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낳은 괴물과 팟캐스트

팟캐스트의 미래 / 디낳괴 : 세제 먹기 챌린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제시각에 돌아온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입니다.  

이번주부터 어거스트에 새로운 필진이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는 '디자인' 영역도 다루기로 했습니다. 서비스, 제품,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 경험이 있는 필자가 참여하시면서 글의 퀄리티가 높아질 예정입니다. 다양한 시선을 한 군데에 모으면, 우리는 총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더 양질의 글을 보내드릴테니 기대해주세요 :)

이 넓은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더 다양하고 널리 조망하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격주로 보내는 이 글들이 여러분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트리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답장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정보는 알려지고, 지식은 공유되고, 경험은 연결되어야 합니다. 저희 어거스트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가 공유되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연결되기 바랍니다.

지금 에디터 MON, TUE, WED가 있고 THU, FRI, SUN, SAT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 편하게 연락주세요. 
- 격주 화요일 오전에 뵙겠습니다 :)   
🤘팟캐스트의 미래 by TUE🤘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회사 더 링거를 인수했습니다. 이미 스포티파이는 김릿 미디어, 앵커 FM, 파캐스트 등 다양한 업체를 인수하는 데에 4억 달러를 썼습니다. 더 링거 인수는 이 인수합병의 연장선에 있죠.  

같은 시기, 유료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 루미너리는 가격 인하와 동시에 뉴질랜드, 남아공, 아일랜드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런 팟캐스트 서비스의 인수합병과 확장은 청신호일까요, 적신호일까요? 

팟캐스트 사업자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시장이 커진다는데, 대체 어느 속도로 언제쯤 유의미한 광고 시장 규모를 보일지 2) 아무리 커져도 한계가 있는 게 아닐지입니다.  

사실, 전자는 아무도 모릅니다. 결과론적 해석만 가능하죠. 반대로, 후자 같은 경우 아무리 시장 규모에 한계가 보여도 그 시장을 ‘다’ 먹거나 2등만 해도 충분히 덩치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기준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2021년까지 1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커 보이나요? 영상 광고에 비하면 정말 작은 수준입니다. 작아 보이나요? 이 시장을 다 먹거나 과점하면 엄청난 시장 가치를 자랑할 수 있습니다 

잠깐, 팟캐스트 시장보다 먼저 발전한 영상 시장의 경우를 봅시다. 이곳은 유료 시장과 무료 시장의 간극이 큽니다. 광고 기반 무료 시장은 유튜브로 정리가 됐습니다.  

유료 시장 같은 경우, 춘추전국시대입니다. 1)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2) OTT가 성장하고 있으며 이 상태에서 3) 소비자는 2개 이상의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도 같은 길을 걸을까요? 광고 기반 무료 시장으로의 길은 유튜브가 그 길목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을 나누는 수익 모델로 창작자를 모아야 하는데, 이 광고 시장의 성장세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오디오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유통 비용이 적어 플랫폼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묶기도 어렵죠. 개별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직접 유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유료 모델은 어떨까요? 오디오 시장은 영상 시장 대비 지불 의사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음원이 무료에서 유료로 넘어가는 데에 한세월이 걸렸습니다. 또한 무료 팟캐스트라 불릴 만한 영상이 유튜브에 수두룩한 세상에 과연 ‘유료’ 팟캐스트가 얼마나 매력적일까요?  

위 같은 상황에서 결론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오디언스 확장입니다. 루미너리가 가격을 내리고 시장을 확장한 것과 스포티파이가 새롭게 팟캐스트 업체를 인수한 것 모두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두 번째로, 버티컬 미디어 사업자로의 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더 링거를 비롯해 바스툴 스포츠 등은 스포츠라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서 성공한 사업자입니다. 한국에서 정치 팟캐스트가 후원 활동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듯, 팟캐스트는 더욱 버티컬 하게 파고 들어가서 특정 청취자를 확보하고 이를 BM으로 가져가는 거죠. 

세 번째는 제작과 유통을 바꾸는 혁신으로 플랫폼 사업자 등극입니다. 웹툰 및 웹소설이 유료화에 성공하고 유의미한 성공을 거둘 수 있던 이유는 기존의 출간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유료화는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즉, 생산방식을 바꾸는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최고로 높인 거죠.  

물론, 이 모든 가정과 가능성은 ‘영어’ 팟캐스트 시장에 국한됩니다. 한국어로 된 오디오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아 성장세의 절댓값이 너무 작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자 그대로 진짜 1등만 살아남는 곳이죠. 제가 너무 시니컬한 걸까요?
🤘디자인이 낳은 괴물 : 세제먹기 챌린지 by MON🤘

여러분, 가수 지코가 본인 노래의 마케팅 일환으로 만든 '아무 노래 챌린지'가 유행이래요. 유행은 쉽게 퍼지잖아요. SNS,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더더욱 빠르죠. 절대 유행할 것 같지 않은 '세제 먹방' 역시, 인터넷에서 퍼진 '챌린지'였습니다.
 
'타이드 팟(Tide PODS)'은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세탁 세제 점유율 1위의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는 2012년에 캡슐 형태의 세탁 세제를 출시합니다. 캡슐 형태로 되어있어 양 조절이 쉽고 성능도 좋아 판매량이 높았죠. 이 캡슐 형태의 제품은 브랜드 컬러를 적용해 세탁 세제 치고 예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이 '세탁 세제 치고 예쁜 디자인'이 문제가 됐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제품이 맛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금단의 과일(forbidden fruit)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일명 'Tide Pod Challenge'가 생겨난 겁니다. 무려 세제 먹방이 유행하기 시작한 거죠. 당연하게도 이 위험한 챌린지는 사망사고까지 이르게 됩니다. 결국 제조사에서는 이 제품 디자인을 수정하고, 먹지 말라는 내용의 마케팅을 하게 되고요.
 
'Tide PODS'는 명백한 제품 디자인의 오류라고 볼 수 있겠지만, 비슷한 챌린지가 일어난 사례인 닌텐도는 반대입니다. 따지고 보면 오히려 제품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써서 일어난 챌린지인데요, '닌텐도 카트리지 핥기 챌린지'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비디오 게임 회사인 닌텐도는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카트리지인 게임팩에 쓴 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첨가합니다. '데나토늄벤조에이트'라고 해서 기네스북이 세상에서 가장 쓴 맛이 나는 화학합성물로 인정한 물질이래요. 작은 카트리지를 어린아이들이 삼키지 않도록, 혀에 닿는 순간 바로 뱉어낼 수 있도록 의도한 겁니다.
 
물론 세탁 세제도 게임 카트리지도 맛보라고 나온 물건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챌린지가 일어나기까지 두 브랜드에서 디자인이 한 역할은 다릅니다. 닌텐도의 게임팩 카트리지는 어린아이가 삼켰다는 보고가 없거든요. 

글쎄요. 예쁜 세제를 먹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다면, 예쁜 세제를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게임 카트리지를 휴대성이나 간편함과 같은 이유로 인해 작게 디자인해야 한다면, 쓴맛을 추가한 닌텐도처럼요. 결국 디자인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심미보다는 필요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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