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주 에세이 당번 아매오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직장인의 시간 활용법에 대해 써봤습니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 반이 딱이라는 얘기를 자주 주고받는데요. 왜 그런가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출퇴근 시간에 전체 워킹 타임까지 따지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내 시간은 내가 알아서 해! 시간 주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의 평일은 누구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나요? 내 시간을 관리 당하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관리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일단 오늘은 실패했습니다. 내일은 성공할 거 같아요. '실패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거든요. 하하하!

밥을 단순히 끼니로 대할 때 사람은 불행해진다. 그것은 곧 ‘여유 없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우리는 밥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밥 먹었어?”, “밥은 먹고 해야지”, “밥이라도 먹자”, “밥 먹을래요?” 따위의 말들에 숨은 의도는 그야말로 수만 가지에 달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모든 의미를 제쳐 두고 그저 기계에 연료 넣듯 오직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밥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본인 의지나 성향에 따른 결과가 아닌 한) 그에게 닿지 못하고 사라질 수만 가지 가능성에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식구라는 단어도 살펴볼까. 일상적으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들보다 더 내밀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인 가구인 나의 식구는 누구인가? 바로 회사 동료다.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아닌 이유는? 관계는 강도가 아니라 빈도니까. 꼬박 9시간을 붙어 지내고 매일 한 끼를 같이 먹는 회사 동료야말로 ‘식구'에 걸맞다. 물론 회사 동료는 ‘일로 만난 사이’다. 하지만 일이 아니면 상종도 안 하는 건 좀 곤란하다. 그건... 삭막하다. 친밀감에서 비롯되는 신뢰가 있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점심시간으로 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딱 30분만 더 줬으면 좋겠다. 메뉴 고민하고 식당에 가서 주문하고 밥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꽉 찬다. 커피는 테이크아웃 할 시간이 나면 다행인 수준. 심지어 양치도 해야 돼. 이게 뭐 F1 피트 스톱도 아니고, 오전 업무에 치이다가 급하게 뱃속에 밥을 때려넣은 뒤 오후 업무로 끌려가는 삶? 이거 맞나? 회사는 내가 동료들과 잡담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혼자 쉬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함께 쉬는 시간도 중요하다. 회사 생활은 같이 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도 사바사는 진리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밑도 끝도 없이 쉬자는 입장은 아니다. 충분한 휴식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 사실 누군가는 딱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적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가볍게 밥 먹고 운동하는 사람도 존재하긴 하더라. 오히려 처지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동해서 좋다고(실화다). 그러니까 점심시간... 사람마다 자유롭게 쓰게 하면 안 될까? 회사가 무너질까? 이미 자율 출퇴근도 보편화 되었는데 시간 활용의 폭을 조금만 더 넓혀보면 어떨까.


자율 출퇴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이 제도가 퍽 마음에 든다. 지하철을 놓칠까 봐 뛰지 않아도 되고, 궂은 날씨로 인한 교통체증에 안절부절못하지 않아도 된다. 팀원 간 스케줄 공유만 잘 되면 불편함을 느낄 일이 전혀 없다. ‘갑자기 찾을 수도 있는데 없으면 피해를 주는 것이니 모두가 정시 10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노발대발하던 상사와 일할 때가 아득히 먼, 그래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과거처럼 느껴진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말은 ‘약속한 시간에 늦지 말자'는 뜻이다. ‘9시까지 집합!’이 아니다. 그런데 그 상사는 후자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매우 클리셰적이게도, 그는 그렇게 노발대발하는 날을 빼면 정시에 자리에 있던 적이 없었다.


나는 9시에 출근한다. 그럼 이런 질문을 받는다. 굳이 왜? 그럼 이렇게 답한다. 6시에 퇴근하려고. 일단 나 자체가 아침형 인간이긴 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출퇴근 시간이 편도로 1시간 30분이다. 만약 11시에 출근하는 바람에 애매하게 8시에 퇴근하면 집에 돌아오기만 했는데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밥 먹고 씻으면 잘 시간이다. 그렇다고 아침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느냐? 아예 오후도 아니고 또 애매하게 10시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앞뒤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몰아주기로 한 거다.


