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마크롱은 꽤 개혁적인 공약으로 대선에 당선되었는데 막상 현실정치에서는 자본가나 기득권의 편을 노골적으로 드는 태세를 취해 약한 입장의 사람들로부터 공분을 많이 산 대통령으로 보입니다.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난 배경을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유류세 인상이 직접적인 이유였었죠.
ㅂ) 유류세를 중심으로 조세 문제가 직접적인 배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위키백과] 노란 조끼 운동↗
초기에는 부유세 인하, 긴축정책, 석유 제품 가격 및 세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중점이었으나 이후 관련 있는 구매력 관련 주제로도 주장이 확대되어 중산층이 붕괴되던 시골 및 농촌, 중간 도시로 시위가 확대되었고 시위대의 주장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으로 번졌다
그 외에 안전불감증과 인력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ㅈ)“부유세” 인하도 시위의 이슈였던가요?
ㅂ) 마크롱 정부가 고소득층에게 부유세와 자본소득세를 대폭 감세해 준 것이 문제였다는 설명이 있어요.
ㅈ) 유류세는 휘발유, 경유, LPG등에 부과하는 세금인데 기후위기하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도입을 이유로 이들 유류제품에 부과되던 세금을 인상하려는 시도였지요.
ㅂ) 네, 환경 문제가 이유였습니다.
[한겨레] 마크롱, ‘노란 조끼’에 백기…“유류세 인상 철회·부유세 부활 검토”↗
이 기사에는 부유세 인상이 마크롱 정부가 내놓은 협상카드로 이야기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카드가 먹히지 않고, 이후 시위는 계속 (더 확산)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ㅈ) 유류세 인상은 차량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에게 부담을 지우지만 가장 큰 짐은 차량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농민들에게 지워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 “시골 및 농촌, 중간도시”로 시위가 확산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크롱은 부자들의 짐은 덜어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짐은 더 무겁게 하는 방향의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ㅂ) 프랑스의 국민연금개혁반대 시위의 배경은 말 그대로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ㅈ) 국민연금개혁의 경우는 블루칼라노동자들과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자로 나타났습니다.
ㅂ) 네, 그런데 위에 링크된 기사에도 나오는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이 프랑스에서는 연금 문제가 '세대 간 갈등' 이슈라는 통념을 넘어 세대 간 연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경향신문] 프랑스 젊은이들은 왜 연금개혁에 반대할까↗
“육체노동자에게 연금을 받기 위해 더 오래 일하는 삶의 모델 자체가 불공정하고 잔인하다는 것이다.”
ㅈ)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할 때 전문직 화이트칼라에 비해 훨씬 더 일찍 노동현장에 뛰어들고 그만큼 일찍 노동력을 소실하는 육체직 블루칼라노동자들이 우선 피해자가 됩니다.
ㅂ) "특히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있을 가능성 큰 여성들이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이번 연금개혁에서 주된 쟁점이다. 프랑스 정부는 “퇴직연령 64세 기준은 타협할 수 없다”면서 연금개혁으로 여성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안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이 육체 노동자와 여성들에게 불리하다는 내용의 기사 부분입니다.
ㅈ) 여성들의 경우 이 같은 경력단절로 인해 67세까지 노동을 해야 전액연금을 수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ㅂ) 한국의 경우는 궁금해서 찾아보니 "60세 정년제"라고 하네요, 하지만 실제 퇴직 연력은 49세라고 하는데…. 이게 평균 퇴직연령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도 "정년 연장이냐, 폐지냐" 등 논란이 있네요.
ㅈ) 직장을 가졌던 사람의 퇴직은 평균49세이지만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퇴장하는 나이는 72세라고 하네요.
프랑스의 연금개혁안은 전액연금의 경우 최소 월 한화167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 최소 규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10년 이상 불입하면 불입액에 비례하여 (정비례는 아니지만) 연금액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ㅂ) 공적 연금에 대한 감각이 프랑스 사람과 한국 사람이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금 모델의 차이 때문일까요?
ㅈ) 한국의 경우 공적 연금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인데 앞의 둘과는 달리 국민연금은 보장성이 너무 약한 것이 프랑스 연금과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한국 노동자들의 경우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약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을 바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ㅂ) 네, 받는다 해도 연금은 플러스알파 정도로 생각되지, 노후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생각할 만한 수준이 못 되는 것 같아요. "일해야 먹고살 수 있다."라는 공식이 생존 기간 내내 지속되는 것 같아요.
ㅈ) 동감입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보장성 강화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안, 보장성강화 뒤로 밀리고 보험료율 인상 '무게'↗
ㅂ)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여기에 '더 조금 받는'을 추가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ㅈ) 청년들은 아예, '내고도 못받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 때문에 부동산, 주식, 저축, 대체연금 등으로 관심을 돌리잖아요.
ㄱ) [SocialKorea] 왜 한국 노동자들은 국민연금 개혁에 무관심할까?↗
ㅂ) 내기만 하고 받지는 못하는…. 착취를 넘어 강탈로 가는 거네요.
복지 시스템이 착취 시스템으로 느껴지니, 위 기사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더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복지 시스템을 착취 시스템으로 느끼게 하는 것과, 연금 문제를 '세대 갈등'으로 격하시키는 것이 연결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는 왜 연금 문제가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연대'로 갈 수 있는지도 더불어 이해가 되는 듯합니다.
