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살롱 매거진 27호 💁
8.31. 2023
Vol 28. 약함(weak)의 미학 - 행복하고 단순한 삶 🙋‍♀️
  
Hello from Gina 


최근에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완독했어요. 저의 지금 상황에서 끌어당겨지는 책과 콘텐츠들은 '정리, 정돈' '버리기' 입니다. 9월 출산이 임박했고 12월 중순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스케줄에 맞닥뜨렸으니까요. 지금 당장에라도 하나라도 더 정리하는 액션을 바로 취하는 게 좋을 텐데 저는 또 이런 주제에 대한 책을 읽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요 👀 


무시무시한 알고리즘은 제 고민을 파악하고 조수빈 아나운서 유튜브 채널로 저를 인도하였고 너무나 평온해보이는 미니멀한 그녀의 집에서 '단순하게 살아라' 책을 소개하신 영상을 보고 '이 책은 꼭 사야겠어!' 하는 욕망이 들어 사게 되었어요. 근데 처음 읽었을 땐 그냥 그랬습니다. 다 아는 내용 같고... 책이 좀 가볍다고 생각했어요. 책 중간중간 나오는 카툰(cartoon) 같은 일러스트도 이 책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일조했죠. 비슷한 주제의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와는 비교할 바도 못 된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왠지 뒤에는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책을 중간에 접지는 않았습니다 😄


그러다가 오늘 매거진에 참고하려고 재독했는데 이제야 보물 같은 부분들이 보입니다. 이래서 무언가를 기록하려는 노력, 공유하려고 하는 노력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더 잘 보이거든요. 기왕 읽는 책 '그냥 그랬어'로 끝내기보단 '~부분이 좋았어'라고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그 안에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취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니까요.


행복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내 자신 외부의 복잡함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특히나 함께 사는 가족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단순하고 심플한 삶은 거리가 멀어 보이죠. 특히나 어린아이가 집에 있는 경우는 더더욱이요. 일도 매번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 다사다난한 우리의 삶은 행복하고 단순하게 살 수 없는 것이냐? 하신다면, (예상하셨겠지만) 당연히 아닙니다.


방법은 단순해져야 하는 대상을 '나'로 좁히면 되는 겁니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모두 잘 해내려고 하는 그 마음 (가정, 일, 육아, 자기 계발 등....) 이 내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저자가 독자에게 주고 싶은 '단순하게 살기 위한 제안'은 바로 '좀 더 약해져라'입니다. '약해지세요-' 하는데 제 마음 한편 이 울컥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내면에는 심판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 언급했는데요. 그 내면의 심판관은 무의식적으로 계속 나타납니다. 저에게는 '너 똑똑하잖아' '참 용감한 첫째야' '나약해지면 안 돼' '씩씩하다 정말' 어릴 때 칭찬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어른들의 말들이 지금까지도 내면의 심판관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고 그것을 프라이드로 삼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던 그 마음들과 행동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겠지요. 그래서 '좀 더 약해져라'라는 이야기는 제 본능과는 매우 반대의 조언이었어요.


이 책에서는 약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소 유치한 방법들도 많이 제안해 줍니다 (번역이 되어 더 그럴 것 같네요).

  • 잘못한 일 소문 내기 (가능하면 꾸며서 재미있게 하라고 합니다!)
  • 불완전한 하루를 보내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다림질이 안된 옷을 입은 채 사무실에 나가고, 심지어 전화번호를 잘못 누르고 미안하다는 말도 해보라고 합니다 🤣) 


그런데 이러한 제안이 절대 유치한 게 아닌 게, 이렇게 일부러 작정하고 하루를 보내면 하루하루가 전진이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세계에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무의식의 심판관들에게 펀치👊 펀치👊를 하는 것이죠.


꼭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책에서 뉴멕시코 대학의 조사 결과가 인용되었는데 '행복하고, 단순하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혀 대책이 없는 무모함과 완벽주의의 중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전혀 대책이 없는 무모함이 아니라면 좀 더 약해지고 실수도 용납하고 (오히려 내 실수를 사랑하고) 이런 실수에도 나와 함께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내 삶에 만족하게 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내 삶의 만족이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힘이 들어 못하겠는 일은 '못하겠어요'라고 말해보세요. '도와줘요'도 해보시고요. 퇴근길에 괜히 빙 돌아 가면서 엉뚱한 시간을 보내보세요.