‘굳이 왜?’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율 출퇴근인데 9 to 6를 지키는 이유가 궁금한 것일 테다. 앞서 말했듯 9시까지 나가긴 하지만 예정된 미팅이 없는 한 그 시간을 칼 같이 맞추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편안하다. 그저 나와의 약속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 약속은 평일의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가 짜준 대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내 의지가 반영된 일상을 살게 되는 셈이다.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한 시간 정도 더 자고 비교적 더 나은 상태로 출근한다. 업무 효율에도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 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는 “산업혁명을 이끈 가장 중요한 기계는 증기기관이 아닌 시계”라고 했다(분명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을 것 같아서 ‘산업혁명', ‘점심시간', ‘1시간'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 봤다). 일하는 사람을 문자 그대로 톱니바퀴처럼 여기던 때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여전히 기능적인 의미에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그러한 인식이 바탕이 돼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큰 흐름이 통제에서 자율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비롯해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시간대에 대한 통제권이 스스로에게 좀 더 주어지면 좋겠다. 하루를 통제할 수 있으면 일주일을 통제할 수 있고, 일주일을 통제하면 한 달을, 한 달을 통제하면 일 년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다 보면 왠지 내 전체 삶을 디자인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 이 연사 소리 높여 큰 소리로 외칩니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으로! 늘려달라!

코로롱 시국에 잠깐이라도 재택 근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겁니다. 정해진 시간에 회사로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일을 마치고(혹은 가지고) 퇴근하는 사이클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는지를요. 물론 집중하기엔 사무실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재택 근무의 효율성은 그 모든 걸 압도하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 루틴, 내 페이스, 내 템포에 맞춰서 일하고 싶다고 말이죠. 물론 안하는 게 제일 좋지만요;) 그 생각과 감정들이 ‘시간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모아지니 참 좋네요. 주권은 안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말이죠. 저도 얼른 회사로부터 제 자신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야망백수 : 24시간을 내 맘대로 쓰다가 최근 다시 회사생활을 시작한 (구)야망백수 (현)무기력출근맨입니다. 마침 제가 다니는 회사 점심시간이 한시간 반인데요.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쎄한 느낌이 들더군요. ‘점심시간 한시간 반’ 바로 아래 ‘저녁식대 제공’이 쓰여있어서 일까요. 두 문장의 행간은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야근할 거 편하게 하세요”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역시나 빗나가는 법이 없네요. 제도가 아무리 자유로워도 일이 많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성장’하면 일을 좀 빨리 끝낼 수 있을까요? 자유의 무게인지, 일의 무게인지 어깨가 무겁습니다. 아아, 그리운 자연인 시절이여....
파주 :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8시간이 마치 여의봉처럼 짧았다, 길었다를 경험하게 됩니다. 문제는 길면 긴 대로(시간과 정신의 방 간접체험), 짧으면 짧은 대로(보통 이런 기분이 들 때 업무는 쌓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건데요. 아무래도 아매오님의 말처럼 시간 주권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시간 주권이란 건 도대체 언제쯤 손에 쥘 수 있는 걸까요? 오늘 선물받은 로또복권이 저에게 경제적 자유와 시간 주권을 선물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감히 품어봅니다. 이번 주에는 정말, 당첨될 거 같은 예감이 들거든요.

BY.야망백수
▲ 생산성이란 생체리듬을 공략하는 것.
점심시간 직후 회의는 스케쥴 관리의 승리
BY. 아매오


점심시간, 어디까지 해보셨는지요. 저는 이직 면접을 본 적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많은 것들이 진행되던 시기였죠.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회사 점심시간에 이직 면접을 보는 스펙타클(?)한 경험은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겪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는 점심 시간을 활용한 소개팅이 많이 이뤄진다는 썰도 여러 번 들었는데요.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에서도 점심시간은 줄거리가 진행되는 주요 배경이기도 하죠. 생각해보면 점심시간에 밥 먹는 거 말고는 전부 다 OO라고 얘기해도 될 것 같긴 한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풀칠러A
'건강'이라는 주제의 글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들러 봅니다. 현대인의 고질병이라는 거북목과 손목의 통증을 저 역시 달고 사는데요...! 책과 붙어 사는 사람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스스로 위로하며 오늘도 목과 손목을 달래봅니다 ㅎㅎ...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을 천 번도 더 들은 것 같지만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해 개인적인 처방을 내려주는 사람이 실존하지 않는 다는 것에 이상한 위로???를 느끼는 오후입니다(물론 많이 자고 스트레스 안 받고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은 제가 메가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가능한 일이기에 고이 접어 책상 앞으로 가 일을 봅니다...)