ㅈ) 젊은 세대가 내기만 하고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정부가 적극 부정하는 가능성)이 실현될 때 그것을 착취나 강탈로 볼 수 있을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가 빼앗기는 것은 맞는데 누가 그것을 가져가느냐가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ㅂ) 연금 문제가 세대 문제가 될 때,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것을 빼앗는다는 "잘못된"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ㅈ) 국민연금공단이 축적된 연금을 투자해서 수익을 남겨 연금수령자들에게 각자의 불입금 이상의 플러스알파를 준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약속인데 이 약속대로라면 연금고갈이 있을 수 없는 것인데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않나요? 기성세대는 자신이 낸 것 + 투자수익금을 가져가는 것이지 미래세대의 불입금을 가져가는 것은 아닌데요, 논리적으로는.
위의 의문에 대해 조사해 보았는데요 국민연금의 실제 설계는 이런 논리와는 다르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래세대부담이 본질적이고 투자수익금은 완화장치로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이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더미래연구소] 국민연금, 오해와 진실 / 김연명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얼마를 어떻게 받는 제도일까요? 이를 측정하는 지표로 ‘수익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에 30년 가입하고 65세부터 연금을 받아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낸 보험료 총액과 받는 연금 총액이 같으면 수익비가 1입니다. 국민연금 수익비는 소득 계층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평균 소득이 50만 원인 저소득층이 있다면, 국민 연금 수익비는 3.7입니다. 평균 소득이 150만 원이라면 수익비가 1.8이고, 평균 소득이 360만 원이라면 수익비가 1.3입니다. 모든 계층이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입니다. 100을 내고 낸 돈보다 80을 더 받는데, 이 ‘더 받는 부분’을 미래 세대가 부담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국민 연금 제도는 내가 낸 돈으로 이자를 붙여서 연금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 부양을 절반 정도 책임지도록 설계됐습니다. 물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도 있습니다. 바로 투자 수익금인데요. 국민연금공단이 가입자가 낸 돈을 토대로 수익을 내서 미래의 연금에 보태는 것이죠. 참고로 국민연금공단은 한 해에 보험료로 35조 원을 걷고, 투자 수익으로 25조 원을 내고 있습니다.”
ㅂ) 자료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 이에 관해서도 좀 더 논의해 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디어오늘] ‘2055년 연금고갈’ ‘월급 35% 날라간다’ 연금 불신 조장 보도의 이면↗
ㅈ) 세대갈등보다 계급격차를 중시하는 다음과 같은 지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이 주도하는 청년-노인 갈라치기는 약간 허구적인 게 있다. 청년과 노인의 불평등보다 청년 내 불평등이 더 심하다. 쭉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청년과 여러 상황으로 여기저기 직장을 옮기는 청년 사이의 연금 격차가 더 크다”라며 “청년 세대 내 일자리가 어떤 형태이냐에 따라 노후소득이 확 갈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 그 논의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언론이 확실하게 보이는 집단을 응집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ㅂ) 가장 최근 반란의 배경은 프랑스 경찰의 10대 소년 나엘 살해 이후 시민들의 분노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는데요, 또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요?
ㅈ) 이민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이 자국의 노동력 부족을 무슬림 이민의 유입을 통해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식민주의적 인종차별을 통제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의 결과이고 그것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방리외 봉기도 나엘살해 항의시위와 동일한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 두 명이 경찰 검문을 피하려다 변압기에 감전된 사건”이 도화선이 되었었지요.
ㅂ) [한국일보] 2005 파리 무슬림 폭동(10.27)↗
프랑스 경찰의 나엘 살해는 미국 경찰의 흑인 살해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ㅈ) 미국 경찰의 흑인 살해와 프랑스 경찰의 나엘 살해는 유사하고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것이지만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다원주의 문화 위에서 흑인을 차별 살해하고 프랑스는 공화주의와 세속주의의 동일성 문화 위에서 그것에 동일화되지 않는 흑인을 차별 살해한다는 점입니다.
프랑스가 혁명을 통해 중세에서 근대로 나아오는 과정에서 정교분리와 세속주의(laïcité)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무슬림은 종교와 생활의 분리가 아닌 일치를 추구하고 이 무슬림들이 프랑스 노동사회의 밑바탕을 구성하면서 프랑스 공화주의의 세속주의가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해 억압적인 것으로 작용하게 되는 역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ㅂ) 최근 프랑스에서 무슬림 문화를 규제하는 여러 법들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이번 세미나 공통 자료 중 하나였던 박노자 님의 글에 나오는 "탈세계화"와도 관련이 있을까요?
신자유주의와 비서구의 부상↗
ㅈ) 세계화가 서구패권의 위기와 쇠퇴를 가져왔다는 진단은 흥미롭습니다.
ㅂ) 윗글에서 지적한 탈세계화의 주체는 미국인데요, 유럽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ㅈ) 패권의 위기와 쇠퇴 속에서 찾는 자구책이 트럼프주의, 미국우선주의인데 그것이 세계 각지에 민족주의의 부흥이라는 메아리를 가져오고 있다면 프랑스의 경우도 이 추세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네그리가 쓴 논문을 읽어 보았더니 유럽이 미국의 패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썼더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패권 회복을 위해 치르고 있는 전쟁이기도 한데 여기에서 유럽을 돌격대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으니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 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전쟁에서 돌격대로 쓰일 위험에 직면한 한국에 더 적절한 말일 것 같습니다만.
ㅂ) 전쟁과 관련해 그런 분석을 한 것이군요. 미국 패권 회복을 위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아야 할텐데요, 유럽도, 한국도….
ㅅ) 네.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