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알고리즘이 취향을 분석하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무서울지경입니다. 때로는 매끈하게 잘 닦인 리넨 시트와 정제된 아로마 향조차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진흙 묻은 장화를 신고 흙의 질감을 느끼는 감각, 모눈종이 위에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정중한 제안, 그리고 수십 년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거친 손마디 같은 것들 말예요.
어쩌면 진짜 ‘웰니스’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자연과 누군가의 정성 어린 마음이 담긴 물건을 마주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지도 모릅니다. 스물네 번째 뉴스레터에는 투박하고 조금은 일그러졌을지라도, 모르고 지나쳤던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기쁨을 듬뿍 담았습니다.
hey! REVIEW
치앙라이, 날것들로 채우는 딥 웰니스
hey! SPACE
나만 알고 싶은 공간, 란나의 현대적 요새 치앙마이 캄 빌리지
hey! RECOMMEND
✔️ 헬싱키에서 온 다정한 비밀 편지, 《COMPANY World Affair》
✔️ 더 가까워진 ‘베트남의 몰디브’, 썬푸꾸옥항공 인천 직항 취항
hey! INSIGHT
<hey! TRAVEL> 편집부와 전 세계 로컬이 취재하고 찍고 쓴 여행 콘텐츠
by 디렉터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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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음은 때로 정적보다 더 공허합니다. ‘웰니스’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공간들, 매끈한 리넨 시트와 정제된 아로마 향 속에서 저는 오히려 몸의 휴식이 길을 잃은 듯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포장된 평온함은 잠시의 안식을 줄 뿐, 내면의 깊은 소란까지 잠재우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도시의 웰니스에서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더 깊숙한 곳에서 저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진짜 ‘딥 웰니스(Deep Wellness)’가 간절해질 무렵, 치앙라이의 짙은 안개 속으로 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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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 팜 스테이의 해가 뜰 무렵, 논 주변의 풀을 뜯는 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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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의 안개는 습하고 묵직한 대신, 세상의 모든 잡음을 흡수하는 침묵에 가까웠습니다. 시작은 아카 팜 스테이의 흙 위였습니다. 요가 매트 대신 투박한 장화를 신고 모내기를 하는 시간은 무척 생경했습니다. 손톱 사이에 낀 흙의 질감과 풀 비린내는 머릿속을 채웠던 부질없는 계획들을 지워냈습니다. 땀방울이 맺힐 즈음 들어간 ‘닭장 사우나’의 열기는 몸 안의 독소와 마음의 군더더기를 바짝 말려버렸습니다. 고무나무의 거친 껍질을 타고 흐르는 수액을 채취하고, 새벽 산길을 내려오는 승려에게 탁발을 올리는 순간에는, 삶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정성스러운 의식임을 깨달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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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온 승려에게 하는 탁발은 매일 아침마다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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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을 닮은 바구니 안에 들어가 사우나를 하는 아카 팜 빌리지의 특별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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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기 전 푸치파(Phu Chi Fa)의 가파른 능선을 오르는 등산은 고독하지만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섰을 때 발아래 깔린 운해는 마치 세상의 끝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구름의 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기는 동안 도심의 소요는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득해졌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왕푿탄(Wang Put Tan) 차 농장의 푸른 능선 위에서 직접 딴 찻잎을 우려 마셨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찻잎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진짜 평화는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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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야시장을 위해 공예품을 늘어놓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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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매살롱(Doi Mae Salong)에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대만식 차를 마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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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상징 중 하나인 시계탑에 불이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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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치앙라이 시내의 투박한 풍경이 또 다른 위로를 건넵니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금색 시계탑이 켜지고, 야시장엔 수공예품들이 늘어서죠. 고산족 사람들이 만든 수공예품은 기계로 찍어낸 듯한 매끄러운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마다 조금씩 일그러지고 투박한 물건들을 매만지며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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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플라워 리트리트 앤 스파의 싱잉볼과 요가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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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웰니스의 정점은 뮤즈 플라워 리트리트 앤 스파에서였습니다. 태양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요가를 하던 중 거대한 싱잉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싱잉볼의 가장자리를 타고 흐르는 묵직한 진동이 온몸에 공명할 때, 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거대한 우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도심에서 지쳐 끌고 온 제 영혼을 재배열하는 의식이었습니다.
