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처리되었습니다
오늘 끼니로그에는
# 배민에서 날아온 편지
# 배양육은 먹겠냐는 질문
# 윰마토의 새송이 호키엔미
담아왔습니다✉
# 고객님 정보 삭제할게요

며칠 전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배달의민족입니다.’ 무슨 일이지!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서, 개인정보를 삭제하게 되었다고 알리는 메일이었어요. 이제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려면 다시 가입해야 합니다.

오묘하게 기분이 좋았다는 것, 눈치채셨나요? (물론 배달 앱은 이것 말고도 여러 개가 있지요! 제가 제일 많이 쓰는 앱은... 일단 배민은 아닙니다 ㅎㅎ)

배달 앱을 열어 메뉴를 살펴볼 때면 좀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야말로 황홀한 세계가 펼쳐지잖아요. '이제 가만히 앉아서 배달받아 먹지 못할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먹을 것은 될 수 있으면 걸어가서 사 온다는 원칙을 세우게 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배달비가 나간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저는 자신을 식탐이 큰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서, 방에 앉아서 뭔가를 받아 먹기 시작하면 통제가 안 될 거라는 두려움이 늘 있어요.
탈퇴 당했는데 왠지 뿌듯한 기분!  
먹을 것을 포장할 때는 가게에 미리 전화를 걸어놓고 직접 가서 받아 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올 때는 음식을 많이 주문하는 일도 왕왕 생기는데, 이때는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바구니 자전거를 타고 음식을 찾아오는 시간은 다소 수고스럽지만 아주 행복합니다.

집에 돌봐야 할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스스로만 챙기면 되는 가벼운 입장이니까 이런 한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 단위로 쪼개 생활을 계획해야 하는 현대인의 도시 생활에 이런 틈을 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저도 늘 실감하고 있어요.

밤 10시가 넘어 자정까지 문을 여는 마트를 찾아 다음 날의 먹거리를 장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던 어느 날에는, '다들 이렇게 바쁘게 살 텐데 집밥을 해 먹자고 주장했으니 내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인가' 자책감에 휩싸인 적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쉽게, 흔한 재료로 뭔가 만들어 먹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할 때마다 조금씩은 나아지고요. 이런 마음을 알아주시고 집밥 챌린지에 관심을 보여주시며 끼니로그를 계속 읽어주시는 끼니어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맛있는 음식과의 줄다리기는 배달 앱을 열지 않아도 계속됩니다. 오늘은 동료가 팀원들을 위해 준비한 맛있는 오란다가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결코 한 개만 먹고 끝날 순 없죠!)

집에서는 밤과 고구마, 그리고 홍시가 기다립니다. 팍팍한 밤고구마는 두유와 찰떡이에요. 한 번에 잔뜩 쪄두었다가 배추, 버섯, 두부 따위와 채수에 풍덩 데치면 라면만큼 쉬운 샤브샤브가 완성됩니다.

조금만 먹기 어려워 늘 정량을 넘기곤 해요. 배를 두드리며 '아,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놓으라던데...'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대하게 봐주기로 합니다. 바깥에는 훨씬 더 '길티'한 다른 음식도 많잖아요. 고구마를 먹으면 살이 찔 것 같지만, 초코파이나 케이크를 잔뜩 먹는 것보다는 여전히 좋은 선택입니다.

뭐 어때요. 가을엔 역시 많이 먹고 좀 통통해지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몰라요.🙂
# 배양육에 대한 생각

육류를 먹지 않다 보니, 시킬 게 별로 없다는 것도 배민을 많이 쓰지 않게 된 배경 중 하나입니다.

"그럼 배양육은 먹을 거야?"

지난 주말, 이 질문이 제게 떨어졌습니다. 수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채식을 한 지 좀 되었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물어온 것이었어요.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어... 못 먹을 건 아닌데... 그냥 고기 맛을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인데..."  

사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맛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것은 윤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지금처럼 동물을 키우고 죽여서 양껏 먹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점점 더 커져왔어요. 빌 게이츠는 배양육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포함해 식물성 재료로 고기를 만드는 여러 기업에 투자했고, 대체육을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에 구글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 속속 투자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국내에도 식물성 재료로 계란과 고기를 대체할 식품을 개발하는 훌륭한 업체가 여럿 있습니다. 우유를 대체할 대체 음료가 속속 나오는 것도 기쁘고요. (아메리카노 말고 라떼를 주문할 수 있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배양육' 질문에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답하고 싶은 것은, 음식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기술중심주의로만 수렴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좋은 음식에서 멀어진 데는 바로 이 '기술'이 아주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맛있는 가공식품이 많이 개발돼 그걸 실컷 누리는 동안에 좋은 식습관, 그리고 건강과 멀어졌지요. 비료를 많이 써서 농작물을 빨리 키우는 동안에 땅이 많이 오염되어 우리가 먹는 채소의 영양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고요.

