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이 되면 혹한에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여리디여린 풀들이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밉니다. 그 여린 것들이 심지어 아스팔트를 뚫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한 해의 풍요를 약속하는 대지의 요정들입니다. 그러나 인간 친화적인 그 잠깐의 시기를 넘어서면, 풀들은 무서운 정복자로 돌변합니다. 한 뼘이라도 빈 땅이 있으면, 풀들은 그냥 두지 않고 삽시간에 정복해 버립니다. 정복의 절정기는 한여름입니다. ‘풀을 다 깎고 되돌아보니 다시 풀이 나 있다’는 농부들의 푸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풀의 억세기도 얼마나 센지, 풀을 깎기 위해서는 예초기를 좌우로 몇 번씩이나 움직여야 합니다. 정복자들의 그 등등하던 위세는 가을의 습격으로 허망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힘이 빠진 가을풀들은 예초기를 갖다 대기만 해도 맥없이 잘려 나갑니다. 그 위로 온갖 낙엽들이 떨어져 대지를 덮어 버립니다. 그렇게 한 해는 스러져 갑니다. 잘린 것이든 떨어진 것이든 저마다 우주적 서사를 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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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말씀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_롬 10:17
시공간을 넘어 말씀으로 들어가 보자. 휴대폰을 활용하여 성경에 표시된 QR코드를 실행하면 이재철 목사가 낭독하는 말씀을 들으며 읽을 수 있다. 출퇴근 길에, 나만의 묵상의 자리에서 조용히 말씀을 만난다. 신약1은 사복음서로 엮었고, 이후 구약까지 성경 전 권을 분책하여 출간한다. 휴대하여 읽기에 최적화된 사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분: 분책
내용: 개역한글 | QR코드 | 무색인
크기: 소(W 105mm x H 148mm x D 15mm)
색상: 검정
표지 형태: 인조가죽 양장 | 무지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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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정원]
재활용 포장지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
은퇴 후 ‘밀린 숙제’ 하듯 쓰다 보니 책을 몇 권 냈다. 책이 나오면 주변 지인과 제자들에게 사인해서 보내는 것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쌀 포장지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새 봉투를 사다가 썼는데 '헌 번 사용할 포장지를 굳이 새 것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보니 이미 사용했던 포장지가 눈에 띄었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책 봉투도 있었다. 내게 올 때 이미 재활용된 것도 있었다. 그래서 뗄 건 떼고 지울 건 지워서 다시 사용했다. 그렇게 포장한 책을 들고 우체국으로 가는데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저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다시 써 주시니.” 그러고 보니 그건 내 말이었다. 은퇴 후에도 쓰임받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여전히 말씀을 읽고, 깨닫고, 그것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분께 대한 감사였다. 그런 내게 새롭게 읽힌 말씀이 있다. “너희 중 누구에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거나 하는 종이 있어 밭에서 돌아오면 그더러 곧 와 앉아서 먹으라 말할 자가 있느냐 도리어 그더러 내 먹을 것을 준비하고 띠를 띠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수종들고 너는 그 후에 먹고 마시라 하지 않겠느냐”(눅 17:7-8). 현역 때는 이 말씀이 약간 불편했다. 주인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왔는데 “수고했다. 좀 쉬어라” 말 한 마디 없이 “얼른 저녁 준비해라. 배고프다” 하는 주인의 몰인정한 태도에 화가 났다. 게다가 식탁을 차렸더니 “고생했다. 같이 먹자” 하기는커녕 “내가 식사 끝날 때까지 곁에서 시중을 들라”는 대목에서는 속으로 욕이 나왔다. “저런 멍청한 종이 있나?” 나 같으면 당장 그 집을 나왔을 게다. 그런데 은퇴 후 읽으니 느낌이 달랐다. 낮 동안의 밭일이 현역 때 사역이었다면 해질녘 집에 돌아와 한 일은 은퇴 후 삶이었다. 