치앙라이는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자를 거친 자연과 투박한 일상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끝에 마주하는 것은 어떠한 가공도 거치지 않은, 가장 맑고 단단해진 ‘진짜 나’의 모습입니다. 웰니스의 끝에서 더 깊은 심연을 보고 싶다면 이제는 주저 없이 치앙라이의 숲으로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그곳엔 당신이 잊고 지냈던 가장 깊고도 선명한 숨소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by 딥 웰니스로 딥 피스를 찾은 디렉터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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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올드타운의 번잡한 라차담넌 거리에서 살짝 비껴나 붉은 벽돌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 그대로 고요한 숨을 고르게 만드는 ‘캄 빌리지(Kalm Village)’를 마주하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힙한 MZ들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이자 북부 란나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미학으로 정교하게 엮어낸 하나의 요새이다. 입구에선 격자무늬 사이로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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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을 포함한 건축물 전체는 태국 전통의 붉은 벽돌과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해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힘을 전달한다. 여러 개의 독립된 건물이 중정과 통로로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는 탐험하는 재미를 준다. 내부에는 태국 전역과 아시아 각지에서 수집된 수준 높은 수공예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을 선보이는 편집숍, 그리고 란나의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라져가는 소수 민족의 직조 기술이나 전통 자수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전시가 상시 열리는데, 이를 보고 있자면 낡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전통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제안하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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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곳곳에 놓인 가구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큐레이션 된 디테일을 살피며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꼭대기 층의 루프탑으로 발길이 닿는다. 이곳에 올라서면 올드타운의 낮은 지붕들과 멀리 도이수텝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1층 카페 ‘KAMP’에서 테이크아웃한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곁들이며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은 치앙마이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여유로운 휴식이었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일상이 이토록 우아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캄 빌리지는 치앙마이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이다.
by “태국은 차원이 달라”병 걸린 디렉터 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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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에서 온 디자인 듀오 ‘콤파니(COMPANY)’가 남산 피크닉에 상륙합니다. 콤파니는 효율이나 대량 생산 같은 차가운 단어 대신, 물건 하나에 담긴 다정한 온기와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팀이에요.
이번 전시 《COMPANY World Affair》는 이들이 20년 동안 세계 곳곳의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만든 ‘시크릿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러시아, 멕시코, 일본을 거쳐온 여정 속에는 모눈종이에 손으로 꾹꾹 눌러 그린 드로잉 한 장으로 시작된 정중한 협업의 기록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경북 영천의 목탁 장인을 비롯해 한국의 제작 문화와 교감하며 탄생한 신작들도 처음으로 베일을 벗습니다.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만든다’는 행위의 숭고함, 그리고 우리가 아끼는 물건들 뒤에 숨은 사람의 마음을 다시금 발견하게 될 거예요.
전시는 4월 3일부터 9월 6일까지 이어집니다. 올봄, 다정한 물건들이 건네는 특별한 ‘세계사’ 속으로 피크닉 가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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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워진 ‘베트남의 몰디브’, 썬푸꾸옥항공 인천 직항 취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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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휴양지, 푸꾸옥으로 가는 하늘길이 더 넓어집니다. 썬그룹(Sun Group)이 설립한 썬푸꾸옥항공이 오는 4월 17일부터 인천-푸꾸옥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는 소식이에요.
단순히 비행편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이번 취항은 여행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썬푸꾸옥항공은 기내식과 위탁 수하물이 포함된 풀서비스(FSC) 모델을 지향하며, 비즈니스 클래스까지 갖춘 A321 기재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특히 저녁에 출발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스케줄 덕분에 아까운 여행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취항을 기념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항공권 최대 20%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됩니다. 4월 17일부터 6월 30일 사이에 출발하는 승객에게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썬월드 혼톰섬’ 케이블카 무료 탑승권까지 선물한다고 하니, 올봄과 초여름 휴가를 계획 중이라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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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부에서 되찾은 삶의 균형
디지털 노매드의 성지 치앙마이와 태고의 자연이 존재하는 치앙라이를 가로질렀다. 유연한 연결과 원초적인 단절, 극점에 놓인 두 도시를 오가며 무너졌던 삶의 수평을 찾았다. |
페낭의 뜨는 맛집
과거의 낡은 결을 살려낸 스페셜티 커피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통 뇨냐 요리가 말레이시아 페낭의 유네스코 거리 위에서 조화롭게 공존한다. 오래된 도시가 품은 노스탤지어와 동시대적인 미학이 깃든 장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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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토 인간을 위한 던전 트립
우리는 발밑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때로는 게임 속 던전보다 더 비현실적인 지하 세계가 존재한다. 버려지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땅 속에 숨은 ‘실제 던전’ 속으로. |
호수와 골목 사이에서 다시 만난 충주
소백의 산줄기와 남한강의 물길이 만나는 땅, 충주. 거대한 충주호가 고요를 품는 동안, 도심의 골목은 그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활기찬 얼굴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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