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가장 약한 고리, 경제 리더십

🌏 “쿼드는 중국보다 작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때문에 환영받았지만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위협을 확실히 막지 못했다.”

AUKUS 결성 배경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쿼드(Quad)의 유명세에 비해 실제론 전략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래서 쿼드는 경제에 집중하고, 안보는 AUKUS에서 논하는 것으로 재편됩니다.

이런 의문이 드는 비밀요원님도 있을 겁니다. 한 땐 모두가 지겹도록 쿼드를 말하더니 이제는 AUKUS인가?

쿼드는 국내 언론에서 과도하게 소비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AUKUS는 사정이 다릅니다. 오히려 쿼드 때와 달리 너무 잠잠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쿼드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라는 1차원적인 프레임이라면 AUKUS는 군비경쟁과 무엇보다 ‘핵확산’이라는 더 큰 함의를 내포합니다. 파생되는 질문의 층위와 종류가 완연히 달라지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 역시 복잡해집니다.

그리하여 이번 주 Sunday Seesaw 는 특별한 손님을 모시고 진행합니다. 놓치면 무조건 손해인만큼 일요일 오후 3시. 클럽하우스와 음에서 만나요~

참, 인사가 늦었습니다. 토요일의 Surfing Summary! 국내외 전문가의 아티클을 요약해 드리는 👽세레니디피티입니다. 오늘은 AUKUS 를 대하는 여러 국가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보여 드립니다. 그리고 일본 자민단 총재 선거에 관한 글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요즘 오전 11시 30분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업과 병행하며 제작하느라 시간에 쫓기는 일이 많아지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다만 발송 시각은 늦어지더라도 비밀작전의 퀄리티만큼은 지키겠다는 그 마음은 변치 않다는 점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지적 영감의 세계로 파도타기를 떠나볼까요?

AUKUS, 아세안 중심성의 위협?
미국의 약한 고리, 경제 리더십
기시다에게서 엿보이는 아베의 유산

1. AUKUS, 아세안 중심성의 위협?

AUKUS 3국은 핵확산금지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을 강조하지만 아시아-태평양 국가 내 사회 여론은 이와 다릅니다. 전문가들로서는 AUKUS까 끼치는 광범위한 안보적 영향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시아-태평양 리더십 네트워크(APLN)라는 곳이 있습니다. AUKUS와 관련해 시리즈로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요. 이 중 두 편의 긴 글과 네 개의 짧은 논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개인 저자의 의견이 해당 국가의 전체 입장은 아닙니다만 분위기를 감지하는 데엔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려는 중국에게,

AUKUS는 룰 메이커로서의 자격 증명을

확립할 기회가 될 것이다.

For China that is openly seeking parity with the US

in being a global rule-maker,

this would be an opportunity

to establish its own credentials.

🇮🇳 인도

우선 쿼드 회원국 인도입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중국 등 6개국이 운용 중인데요. 인도는 직접 개발에 성공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러시아로부터 1988~1991년, 2011~2021년까지 임대해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AUKUS는 플랫폼을 구축해 미국이 호주에게 각종 기술을 이전합니다. 협정의 기술적 측면이 아직 명확하게 발표되진 않았지만 ‘단순 임대’와는 다르리라 추정됩니다.

흥미롭게도 호주는 우라늄 3대 생산국입니다. 그럼에도 핵개발을 탐색하기는커녕 원자력 발전소조차 없습니다.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할 뿐입니다. 또한 호주 총리는 ‘핵무기’에 대한 열망이 없음을 발표키도 했습니다.

인도는 이번 AUKUS 발표로 인해 중국의 주의가 분산되어 인도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압력이 완화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호주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이 파키스탄에게 비슷한 핵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조선(북한)과 이란도 중국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인도-중국 간 관계를 고려하면 AUKUS는 환영할 만하지만 더 큰 관점에선 결국 핵확산 도미노가 일어나리라는 것. 게다가 중국과 각국 해군 간에 군사적 협력도 강화되겠죠.

미국이 비록 ‘일회적인 특별협정’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더라도 상대국 역시 비슷한 예외를 만들고자 하는 논리를 막을 방도가 부족합니다.

한편 이러한 ‘핵확산 도미노’는 AUKUS 수혜국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은 물론 브라질마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결국 새로운 안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됨을 지적하며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저자인 Manpreet Sethi 는 인도 뉴델리 공군력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며 핵안보 전문가입니다. 기고글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AUKUS 는

아세안 기구가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던

지역 내 주요 권력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Any new coalition that appears to divide

rather than bring countries together

heightens major power rivalry and competition

in the region– a condition that ASEAN has tried

to mitigate with the establishment of

more inclusive ASEAN-led institutions

like the ASEAN Regional Forum

and the East Asia Summit.

🌏 아세안

한 편의 글이 아세안 및 아시아 국가 입장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AUKUS 발표에 일본,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를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세안 국가들이 ‘아세안이라는 기구를 만든 배경’이라는 관점에서 AUKUS 를 바라본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아세안은 동맹 구축과 억제보다 협력적 안보 관행을 선호했습니다. 편을 선택하는 것도 피해왔습니다. 아세안 기구는 주요 권력과 경쟁을 완화시키는 데에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AUKUS 는 아세안 국가들을 분열시킴으로서 그동안의 외교안보 전략을 재고케 만듭니다. 또한 아시아에 고조되는 핵안보 위협은 아세안 국가 간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약화될 수도 있죠.