종은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속으로 “이젠 할 일이 없겠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종에게 주인은 또 일을 시켰다. 그런데 그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다. 왜?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은총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일은 들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도 있었다. 낮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도 있었다. 현역 때와 마찬가지로 은퇴 후에도 주님 일은 ‘기다리고’ 있었다. 할 일이 없어 눈만 뜨면 “오늘은 뭘 하며 하루를 보내지?” 고민하는 노인들이 많은 현실에 은퇴 후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여전히 ‘쓰임을 받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런 일인가?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그저 감사함으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들판에서 돌아오자마자 부엌에 들어가 주인 식탁을 준비하던 종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주께서 쓰시겠다.” 이 한 마디면 되었다. 주님이 타실 새끼 나귀 주인도, 주님이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나눌 다락방 주인도 그 말 한 마디에 군말 없이 내놓았다(마 21:3, 26:18). 요즘 몰두하고 있는 《북한기독교역사사전》을 집필하다가 읽은 글이다. 1935년 5월 예수교회공의회 기관지 〈예수〉에 실린 것인데 공의회의장 이호빈 목사가 함남 문천읍 예수교회를 방문했다가 그곳 교회 지도자 전영기 장로가 드렸다는 기도를 소개했다. “아바지? 이놈은요 빌어먹은 나귀새끼가 되어서 주님이 타셨다가는 떨어져 낙상하실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거저 이놈을 잡아서 가죽이나 벗겨 주님 구두나 한 켤레 지어 신으시옵소서.” 이보다 더 순수한 기도가 있을까? 살아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주님의 것’이 되기를 원했던 바울의 기도였다(롬 14:8). 그 기도가 내 기도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오늘도 책 한 권을 포장했다. 이번에는 지난여름 아내가 케잌 점에서 팥빙수를 담아 왔던 비닐 방수 포장지를 택했다. 책을 받아 볼 제자 목사의 미소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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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넣어둔 편지]
오십 해, 홍성사와 쿰人이 모인 날
홍성사는 창립 오십 해를 맞이해 서른한 명의 쿰회원과 함께하는 ‘홍&쿰人 데이’ 행사를 천반산 독서당에서 가졌다. 새벽부터 홍성사 임직원과 쿰회원이 본사가 있는 합정에서 모여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이날 초대된 ‘쿰’ 회원들은 홍성사와 깊은 인연을 지닌 독자들로, ‘쿰’은 1987년 이후 홍성사의 책(믿음의 글들)을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도서 회원제로 정착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홍성사는 이들과 오십 해를 돌아보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떡을 떼고 감사를 나누는 자리를 준비했다.
창립 50주년 예배가 묵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십 해 예배는 설교를 대신해 쿰회원들이 홍성사의 〈믿음의 글들〉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처음 낭독의 문을 연 책은 100번째로 출간된 이재철 목사의 저서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이었다. 이재철 목사가 홍성사를 경영하면서 도산의 위기 앞에서 〈믿음의 글들〉 시리즈만으로 매출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믿음을 지켰던 간증의 글이었다. 이어 《낮은 데로 임하소서》(이청준 지음, 믿글 1번), 《고통의 문제》(C. S. 루이스 지음, 믿글 189번), 《김교신 일보》(김교신 지음, 믿글 341번), 《중세와 그리스도교》(박흥식 지음, 믿글 391번) 등 현재까지 출간된 주요 믿글 도서들을 낭독했다. 독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믿음의 글들이 독서당을 채웠다.
