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끝없는 항쟁 속 여성들
 Season 6  vol 35. 💡2026.1.16~1.22.

담뱃불로 그의 사진을 태우다
피식대학의 '나쁜 코미디'
'중년 남미새'가 던진 코미디의 본질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제가 지내는 서울은 꽤 추웠답니다. 버스 운행이 일부 중지된 동안에는 평소보다 많이 걷고 안 가던 길로 우회해서 다니기도 하면서 일상을 보냈어요. 뭔가 다른 시공간을 살게 된 것처럼 매일 다니는 길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버스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새삼 돌아봤고요.

그러고 보니 올 한 해도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입주자님도 낯설면서도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살고 계시겠지요? 

레터 말미에 입주자님을 위한 🎁도서 증정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 꼭 확인해 주세요! 이번 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이란이 뜨겁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억눌리며 쌓여왔던 분노와 좌절감이 전국적인 시위로 표출되고 있어요. 2022년 히잡 시위의 주축이었던 여성들이 다시 저항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번 이란 시위는 경제난으로 촉발됐다는 분석이 많지만, 여성들에게는 정치적·종교적 권위에 저항한다는 의미가 더해진 모양새입니다.

각종 SNS에는 이란 여성들이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에 불을 붙이고, 이를 이용해 담배를 피우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 속 여성들은 이란 정권이 여성에게 착용하도록 강요하는 히잡도 쓰지 않았고, 불탄 하메네이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린 뒤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어요.

하메네이는 1939년생으로 올해 87세입니다. 이란에서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존재인데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상대적인 개혁 성향으로 꼽히긴 하지만, 현 시위 강경 진압의 배경에는 하메네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대 실탄 사격을 그가 명령했다는 보도도 나와요. 

이란에선 하메네이 사진을 훼손하거나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행동이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해요. 그런 사회에서 여성들이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워 담뱃불 삼는 행위는 금기를 여럿 어기는 행동입니다. 그만큼 큰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이란 당국이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희생자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희생자 중엔 청소년과 여성도 다수 포함됐다고 알려졌어요. 이 시위의 끝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길에 너무 많은 희생자가 놓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예전에 양양군 비하와 노년 여성 조롱으로 큰 비판을 받았던 피식대학이 또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피식대학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 우승자를 초청한 방송에서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흑백요리사2>의 여성 출연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했는데요. 언급된 여성 출연자는 별명 ‘아기 맹수’로 출연했던 김시현 셰프입니다.


피식대학이 9살 연하의 여성, 특히 전문성을 갖춘 요리사에게 “아기 맹수 안녕, 나는 큰 맹수다. 어른 맹수, 어흥”, “난 너 좋아하고 언제 한 번 데이트 하자”고 발언하는 것이 무례하고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피식대학은 ‘본 콘텐츠에 출연하지 않은 셰프님 관련 언급으로 불편함을 끼친 점’에 사과했지만 민심이 싸늘합니다.


이에 관해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국내외에서 화제인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요리사에 대해 심지어 요리사 게스트에게 물어보면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선 아무 관심 없이 전화번호나 얻어내려는 토크쇼 진행자의 언어 안에서 여성에 대한 편협한 남성 중심적 재현은 반복된다.”


이어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피식대학이 더없이 ‘나쁜 코미디’를 반복하고 있다고 짚었어요.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미학적으로 실패한 코미디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여성에게서 전문성과 주체성을 ‘호의적으로’ 지우는 흔한 방식이다. 당연히 김시현에 대한 무례지만, 영양군 논란이 영양군 개별 지역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듯 이 역시 김시현 개인에 대한 무례만은 아니다.”


저의 견해를 보태자면, 이번 방송에서 문제가 된 대목은 ‘남성 여럿이서 그 자리에 없는 여성을 꺼내 희롱하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연상시켜서 특히 불쾌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별개로 일각에는 <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여성 참가자에게 별명을 부여하는 방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마녀’, ‘여왕’, ‘이모’ 등으로 지칭하는 것이 캐릭터성이나 전문성을 가린다는 것인데요. 입주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강유미씨 영상이 핫하긴 한가 봐요. 관련 칼럼이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주에 이어 이진송 <계간 솔로> 발행인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이 거대하고 복합적인 원인 중 ‘아들맘’은 가장 편리하고 비난하기 좋은 표적이 된다. 90년대를 강타한 카피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처럼 (이때의 남자는 남편을 의미했다) 남성을 돌보고 관리할 의무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아들맘을 비난할수록, 아들 개인과 사회의 책임은 희미해진다. 하다못해 아들파파의 몫마저도.”

‘코미디’는 어떤 조건에서 성립되고 이때 풍자와 조롱은 과연 구분할 수 있는가에 관한 성찰이 돋보입니다.

“아들이라는 존재에게만 다양한 특권을 발급하는 세상에서 어떤 여성들이 아들을 유난히 사랑하는 것은 불가피한 전개다. 그런 행태가 비위에 거슬리고 불쾌함을 느끼는 감정 또한 자연스럽다. 선해할 필요는 없다. 조롱하며 놀릴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웃는 이 코미디가 못된 맛이라는 사실을, 인간은 혐오적인 것에 잘 웃는다는 진실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웃음이 비하가 아닌 코미디로 남을 수 있는 그 묘한 경계선, 사실 어렵습니다. 어떤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 같고요. 필자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배우면서 “특정 조건이 잘 설정되면 비도덕적이고 못된 웃음일지라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중년남미새나 MZ, 대치맘이 풍자인지 조롱인지 판단하는 것보다 어떤 캐릭터가 ‘마음 놓고 욕해도 되는 욕받이’로 도마에 오르는 과정과 선별 배경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현실의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합의하는 감수성이 더 필요하다.”