즉, AUKUS 는 미국에겐 쿼드의 또 다른 추가물일 뿐이지만, 아세안의 포괄적이고 평화적이며 안정된 질서에 정작 아세안의 접근을 저해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인 Mely Caballero-Anthony 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입니다. 기고글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AUKUS에 관한 말! 말! 말!

한국, 미국의 이중 잣대 충격적

베트남, 아세안의 역할을 무시하지 마라

인도네시아, 아세안 핵안보 대화를 재개하자

미국, 저농축 우라늄 잠수함을 임대해라

🇰🇷 한국

①미국의 이중잣대

한국은 거부 당했지만 호주는 가능했던 원자력 추진 잠수함

②동맹분열

영국・호주와 프랑스를 차등적으로 대함으로서 미국 주도 동맹 질서의 계급성 표출

③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손상

일본, 한국 및 여러 국가들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고 함.

④아시아-태평양 지역 질서의 불길한 징조

신냉전의 도래를 늦추기보다 가속화시킴.

저자인 문정인 은 한국 세종연구소 소장이며 전 청와대 외교안보 특별 보좌관이었습니다. 기고글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Ton Nu Thi Ninh 베트남 대사

①지역 촉진자 역할을 해왔던 아세안 국가를 무시한 것에 대한 실망감
②유럽연합의 인도-태평양 전략 환영 (무역과 투자 이익 등)
③최선의 조정은 여러 강대국이나 세력 집단이 지역 이해당사자들과 합리적으로 협력하는 것

저자인 Ton Nu Thi Ninh 은 베트남 대사입니다. 기고글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인도네시아

①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 군비경쟁에 빠져드는 것에의 우려

②’핵 무장’이 아니라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일지라도 핵안정성이 결여된 지역 국가의 오산만 가중시킴.

③아시아 지역 핵안보 대화* 및 정상 회의** 등을 추진하며 아세안 역할의 타당성 강조할 필요

*동남아시아 핵무기자유구역(the Southeast Asia Nuclear Weapon Free Zone)

**동아시아 정상회의(the initiation of the East Asia Summit)

저자인 Marty Natalegawa 은 인도네시아 전 외무장관이자 UN 대사입니다. 기고글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미국

①AUKUS는 태평영 전역에 미군 기지 옵션 확장하는 것

②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국가 클럽을 확장하기보다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프랑스로부터 임대토록 하는 게 비확산 규범에의 승리

저자인 Sharon Squassoni 은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연구교수입니다. 기고글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6개읠 글 중 델타 월딩이 흥미롭게 읽은 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관점이었습니다. 계산기를 냉정히 두드리면서 현재적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실리적인 해법을 탐색하기 때문인데요.

비밀요원님은 어떠셨나요? 이곳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Sunday Seesaw 와 월요일의 m&m 에서 함께 나눌게요.

😎 오늘 델타 월딩 어땠나요?

2. 미국의 약한 고리, 경제 리더십

↑ The Economist

“미국 전략의 큰 구멍”

(AUKUS를 결성했음에도)

미국 경제 리더십의 부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빌리하리 카우시칸 싱가포르 전 최고 외교관

Its lack of economic leadership remains,

in the words of Bilahari Kausikan,

Singapore’s former top diplomat,

“the big hole in American strategy”.

최근 한 장의 이미지가 온라인을 달궜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 경제・안보 등 여러 연합체가 만들어져 있는데요. 한국은 어느 곳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중차대한 시국에 왜 한국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지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글은 바로 그 이미지가 실린 이코노미스트 분석글입니다. 다만 원글에는 아래 이미지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중국의 관점에선 한국도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과 다를 바 없는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겁니다. 대만과 싱가포르, 몽골은 미국의 오랜 파트너국이며, 인도, 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신흥 파트너국입니다.

↑ The Economist

한편 평소 이코노미스트 글은 1만 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 글은 2만 자가 넘습니다. 그래서 요약글도 분량이 꽤 됩니다.

본 글은 AUKUS 결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합니다.

우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불러일으키는 파급 효과입니다. 이것은 중국으로부터 증가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극적이고 결연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가장 즉각적인 분노는 중국이 아닌 대서양 국가들로부터 쏟아졌습니다.

유럽연합의 군사 강국인 프랑스는 ‘영어를 사용하는 동맹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법입니다.

프랑스와 인도는 올해 초 3일 간의 해군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인도는 거대한 군사 강국의 집중적인 관심에 기뻐할 것입니다. 어쩌면 프랑스로부터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도움을 원할 수도 있겠죠.

