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시사IN〉 경제팀 이종태입니다. 분통만 터지면 차라리 괜찮겠는데 ‘어이 상실’ 수준의 사건들이 연일 이어지는 요즘, 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누가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언행을 일삼아도, 시원한 바람은 어김없이 불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2년 동안 〈시사IN〉의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그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다시 평기자로 돌아가면 두 가지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의 허락을 받아 소원들을 이뤄냈지요. 

하나는 과학·기술 계열의 주제, 특히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관련 기사를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2009년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는데, 역대 편집국장들이 줄곧 경제팀에만 잡아 놓더라구요. (문상현 기자는 본인이 〈시사IN〉 '경력직 1호'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접니다. 다만 회사 측이 저에게 실망했는지 다시는 경력직을 뽑지 않다가 2021년에야 문 기자를 영입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 발전이 경제 영역이나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차례 다루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문돌이’ 출신으로 과학·기술 ‘자체’의 원리에 너무 무지하다 보니, 제가 취재 대상의 말이나 관련 문헌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국장 직무를 마치고 얻은 휴가기간 동안 나름대론 열심히 관련 공부를 했습니다. 덕분에 올해 들어서는 ‘어설프게나마 이해한 챗지피티나 반도체의 작동원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네’ 정도로 평가될 수 있는 수준의 경제 기사는 가까스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 관련 지식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에서 하찮게나마 이해에 도달한 경로를 밟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당 지식들을 전공자가 아닌 독자와 이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사가 나간 뒤에 ‘어렵다’는 독자들이 훨씬 많아서 살짝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기사를 매일 쓰는 것이었습니다. 편집국장 시절, 가장 안타까웠던 경험은 자랑하고 싶은 기사들을 마감 직후 곧바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거든요. 기자의 숙려(熟慮)에 기반한 긴 호흡의 기사들을 주 단위로 마감해야 하는 주간지의 편집자에게 적절한 감정은 분명 아닙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여러 사건들이 거의 초 단위로 글이나 동영상 형태의 ‘기사 상품’으로 만들어져 유통되는 상황에서 저희의 ‘상품’만 늦게 전달되는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습니다. ‘언론 시장’의 환경 변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열패감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시사‘주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나름대로 고민해봤지만 명쾌한 대안을 찾긴 힘들어서 일단 몸으로 부딪쳐본 다음 생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주 단위의 생활양식’을 ‘하루 단위’로 바꿔 비교적 익숙한 경제‧국제 부문의 온라인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네요. 그러나 최소한 연말까지는 지금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면서 기사 쓰기의 영역도 좀 더 확장해보는 등 열심히 실험해보고 그 경험을 〈시사IN〉의 다른 동료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님께 편지를 드리는 모처럼의 기회를 평소 많이 하는 시사 이야기로 탕진하긴 싫어서 구구절절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읊어댔습니다. 지루하게 느끼시지 않았는지 염려됩니다. 다만 후원하시는 〈시사IN〉 기자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매체를 보여드리기 위해 나름대로 꽤나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사람 중 하나가 경제팀의 이종태 기자라는 점도요. 새로 맞는 가을에 즐거운 기억을 많이 쌓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