"부담감에서 벗어나 길게 심호흡을 하고 나면 강함이 아니라 약함을 통해 삶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 <단순하게 살아라> 독일인 저자 베르너 퀴스텐마허, 로타르 자이베르트


💬 토요일 낮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좋아하는 근처 카페에 혼자 앉아 아주 달콤한 밀크티 한 잔과 함께 라이프살롱 매거진을 읽었습니다. 그 시간이 저에게는 길티 플레저였던 것 같아요.ㅎㅎ 브라마솔레님의 글을 읽으며 덩달아 멋진 부산 카페에 다녀왔고, 짭짤한 감자칩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는 소피 님 부부의 모습에 저희 부부가 겹쳐지며 저도 피식 웃었습니다.(특히 볼륨 부분이요ㅋ)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구박? 가운데서도 꿋꿋이 찾아가신 지나 님의 이야기는 내면 깊이 공감하며 뭉클했어요! 다음에도 라이프살롱 매거진은 토요일 카페에서 느긋하게 읽어야겠습니다 :) - 틸 Tyl 

 전습법과 분습법
#교육 #평생교육 
Editor: Soyoung


영국에서 가구 디자인 공부를 하던 시절 나랑 참 잘 맞던  과목이 있었다.

“Thinking through making”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듈이었는데, 이 과정의 주된 학습 목표는 주어진 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암기력에만 지나치게 의존된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던 나로서는 책상이 아닌 워크숍(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교육 방법이 참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골프 선생님과 나눴던 분습법과 전습법의 차이에 대한 대화가 영국에서의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분습법 이란 학습과제를 몇 개의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학습하는 방법이고, 그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전체를 한 번에 학습하는 것이 전습법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학습자의 지능이 높거나, 학습이 진보될수록 전습법이 유리하며 학습내용이 의미 있는 재료로 되어있는 것은 전습법이, 무의미한 재료의 기계적 암기에는 분습법이 유리하다고 한다.


영국에서의 학습법은 전습법에 가깝다. 전체를 한 번에 가르쳐 주면 작은 디테일을 놓치게 되는 단점이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사소한 디테일들은 학습자 스스로가 개개인의 방법으로 메워 나갈 수 있다. 여기에서 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총 12년의 시간 동안 매 분기 시험을 보며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나의 학창 시절에 큰 그림을 그리며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여유는 없었다. 그 연장선상에 인생을 대하는 내 사고방식 또한 숲을 보며 미래를 가꾸기보다는 당장 내 앞에 닥친 현실을 살아가기 바빴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우리 인생에 학습이 끝나지는 않는다. 사회에 나와서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들이 다 인생 공부가 된다. 학습 기간에 맞춰 미리 잘라둔 조각들만 보며 맹목적인 학습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졸업과 동시에 숲을 보라고 하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전습법이 곧 거시적 관점을 뜻하는 말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가르칠 때 (특히 아이들을 교육할 때) 전습법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 보면 조금 더 자기주도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게이 탐구생활
#길티플레저 #남의연애 #성소수자 
Editor: Ohana Yoori
 

살면서 성소수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그들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림을 그리면서 나에게도 어떤 내적 자극이 생긴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이 뭐가 있을까? 아이들 재우고 컵라면 먹기가 제일 큰 일탈인 나는 그날따라 프로그램 하나를 골라 폐인처럼 정주행 해보고 싶었다. 그날 아이들을 재우고 곧바로 영상을 고르기 시작했다.


<남의 연애 2>라는 타이틀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닌 타인을 뜻하는 '남'이라고 받아들였고 시즌 2까지 있는 걸 보니 꽤 인기가 있나 보다 싶어서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한 5분쯤 봤을까. 음... 응? 아니 이거 뭐지? 男의 연애였던 것이다. 정확히 남자들끼리의 연애 프로그램이었다.


게이 연프라.. 나로서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너무나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어서 내 눈 컨디션이 허락하는 만큼 몰아서 봤다. 8명의 남자 출연진들 중에 첫 화부터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남자 두 명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둘은 최종 커플이 되었다. 내가 연애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건 처음인데 그러면서 알게 된 용어들을 대략 정리해 보자면


연프 : 연애 프로그램

최커 : 최종 커플

현커 : 현실 커플


연애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커가 현커인지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했고 나 역시도 방영 중에 그들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아내 방영 후에 어떤 피드가 올라오는지 기다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방영 중에는 sns 활동 금지이기 때문이다.)