2부는 영상을 통해 ‘홍성사의 50년’을 돌아보았다. 화면 속 손때 묻은 사진들과 출판계에 남긴 기록들은 홍성사가 지나온 반세기의 여정이 기쁨과 고뇌의 연속이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어 홍성사의 설립자인 이재철 목사의 ‘홍성사의 처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재철 목사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외국계회사에서 세금을 탈세하는 잘못된 관행들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나누었다. 그리고 홍성사를 설립하며 이 일을 반면교사 삼아 당시 출판사와 서점의 탈세 관행들에 편승하지 않았던 경영 원칙을 이야기했다. 잘못된 관행을 따르지 않아서 오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난관을 이겨 내며 이후 업계의 방식이 점차 개선되어 갔던 일화를 전했다. 이재철 목사의 기업 철학과 신념은 지금까지 홍성사의 정신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행사 모습 링크(하단 사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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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순간들]
강승아, 울산더함교회 집사
저는 체격도 왜소하고, 체력도 약해 두 아들을 낳을 때마다 몸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임신할 때마다 입덧도 심했고,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조산기도 있어서 막달에는 입원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둘째 아들이 네 살이 되어 갈 때에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셋째를 임신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임신을 확인하기도 전에, 주일 예배 도중 ‘임신했으니 감사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감격에 부풀어 감사찬양을 올려 드리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주님께 순종했으니, 셋째는 첫째, 둘째와 다르게 순탄할 것이라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셋째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이전보다 더 심한 입덧이 시작되었고, 갑상선 저하증까지 와서 무기력하고 괴로운 임신 기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교회를 더 열심히 섬기고자 아파트를 팔고 교회 근처 빌라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파트 값이 한창 오를 때였지만, 욕심내지 않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만큼만 가져가자는 마음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거래했습니다. 그런데 이사 오니 몸도 무겁고 힘든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을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도저히 왔다 갔다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가택연금을 당한 것처럼 집에 갇힌 듯 지내야 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처음엔 아파트를 팔고 교회 근처 빌라로 온 내가 대단한 믿음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가족 모두가 아파트 값이 오르는 때에 이사하는 걸 반대했으나 나는 믿음으로 결정했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육체가 괴로워지자 마음도 같이 어려워지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혼자서는 굉장히 대단한 결단과 순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집도 팔고 교회 근처로 오고 힘들게 셋째도 결단했는데, 왜 주님은 나를 이렇게 대하실까 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기가 어려웠습니다. 하나님께 서운했습니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고 더 나은 길을 열어 주실 줄 알았는데, 하나님은 오히려 나를 사지로 몰아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순종을 묵상할 때면,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다가도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이 시간을 이겨 내는 힘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하시는지 이유를 모르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믿음 없는 제 모습을 직면하는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시간이 흘러 목사님의 책을 읽어 보니 하나님은 제게 ‘순종함으로 주어지는 모든 상황을 감수하는 것’까지 하길 바라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통해서 제 안에 있던 돌짝 밭의 돌과 가시떨기 밭의 가시들과 같은 교만한 마음을 제거해 주시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참된 믿음과 진정한 순종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시는 시간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마리아가 하나님 앞에서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는 것을 순종했던 것과 같이, 예수님이 순종하심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던 것같이 말입니다. 앞으로도 또 이런 일들이 제게 생긴다면, 이제는 제 작은 믿음을 주님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순종함으로 따라오는 상황까지 감당하기를 바라실 때, 제 작은 믿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입의 고백에서 그치지 않고 삶으로 고백하고 싶습니다. 아브라함에게 ‘벗’이라고 하셨던 것처럼, 저도 주님께 ‘벗’이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여전히 연약한 제 모습에 실망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를 포기 않으시고 사랑으로 체휼하시는 하나님을 계속 바라보며 마지막 날까지 이 좁은 길을 살아 내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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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또 멀리]
하나님은 세상에서 가난한 자들을 택하셨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고 믿음이 부족하다고 비판합니다. "왜 가난하냐? 왜 믿음이 없느냐? 믿음만 있으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실 텐데!"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성경은 하나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을 택하셨으며 믿음으로 그들을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유업으로 받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다면 모순 없이 살아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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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나옵니다
𝓃𝑒𝓌 윌버포스, Statesman(가제)
영국의 중요 정치가인 윌버포스의 생애를 다루는 전기로, 그의 개인사와 정치 활동, 업적, 사상 등 윌버포스라는 인물을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담아 냈다. 또한 개인의 스토리를 넘어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영국 정치의 흐름을 살펴보며 우리의 정치사회 현실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윌버포스와 그의 동료들이 반세기 동안 추구한 개혁과 정치 활동을 통해 영국이 한층 더 성숙한 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윌버포스가 주도한 노예무역 폐지 운동과 관습 개혁을 통해 복음주의 가치관이 공적 영역에서 확대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윤영휘 지음 | 2024년 12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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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도서회원
쿰: 구미선, 최은미
홍성사의 벗이 되어 주신 신규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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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사 도서회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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