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쿠팡 R.LUX 론칭 2.에고라는 적
01 럭셔리도 로켓? 쿠팡은 생각을 조금 더 여세요
02 대단한 과거에 사로잡히면 비즈니스는 망합니다
03 뉴스 TOP5 - '매장 앞 줄 세운, 이케아의 전략'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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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는 무궁무진해요,
쿠팡은 생각을 조금 더 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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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치랑은 상관없어 보입니다
쿠팡이 명품 전문 앱. 'R.LUX'를 출시했습니다. 이름은 로켓(Rocket)과 럭셔리(Luxury)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것인데요. 이 앱은 쿠팡의 메인 앱 내에 전문관 형태로 노출되면서도 별도 앱으로도 운영된다는 점이 주요 특징입니다. 이전에 쿠팡이 쿠팡이츠(음식 배달)와 쿠팡플레이(OTT 서비스)처럼 별도 앱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커머스 분야에서 독립된 앱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는 쿠팡이 이번 럭셔리 서비스에 큰 기대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쿠팡이 본격적으로 럭셔리 시장에 진출하면서, 과거 파페치 인수 건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파페치에서 얻은 경험과 명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쿠팡이 온라인 명품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요. 게다가 현재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기존 명품 플랫폼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쿠팡의 움직임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보면, R.LUX는 명품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럭셔리 뷰티 커머스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현재 취급하는 브랜드가 대부분 화장품에 국한되어 있거든요. 더군다나 파페치는 명품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인 반면,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매입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두 서비스의 구조와 전략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R.LUX의 출시는 파페치 인수와는 관계없는 별개의 행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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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이츠와도 결이 다르고요
그렇다면 쿠팡이 R.LUX를 굳이 별도의 앱으로 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쿠팡은 그동안 철저히 성장 중심의 전략을 보여왔습니다. 현재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는 소비력이 높은 3040 여성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이들이 가정 내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를 전적으로 쿠팡에서 하도록 유도하여 1등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쿠팡의 주요 고객층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었던 남성 고객(스포츠 중계를 제공하는 쿠팡플레이)과 20대 고객(음식 배달을 중심으로 한 쿠팡이츠)을 공략해 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시키려는 전략이었죠. 더 나아가 이 신규 서비스들을 와우 멤버십과 연동해 신규 고객들을 충성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기존 회원들에게는 추가적인 혜택으로 인식시켜 멤버십 유지와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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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럭셔리 뷰티 시장 진출은 고객 외연 확장보다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실 쿠팡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새로운 고객 풀을 찾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2024년 8월 기준으로 쇼핑 앱에 한 번 이상 접속한 사용자 중, 쿠팡의 사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1.1%에 달하고요. 또한 주요 명품 커머스 플랫폼 이용자의 90% 이상이 같은 기간 쿠팡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이제 쿠팡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 전략은 기존 고객의 추가적인 지출을 유도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위해 쿠팡을 필수재만 구매하는 곳에서 가치재도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하지만 그동안 쿠팡이 패션, 뷰티, 럭셔리 등의 버티컬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들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별도 앱을 출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고요.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다른 카테고리에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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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말고 다른 건 없나요?
쿠팡이 이번 R.LUX를 차세대 성장을 이끌 핵심 서비스로 삼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다소 아쉽습니다. 그동안 쿠팡이 버티컬 영역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감성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에서도 너무 기능적인 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최저가와 빠른 배송 같은 기능적인 혜택은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지만, 감성이 중요한 시장에서는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거죠.
R.LUX에서 쿠팡이 강조하고 있는 점들은 본사 정품 보장, 와우 회원 혜택, 그리고 여전히 로켓배송의 편리함입니다. 하지만 로켓배송만으로 고가의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즉각적인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고, 뷰티컬리와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쿠팡만의 뚜렷한 강점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료 선물 포장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쿠팡이 이전에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차별성에 비해선 확실히 약하다고 느껴집니다.
