊겨도, ‘그냥 뛰면 되지 뭐’ 이런 생각으로 바꼈어요. 언제든지 달릴 수 있으니까요.

🦥 첫 마라톤 대회는 언제였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여의도에서 열린 10Km 마라톤 대회였어요. 저는 주로 헬스장, 그것도 지하 헬스장에서 러닝머신만 보고 달렸거든요. 모니터만 보고 달리는 실내 환경에 익숙했는데,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까 진짜 수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달리기 하나만을 위해서 길을 통제하고, 그 더운 주말에 나와 있는 거예요. 다들 고생스러울 법도 한데 표정이 너무 밝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한 번 멈춰섰는데,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오시더니 갑자기 '멈추면 안 돼! 천천히 가더라도 앞으로 가!' 이러시면서 제 등을 진짜 밀어주시는 거예요. 진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웃음) 그냥 지나가도 되는데 굳이 그렇게 접촉까지 하면서 응원해주는 거예요. 그 말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마라’는 말이요.

🦥 마라톤 대회만의 문화인가봐요. 모르는 사람과도 교류하고, 응원을 주고받는.

맞아요. 반환점에서 처음 마주보게 되는데 그때 서로 '화이팅' 하면서 하이파이브하고, 모르는 사람이지만 지나가면서 응원을 나눠요. 급수대나 결승선 근처에서는 관중이 계속 ‘멋지다’, ‘다 왔어!’ 이런 말 해주는데… 그분들도 땡볕에 서 있으면서도 계속 응원해주시니까 너무 감동이었어요.

마라톤에는 오지라퍼들이 많은데, 이게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 사람이 힘들 걸 나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다 한 번씩 겪었던 거니까 더 응원해 주고 싶은 것 같아요. 제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승패, 랭킹, 대결 등 이기고 지는 게 없는 스포츠라는 점이에요. 각자만의 길을 걸으면서 자기와 싸우는 거거든요. 

그냥 내가 달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건 없는 응원을 받는다는 게 일상에선 진짜 드문 경험이잖아요. 보상도 없고, 의도도 없고, 그냥 ‘달리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서로를 응원하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되게 웃기잖아요. 몇백 명이 더운 날에 굳이 모여서 뛰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이파이브하고, ‘화이팅!’ ‘멋지다!’ 소리 지르고… (웃음) 근데 그 안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동화돼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 ‘함께 달린다’는 느낌,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이 들어요. 그리고 실력도 그날은 더 잘 나와요. 다 같이 뛰니까, 나 혼자 멈추기도 좀 그렇고. 그런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있어요. 

🦥 저는 ‘달린다’는 동사가 왠지 다른 동사에 비해서 엄청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게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는 거잖아요. 옆으로나 뒤로 가는 게 아니라, 그저 앞으로. 그래서인지 저는 달릴 때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완전히 있다’는 감각을 자주 받아요. 내 몸이 내 힘으로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게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요. 나무를 뒤로 하고, 사람을 지나고, 나는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그게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줄 때가 있어요. ‘아, 나 지금 정말 살아 있구나.’ 그런 실감이 들어요. 

심장 소리가 커지고, 숨이 차고… 그런 두근거림에서 정말 살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런 감정은 사실 문서 작업이나 사무 일처럼 머리로 하는 일에선 잘 안 생기잖아요. 정신적으로는 충족될 수 있지만, 생존감이나 실존감 같은 건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 명상과도 닮은 부분이 있네요.

네. 달릴 땐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기 어려워요. 지금 이 순간 내 몸이 움직이는 것, 숨 쉬는 것, 눈앞의 풍경에 집중하게 되니까요. 특히 야외 달리기를 할 땐, 자연 속에서 그 원초적인 느낌이 더 커져요. 바람, 햇살, 나무, 흙 냄새… 그 안에서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 그걸 한 번 경험하면 진짜 마라토너의 길에 들어서는 것 같아요.

🦥 보통 다른 취미는 ‘무엇을 한다’는 식으로 타동사적이잖아요. ‘춤을 춘다’, ‘뜨개질을 한다’, ‘식물을 돌본다’처럼요. 근데 ‘달린다’는 그냥 자동사 하나로 완성되네요. 목적어 없이도 ‘나는 달린다’라는 말 자체로 이미 충분한 거예요. 이게 되게 강렬하고 능동적인 문장이 되잖아요. ‘나는 일 끝나고 달려.’ 이러면 너무 짧고도 명확한, 단단한 감정이 전달되는 느낌이랄까요.

맞아요. 그래서 전 달리기가 고전적이다, 원초적이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우리가 이 몸을 가진 이상, 늘 안에 남아 있는 행위 같아요. 어쩌면 인류 역사 내내 계속 이어져온 동작이잖아요. 마치 운동계의 클래식 같아요. 내 몸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고,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래서 상을 타거나 기록을 세우지 않아도, 그 행위 자체로 정신적인 보상이 오는 것 같아요. 

🦥 와니님에게 ‘취미’란 무엇인가요?

저는 ‘그냥’이라는 말을 되게 좋아해요. 뭔가 목표나 보상, 계획 없이, 누구나 그냥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친구는 왠지 여행만 가면 사진을 많이 찍고, 또 어떤 친구는 같이 놀 때 괜히 음악 선곡을 신경 써요. 외출할 때 옷을 좀 더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왠지 그냥 하게 되는 것들’이 저는 다 취미라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는 그런 걸 잘 취미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취미라고 하면 비장해야 될 것 같고, 얼마나 오래 했는지, 얼마나 잘하는지를 어필해야 할 것 같고, 공신력 같은 걸 요구하는 분위기도 있고. 그래서 그냥 하고 있는 것들인데도 ‘나는 취미가 없어요’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게 다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아까부터 ‘그냥’, ‘왠지’ 같은 말이 자주 나왔는데, 둘 다 결국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네요. 사랑이 그렇잖아요. 사랑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진짜 사랑은 이유가 없을 때도 많아요. 그냥 마음이 끌리는 거죠. 취미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 게 어쩌면 내 진짜 모습일 수도 있고요. ‘내가 그냥 하는 게 뭐가 있지?’ 생각해 보면, 나도 몰랐던 취미를 발견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취미나 달리기나 뭐든 너무 비장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누가 저한테 달리는 속도를 물어보면, 사실 말 안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괜히 거기서부터 평가 프레임이 생기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냥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건데,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로 판단되면 이상하게 거리감이 생기거든요. 그냥 하면 되는 건데 말이에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