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보통남자들’ 이한, 홍상기 활동가

홍상기 (이하 홍): ‘행동하는 보통남자들’에서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는 국어학을 공부하고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이 한 (이하 이): ‘행동하는 보통남자들’ 활동과 겸해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평등 교육 활동가로서도 일하고 있다. 특히 청년 남성분들 대상으로 강의하고자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홍: 특정 커뮤니티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과대표 되고 있는 면이 있다. 비 남성들 혹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지 않는 남성들의 존재가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일부 남성들의 목소리를 청년의 목소리로 둔갑시켜 실질적인 사횢거 주체들을 애써 지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부 언론들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남성들, 인권과 평등을 외치는 남성들도 존재하며, 이들 역시 다른 사회적 주체들과 연대하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충분히 용기를 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함께하고 계신 분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극단적인, 차별적이며 혐오적인 목소리만을 청년 남성의 목소리라고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코 청년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려면 과감히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홍: 유튜브나 각종 포털 사이트를 보면 기사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작정 비방만을 하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부탁하기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다.
이: 제 경우에는 그래도 용기를 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교육 현장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댓글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잘 없다. 대화를 하다보면 지지하고 또 응원해 주시는 목소리가 더 많다. 그래서 위축되지 말고 같이 용기 내서 더 활동하자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 그만큼 이 이슈가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갈라치기에는 원래 유구한 역사가 있지 않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라치기를 통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것이 기존 정치권의 오랜 잘못이었다. 이대남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세대와 성별을 통해 갈라치기를 하려는 기존 정치권의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치권의 정책이나 목소리를 보면 청년 남성들에게 긍정적이거나 도움을 주는 내용이 아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든가 N번방 처벌 관련 법안을 두고 검열로 몰아붙이는 등의 자극적인 말 뿐이다. 청년 남성의 실제 문제에는 가 닿지 않는 것들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표를 얻겠다는 행동으로 보일 뿐,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386세대를 보자. 그 세대는 마치 전부 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그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10%도 되지 않았다. 지금의 청년 유권자도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다층적이 되었다. 민주화, 산업화 등 거대담론이 아니라 일자리 문제, 주거문제, 환경 및 생태 문제 등 엄청나게 복잡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것들은 하나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조도 달라졌다. 일자리를 얻기는 힘들어졌는데 부양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해졌다. 이 와중에 집값은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치솟고 있다. 또, 주변 친구들을 보면 내가 이 지구에서 내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다. 60년 후에 한국에서 바나나가 얼마나 많이 수확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기후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미니즘은 여성 청년들의 ‘언어’가 되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 뒤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고민들을 페미니즘이 설명해 준 것이다. 다만, 남성 청년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성세대가 인권이라든가 페미니즘에 대해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의 부재가 인식 격차를 만들었다.
홍: 거대 담론으로 묶여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주거 문제만 해도 어차피 집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상 무엇을 할 수 있다기 보다는 할 수 없는 것부터 제외하고 되는 것만 하겠다가 지금 청년들의 자세가 된 것 아닌가 싶다. 주거 문제, 환경 문제, 건강 및 노동, 환경 등 청년 내에 수많은 고민이 존재한다. 또, 양극화가 심해진 부분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청년 세대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유권자로서 투표장에 간다면 적어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일부의 목소리만 가져와 대변하려는 정치인보다는 적어도 좀 더 다양한 계층들을 보려고 노력하는 쪽에 투표권을 주고 싶다.

홍: 우리사회는 불공정하다. 어떤 해법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공정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공정이라는 말이 너무 오염됐지만,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활동가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유리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도 불공정의 분명한 예시이다.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교육이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갈라치기와 혐오는 굉장히 힘이 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변화를 막으려고 하는, 혐오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나약하다.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래서 계속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만들어낸 변화가 우리 모두를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롭게, 들겁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연대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모두가 조금 더 가슴에 품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홍: 혐오는 쉽다. 나보다 약하다고 생각되거나 혹은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특징을 결핍으로 치부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혐오 프레임은 매력적이고 힘이 센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연대는 어렵다. 모든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나와 다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대가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왔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 느리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연대가 이루어 낸 결과다. 솔직히 ‘행동하는 보통남자들’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한 번에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연대 해 주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시고, 우리가 내는 목소리를 누군가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준다면 사회가 아주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홍: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활동가가 대선 캠프에 합류한 일이 있었다. 정치 지형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유력 후보가 이런 과정을 통해 성차별적인 공약이나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희망은 늘 애써 찾아야 하더라. TV토론에서 한 대선 후보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서 좀 감동을 받았다. 이것이 희망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정당의 정책 등에 따라 표를 주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지난 대선때와는 달리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나 오독이 많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를 정정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숨으려 한다면 이 갈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것이 절망이다. (제대로 된) 목소리를 좀 내줬으면 좋겠다.

글 신아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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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라고 하면 남성이 여성에게, 이성애자가 동성애자에게, 한국인이 다른 인종에게 가하는 것처럼 틀에 박힌 모습만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정해진 강자와 약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죠. 모든 사람은 사회적 강자로서의 특성과 약자로서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분짓기, 갈라치기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부메랑과도 같은 무기일 뿐입니다. 인간관계나 상황에 따라 누구나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또 피해자도 될 수 있습니다. 계속 되어야 할 차별금지법 논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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