그에 반해, 뷰티 분야의 경쟁자들은 고객만큼이나 중요한 파트너인 브랜드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등 브랜딩 지원에 힘쓰며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물론 쿠팡의 트래픽은 압도적이지만, 단순히 로켓배송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쿠팡 전체의 성장 엔진이 될 정도의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쿠팡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아마존 역시 물류와 기술력으로 패션 시장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왔지만, 지금까지도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는데요. 쿠팡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생각을 열고, 로켓배송 이외의 다른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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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
대단한 과거에 사로잡히면 비즈니스는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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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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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된 스타 작가의 조언
국내에서 2017년에 출간된 <에고라는 적>은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의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자기 계발서입니다. 이 책에서 '에고(Ego)'는 단순한 자존감이나 자아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으로 정의됩니다. 홀리데이는 이러한 에고가 현실을 왜곡하고 과도한 자신감과 자아도취로 인해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에고는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게 만들고,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성장을 방해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라이언 홀리데이가 왜 '에고'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정의했을까요? 사실 <에고라는 적>은 그의 화려했던 경력이 무너진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19세에 대학을 중퇴하고 미디어 대행사를 창립했으며, 2008년에는 21살의 나이에 아메리칸 어패럴의 마케팅 디렉터로 활약했습니다. 또한, 2011년에 낸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사회적 인정과 성공을 거머쥐었죠.
그러나 2015년, 아메리칸 어패럴이 파산하면서 홀리데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에고에 대해 반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토아 철학에 깊이 빠지게 되었고, 현재는 금욕적인 삶의 자세를 지향하는 스토아학파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철학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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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에고의 정점, <그로스 해킹>
제가 라이언 홀리데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순히 <에고라는 적> 때문만이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그가 가장 강한 에고를 가졌던 시기에 쓴 책이 바로 <그로스 해킹>이라는 점에서 그의 여정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국내에서는 2015년에 발간되어, 스타트업 업계에서 필독서로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아메리칸 어패럴의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던 시기에 집필된 것으로, 그로스 해킹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소개하고 정의한 책입니다. 원문은 약 50페이지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그가 직접 경험한 그로스 해킹의 방법론과 사례들을 담아내며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죠.
책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을 비교하며, 그로스 해킹의 특징과 강점을 강조합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대규모 캠페인을 통해 매스 타깃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그로스 해킹은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소수의 명확한 고객 획득에 집중합니다. 특히,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퍼뜨리도록 유도하는 바이럴 확산 전략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이를 반복하여 바이럴 루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그가 직접 책 판매 과정에서 그로스 해킹을 적용해 얻은 성과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결국 <에고라는 적>에서 에고가 자신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렇다면 그가 강한 에고를 바탕으로 저술한 <그로스 해킹>의 이론들은 실제 그의 실무에서 어떻게 작용했을까요? 혹은 그가 나중에 반성한 것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없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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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경험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과 <에고라는 적>에서 라이언 홀리데이는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하며 했던 구체적인 행동들을 상세히 언급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케팅 디렉터로 부임한 전후를 비교해 보면 그의 전략이 회사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원래 미국 현지 생산을 강조하며, 단색의 베이직한 의류를 판매하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홀리데이가 마케팅 디렉터로 들어온 후, 브랜드 캠페인에서는 과도한 성적 노출과 섹슈얼한 메시지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소규모 채널과 SNS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높은 노출 효과를 달성했는데, 이는 분명히 <그로스 해킹>에서 강조한 것처럼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전략과 실험으로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의 결과로 아메리칸 어패럴은 지나친 성적 이미지 남용으로 외설적인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고, 창업자의 성추행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결국 2015년 아메리칸 어패럴은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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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홀리데이를 일부 두둔하자면, 이러한 과도한 성적 이미지 활용은 최종적으로 회장의 결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마케팅 디렉터로서 그의 데이터와 단기 성과에 집중한 바이럴 전략이 브랜드의 장기적 가치를 간과하게 만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라이언의 에고에 휘둘린 마케팅 전략은 단기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브랜드의 장기적 존속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이 그로스 해킹과 퍼포먼스 마케팅에 몰두하면서 '대 바이럴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라이언 홀리데이의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과거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새로운 도전을 막거나, 이미 유효하지 않은 방식을 계속 고집하게 만드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직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고 겸손한 태도로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을 이루는 핵심일 것입니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사례는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에고를 통제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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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드립니다!
- 오늘은 도그냥님의 두 번째 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필진 분들의 콘텐츠를 소개해 드릴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특히 오늘은 쿠팡의 럭셔리 진출이 로켓배송으로 상징되는 '에고라는 적'을 피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연결해서 보시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보시고 의견 남겨 주시면 잘 참고해서 다음 콘텐츠도 준비해 보겠습니다.
-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 주실 것이 있으시거나, 광고/기고/기타 협업 관련해서는 trendlite@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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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디자인 경쟁력도 잃었습니다
더군다나 매장 면적까지 넓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온라인 광고보다 팝업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퍼블리 그로스 담당자의 회고에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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