이번 주에는 김연서 인턴기자가 플랫 입주자 전용 도서 참여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기자 출신 저자 박선영의 신간입니다. "낙담은 생을 사랑한다는 증거"라는 저자의 말, 곱씹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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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그저 하루치의 낙담> 


“왜 기자를 하고 싶어요?” 이 질문에 저는 한때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평생 세상 걱정하며 살 것 같아서 업으로 삼고자 합니다.” 농담과 진담이 적절히 섞인 대답이었는데요. 근본적으로 이 세상은 걱정할 일이 끊이지 않겠지만, 세상에 대한 저의 관심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깃든 대답이었습니다. 참 미운 구석이 많은 세상임에도 계속 바라보고 싶어 하는 사람, 그가 바로 ‘기자’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간은 잘 살고 싶어서 비관한다. 기대가 크니까 낙담하고, 환상을 품으니까 환멸에 시달린다. 낙담한다는 것은 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기자라는 일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래서 내내 낙담했으며, 결국은 도망쳐 광화문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가 된 것이었다.”


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에는 박선영 전직 기자의 애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애증은 자기 자신과 기자라는 직업을 넘어 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됩니다. 이 책은 1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며 “유품정리인의 심정으로” 자신의 “가난한 유산”을 돌아본 시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윤리적 허영”이 있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저자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지도를 그리듯 살아왔고 그 선택의 궤적을 책에 담아냈습니다.


‘구제불능의 낙담가.’ 저자가 스스로의 특성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낙담이란 본래 ‘기대’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감정이기에 그가 반복해서 낙담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이 기대해온 사람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만난 ‘J언니’와 ‘H언니’는 훌륭한 여성 기자이자 저자를 키워낸 존재입니다. 저자가 취재해온 대상은 “반짝이는 보석 가루 몇 개가 뒤섞인 흙”과 같았지만 그 흙에서 ‘J언니’는 슥슥슥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 “몇 개 되지도 않는 보석 알갱이”를 발굴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자가 그들에게 기대고 도움을 구하는 장면들은 그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이해하게 만듭니다.


저널리스트다운 냉철한 통찰과 동시에 퇴사 이후 ‘무용한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의 기록도 돋보였습니다. 저자는 ‘힘없고 못 배운 사람’이었던 과거를 지나 지성인으로 성장했지만, 책의 말미에서 자신을 키워낸 것은 다름 아닌 “서민의 언어”였다고 고백하며 어머니에게 책을 바칩니다. “한때 서발턴이었지만 이제는 서발턴이 아니게 된” 저자가 자신의 과거를 온전히 수용하는 장면은 담담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낙담하기 쉽습니다. 혹은 기대조차 품지 않은 채 절망하기가 더 쉬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회에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올해는 더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합니다.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하단의 <그저 하루치의 낙담> 도서 증정 이벤트를 참고해주세요! (좋은 책 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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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레터가 출판사 반비와 함께 <그저 하루치의 낙담> 도서 증정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책을 읽고 싶으신 이유를 간단히 적어주시면 5분을 추첨해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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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남미새'는 꼴불견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10대 남성들의 문제를 '아들맘'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중년 남미새가 아들들 다 망쳤다는 말이 "애 엄마가 집구석에서 뭐 했길래 애가 이 따위로 컸느냐"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왜 아들의 잘못이 아들 본인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걔네가 따라하는 극우 유튜버도 아니고 다 엄마 책임이 되지요?

👤 여성의 이야기만 다룬 레터가 있다니 너무 좋아요! 여성의 이야기만 다뤘다고 해서 한 쪽으로 기울어진 이야기도 아니고요. 앞으로 더 자주 발행되면 좋겠습니다. 이 레터를 보며 남미새도 결국 여성 혐오적 단어였고 통쾌하기만 했던건 아니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뼈말라도 그렇고 여성에게만 주로 쓰이는 단어들이 앞으로 사용되지 않길 바라며 저도 사용하지 않아야겠어요. 추천해주신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레터 감사합니다.


  
👀 From.Flat 

📣 이번 주 레터에는 코미디에 관한 글을 많이 소개해 드리게 됐어요. 코미디에서 여성을 소환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우리 사회가 점점 민감해져 가는 모습 같아서, 하나의 발전 과정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공영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의 외모 그 자체를 농담 소재, 웃음 유발 코드로 쓰기도 했으니까요. 여성을 소재로 삼으면 무조건 나쁜 코미디다, 가 아니라 코미디가 겨누는 풍자의 대상이 ‘어떤’ 여성, 여성의 ‘어떤 모습’인지에 관한 성찰이 좀 더 풍부해지면 좋겠습니다.

📣 '중년 남미새'에 관해 입주자님들께서 보내주신 의견에도 공감이 됩니다. 제 사견으로는, 자녀의 행동을 두고 엄마를 비난하는 건 마치 '애들은 키운 대로 큰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의아하더라고요. '호부견자'라는 말도 있는데🤔... 보호자로서 훈육의 책임을 방기할 순 없지만 늘 '인간 만들기'의 측면에서 엄마에게 과한 비난이 쏟아지는 모양새는 달갑지 않더라고요. 입주자님들도 아마 그런 부분에서 의견을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 이란 여성과 이란 안팎 이란인들의 투쟁에 관해서는 후속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립 투쟁, 민주화 운동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입주자님께도 울림이 클 것 같아요.

📸 Cut. Flat 

(❤´艸`❤) 간식 힘으로 일해요. 광고 아닌데요. 광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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