내가 응원하던 최종 커플은 현재도 만남을 잘 이어가고 있고 유명 잡지사인 <데이즈드> 화보 촬영도 마친 상태다. 게이들을 탐구하면서 그들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는데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는 섣불리 비난하지 말 것과 세상 사람 모두가 다 다르듯이 게이 커플이든 일반 커플이든 그 속에는 멋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게이는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데이즈드 코리아 


방송을 보며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3년을 만난 연인과 더 이상 함께 그릴 수 있는 미래가 없어서 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는데, 어쩌면 남녀 간의 결혼이라는 제도와 임신이 되고 아이를 낳는 것들이 신이 인간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더 오래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매거진  - No 27. Guilty Pleasure 🍫
 내 선택에 cheers! : 책 선택
#책선택 #서점추천 #오키로북스 
Editor: Sophy
 

자기 전에  아로마테라피를 하며 피로를 풀면 좋을 텐데 현실은 내일 새벽에 올 음식과 생필품을 누워서 주문하거나, 누군가가 추천한 책 리스트에 아이 책 몇 권을 더해 주문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책 주문을 깜빡해서 오늘은 근처에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에 가서 직접 사 오기로 했다.


추천 도서 5권을 구매할 예정인데 서점 안을 헤매지 않고 찾으러 가는 길이 얼마나 편하고 좋냐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결과는, 5권 모두 실패였다. 5권 모두 나에게 맞지 않는 옷 같았다.


어제 주문해서 오늘 아침에 받을 뻔한 책 위치 리스트를 보고 있자니 여태 내가 저장해둔 추천 여행코스, 베스트셀러, 핫 플레이스... 이 모든 것이 언제나 나의 선택의 우선순위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


디지털 시대의 선택은 내가 다 가보지 않고도, 경험해 보지 않고도 많은 정보가 링크되니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것이 대체로 나다운 선택이라기 보다 충동적인 선택일 때가 많다.


이러다 선택하는 방법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교보문고 타임스퀘어점 


    리스트를 구겨 가방에 넣고 서가를 돌아다니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리고 이북으로 읽던 좋아하는 책을 종이책으로 구매하고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을 더 들었다. 재촉하는 사람 없이, 조용히 내가 선택하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젊은 시절의 ‘나’답다는 생각이 들어 활력이 생겼다.


    책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사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자기계발 코너로 향했다. 무제한 이북이 아닌,한 권 한 권이 다 돈인 종이책은 직접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냥 성장이 목표였던 것은 아니었는지.


    어쨌든 성장하려는 사람은 드넓은 대형서점의 자기계발코너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데, 베스트셀러 순이 아니라 초급, 중급,고급자 코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찰나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성장 전문 서점 오키로 북스가 떠올랐다. 분명 그곳에서는 내게 필요한 책 몇 권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새로운 서점을 향한 버스를 탔다


    오키로북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서점에서는 초급자를 위한 책을 포함해 무려 6권을 골랐다. 온라인 주문도 되지만 좋은 책이란 만난 것도 인연이기에 바로 품에 안았다! 읽었던 책을 소장할지 말지 결정할 때도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선택했던 이유와 읽고 나서의 감정, 그리고 그 책과의 처음 만남의 순간까지도 다 떠오르지 않나?


    이곳은 훨씬 숨통이 트이고, 메모글이 벽에 붙어있는데, 책을 고를 때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가게 주인을 불러달라는 내용이었다. 처방도 가능하다니, 역시 찾아와 보길 잘했다.


    이 서점의 매력은  샘플 책에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는지, 읽으면서 표시해둔 밑줄과 고민들을 그대로 다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샘플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는데, 누군가의 열정적인 기록이 묻어난 샘플 책은 나 역시도 가지고 싶을 정도였다. 운영자가 밑줄 그어놓은 문장들이 와닿을 때 혼자 웃었고, 별표에 내 별을 하나 더하고 싶을 만큼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사람이 여러 번 읽고 줄친 흔적이 이렇게 마음에 들 수가. 그렇게 색색깔로 표시된 책들을 읽어보며 자연스레 나는 내게 필요한 책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진정한 가치를 찾는 여정은 어디에서나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은 오프라인에서 일 수도, 온라인에서 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얼마나 '나다운' 선택인지를 묻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 먼저지만.(때로는 고르는 것도 너무 힘든 날이 있겠지만 그런 날은 책은 사지 말자.)


    이제는 "이 책을 꼭 읽어봐!"라고 말하는 대신, 나만 알고 있는 꽤 괜찮은 서점을 추천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어떤 책을 만날지 선택하는 힘을 기르자. 내 직감이 잘 작용하도록 도와주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나다움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키로북스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4길 14 1층 

    운영시간: 평일, 주말 11:30 - 7:00 (월요일 유무) 

    instagram @5km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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