이 문제를 다시 '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기술을 가진 기업은 돈을 많이 벌겠지만, 우리의 식생활은 여전히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까이 두고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던 흔하고 몸에 좋은 음식, 그리고 오랜 시간 인류가 발전시켜온 좋은 식문화를 다시 보려는, 어찌 보면 다소 보수적인 태도가 식생활에 있어서는 필요한 게 아닌가 해요. 

동물의 세포로 키운 배양육이든, 곡물과 채소로 고기 맛을 모방한 식재료든, 전 인류가 손쉽게 '대체육'을 소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때까지 그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일단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고기 외에 어떤 맛있는 게 있는지 열심히 탐구하자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는 일이 기쁨을 희생하고, 재미와 멀어지고, 쾌락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여전히 맛있는 것들은 아주 많고 우리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계속 열심히 탐구해 보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끼니어님의 생각도 궁금해요. 대체육이나 배양육, 혹은 육식이나 채식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끼니어님께서는, 메일 하단의 버튼을 꾹 눌러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끼니어님, 안녕하세요. 윰마토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얼마전 흥미로운 전시에 다녀왔어요. 한국 작가님들 작품이 많아 왠지 뿌듯했습니다.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바로 이 작품이었습니다.
주재환 작가님의 <귀찮아> 입니다.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어요.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서요. 복잡했던 마음이 좀 가벼워지면서, 쉼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요리는 싱가포르식 볶음면 '호키엔미' 입니다. 이 요리는 꼭 싱가포르 버전의 '간장 계란밥' 같아요. 흔한 재료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거든요.

채식을 하는 손님이 오시면 대사관에 오시면 채소의 조리법을 달리해 해산물이나 육류의 식감을 내곤 하는데요. 구하기 쉬운 새송이 버섯으로도 훌륭한 식감을 낼 수 있답니다. 
새송이 관자 호키엔미🍜

집에서 '뚝딱' 만드는 호키엔미입니다. 간장으로 양념하고 새송이 버섯을 관자 모양으로 잘라 식감을 더해요.
사진 및 레시피 : 윰마토
재료 
새송이버섯 2개, 청경채 2송이, 양배추 1/5통, 두부(또는 유부) 반 모, 마늘 3알, 면 200g, 진간장 1T, 참기름 1T, 노두유 1t
✔ 넉넉한 1인분 또는 1.5인분 분량입니다.
✔ 면은 우동, 메밀면, 칼국수 등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쓰면 돼요!
재료 준비!
만드는 법

1. 새송이버섯은 3cm 정도의 길이로 자른 후 격자무늬로 칼집 내어주세요. 오일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2. 마늘은 얇게 썰고, 채소는 원하는 크기로 잘라 주세요.

3.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과 두부를 볶아준 후, 채소들을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익혀줍니다.

4. 면을 끓는 물에 넣고, 70% 정도만 익힌 후 건져내 찬물에 헹궈주세요. 

5. 삶은 면을 3에 넣고, 진간장과 노두유를 넣어 고루 볶아줍니다.
✔이때  약간의 물을 더해 타지 않도록 해주세요
5. 불을 끈 후 참기름을 넣고 볶아 마무리합니다. 짠~!
✔ 쪽파, 고추 등 기호에 맞는 재료를 더해 나만의 호키엔미를 완성해 보세요.🙂  
#HAPPY BIRTHDAY

11월 19일에 태어나신 토토나리 고경남 님, 11월 20일에 생일을 맞으시는 rhotac 님, 11월 21일에 생일을 맞으시는 수얀 님, 고사리연구자 님, 11월 22일에 태어나신 호세 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생일 주간을 누리시길 바라요.

혹시 끼니로그를 통해 나눠 드린 집밥 인증 챌린지 키트나 식사 일기를 써보신 끼니어님 계신가요~! 쓰면서 어떠셨는지 얘기를 나눠주신다면 도토리 에디터에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아래 버튼을 꾹 눌러 남겨주세요.

다음 한 주도 잘 지내다 만나요~!🙂

2022. 11. 18 도토리 에디터 드림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서울 중구 정동길 3 경향신문 본사 6층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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