모쪼록 풀칠팀과 풀칠러 모두가 건강하시길 바라며...!(저의 올해 건강 목표는 마음의 건강입니다! 비교 금지, 낙오 금지, 자학 금지 보다는 그럼에도 툴툴 털고 일어나 건강한 나를 사랑하기!)
아매오

지인 회사에서는 건강 비용 명목으로 매달 지원금이 나온다고 합니다(긁고 환급 받는 개념). 그런데 그 건강에는 마음 건강도 포함이라 심리치료 또는 상담까지 지원 대상이라고 하네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드는 만큼 건강한 마음이 건강한 몸을 다지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죠. 건강 챙깁시다!

풀칠러B
폼롤러와 요가를 하십시오...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야망백수

작년 목표가 <앉은 자세에서 물구나무 연속동작으로 하기>였던 야망백수입니다. 실패했습니다. 올해 재도전해보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아침 6시 40분 요가 갑니다. 미라클 모닝 화이팅...!

풀칠러C

얼마 전 파주 님과 같은 이유로 어깨에 신경주사를 세방정도 맞았어요.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근데 딱 이틀 가더라고요.
제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 선생님은 평소 자세가 어떻냐고 질문하십니다. 묵직한 책임감이 안그래도 아픈 어깨를 더 짓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파주 님 말씀대로 내 몸이 아픈 건 다 나의 '업보'니까. 애써 겸허히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며 터덜터덜 물리치료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서러웠어요. 저도 이렇게 스스로를 망치며 사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달마다 풀칠하고 살려면 어쩔 수가 없었는데... 의사 선생님께는 하지 못한 말을 풀칠러 분들께는 해봅니다ㅠ
파주
스스로를 망치는 어른이라... 가슴이 미어지는 말이네요. 저도 풀칠러님처럼 신경주사를 어깨에 찔러넣고 도수치료까지 덤으로 받았는데요. 분명 병원을 나서는 순간까지는 어깨를 새것으로 갈아끼운 것처럼 가뿐했는데, 딱 이틀뿐이더라고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거북목 업보라고, 잠시 목을 뒤로 당기는 걸로 그 모든 거북 업보를 청산하려 든다’는 우스개소리요. 오늘도 오른쪽 어깨를 엉금엉금 타고 옆통수까지 온 두통에 한숨을 쉬게 됩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어깨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설픈 스트레칭을 찔끔찔끔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과거의 나를 탓하고 미워하는 것에 질려버려서요. 언제까지고 후회만 할 수 없으니 이제는 뭐라도 해보려고요.


풀칠러D
내척추 : "망가질게" / 바른 자세로 살아야하는건 아는데 삐딱하게 앉는 것이 왜이리 편하죠. 하루하루 뻐근함과 근육통이 늘어가는 것을 느끼며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직장생활까지 겸하면서 몸이 굉장히 빨리 망가지는 걸 느꼈고 이제는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유모차끌고 하루 1시간씩 걷고있습니다. 아기 재우기에도 산책만한게 없어요. 몸짱은 못될지라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건강하게 버틸랍니다
마감도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 모든 걸 한 번에 감당하셨다니요. 곧은 마음과 바른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산책 좋죠. 혼자만의 순한 시간 꼭 챙기시길 바랄게요. 풀칠러님의 건강, 항상 기원하겠습니다.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 모든 걸 한번에 감당하셨다니요. 곧은 마음과 바른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산책 좋죠. 혼자만의 순한 시간 꼭 챙기시길 바랄게요. 풀칠러님의 건강, 항상 기원하겠습니다.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일하면서 겪은 일,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편지에 대한 피드백 무엇이든 좋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여러분의 풀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풀칠하는 데 쓰겠습니다

아래 계좌로 풀칠팀에게 팁을 보내주실 수 있어요.
풀칠러님의 뜨끈한 마음이 <풀칠>을 더 차지게 만듭니다.


카카오뱅크 3333-20-3881365 (이상우)

💎후원해주신 금액은 전액 서비스 운영(메일 발송 솔루션 비용 등)에 사용됩니다.



주간 밥벌이 레터 풀칠

밥벌이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

/💌fullchil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