사실 호주 연안을 방위하는 데에는 디젤 잠수함이 더 낫습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원자로 배관 소리를 완전히 잠재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거리에선 사정이 다릅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더 넓은 범위에서 지속적인 속도로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추진력이라는 물리적 힘의 변화만이 아니라 전략의 변화를 내포합니다. 또한 호주-미국 해군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입니다. 미국으로선 호주의 항구 인프라를 활용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둔할 가능성도 증가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도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호주가 사용할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고농축 우라늄을 안전하게 탑재할 방법을 IAEA가 찾을 수 있다면 조약을 다소 강화하는 선례 정도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적 안전장치를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고농축 우라늄이 ‘핵폭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례로 한국이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요. 만약 IAEA의 안전장치 없이 잠수함을 위한 원자력 개발을 시작한다면 매우 면밀히 조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역 질서의 재편입니다. 중국의 해양 팽창주의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곳은 아세안입니다.

쿼드가 결성됐을 때 중국보다 작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환영받았습니다. 하지만 표현법과 달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위협을 확실히 막지 못한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급격한 철수도 영향을 줬습니다.

몇몇 아세안 국가는 AUKUS를 ‘아세안 중심성’이라는 신성한 개념에 도전한다고 인식합입니다. 또한 군비경쟁, 지역질서 긴장감 초래 등을 우려하며 아세안을 ‘평화, 자유, 중립의 영역’으로 강조하는데요.

그럼에도 일본과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즉각적으로 AUKUS를 환영하거나 동참할 뜻을 내비췄습니다. 베트남은 이 상황이 다소 잠잠해진다면 AUKUS를 승인할 것입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은 가스 시추업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을 방문한 앤서니 블링켄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민주주의 편들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정학적 요소라기보다 중국과 그들이 겪고 있는 불협화음을 강조할 뿐입니다. 즉, 미국이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는 언약을 내비추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의 제대로 된 동맹국은 파키스탄 뿐입니다. 미국은 아세안 지역에서 여전히 강력한 소집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무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꽤 약한 고리로 작용합니다.

↑ The Economist

특히 트럼프 정부 당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건 치명적 한계로 기능합니다.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의 신뢰를 손상시켰고 무엇보다 아시아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데도 미국은 뒷짐만 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 의회와 특히 바이든의 지지층인 진보 세력도 TPP를 포함한 자유무역에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바이든이 다시 참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AUKUS 발표 다음 날, 중국은 TPP의 후신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미국이 가입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허를 찌르고 들어간 것입니다. 즉, AUKUS는 역설적으로 미국 전략의 큰 구멍인 ‘경제 리더십’의 부재를 드러냈습니다.

결국 미국은 ‘기술’에서 틈새를 찾아야 합니다. 일본과 인도가 AI, 양자 컴퓨팅 및 기타 현대 보안 측면에서 AUKUS와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 및 대만과는 반도체 기술의 공개 표준을 설정해야 할 겁니다.

비밀요원님은 이코노미스트의 이러한 분석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곳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Sunday Seesaw 와 월요일의 m&m 에서 함께 나눌게요.

😎 오늘 델타 월딩 어땠나요?

3. 기시다에게서 엿 보이는 아베의 유산

↑ Eugene Hoshiko/Pool/Reuters | 18, Sep. in Tokyo

“일본에는 탈레반도 없는데

여성의 사회 진출이

왜 이렇게 늦어지는지 의문이다.”

“though there’s no Taliban in Japan,

I wonder why women’s advancement

in society is so delayed.”

- Yuriko Koike, the popular governor of Tokyo

지난 달 29일 기시다 후미오가 스가 요시히데 후임으로 자민당 총재에 당선됐습니다. 이달 4일에 소집되는 임시국회를 통해 스가의 뒤를 이어 일본의 100대 총리로도 선출된 예정인데요.

워싱턴 포스트는 기시다의 승리 요인으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석합니다.

<기시다 선거 승리 요인>

기시다 본인의 무색무취
아베의 지지
일본 정치의 한계*

*일당 국가화, 자민당 내 매파적 우파 강세, 여성의 정치 참여 부족 등

우선, 무색무취. 워싱턴 포스트는 이코노미스트와 마사토 카미쿠보 교수의 말을 인용해 기시다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기시다가 선출된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비전이 부족한 것이다. 경쟁자들과 달리 훨씬 덜 위협적이고 유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낮다”

- 이코노미스트

“기시다는 정치인으로 큰 실패를 경험한 적도 없지만 큰 성공을 거둔 적도 없다”

- 카미쿠보 마사토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 정치학과 교수

즉, 기시다의 무색무취한 정치 스타일이 일종의 정치적 완충 지대를 만든 것입니다.

일본의 정치 구조도 기시다의 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국가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쟁 없는 민주주의 선거’를 치르며 ‘일당 국가*’에 가깝습니다.

*중국, 조선(북한)도 일당 국가죠.

이유는 힘 있는 야당이 일본에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단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4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집권당이었습니다. 민주당이 2009년에 압도적 차이로 총선에 승리한 바 있지만, 이후 보여준 분열과 무능으로 인해 지지기반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이로 인해 매파적 우파 성향의 자민당 지도부의 영향이 커지게 됩니다. 사실상 그들이 일본을 통치하는 것입니다. 기시다 같은 진보적인 자민당 인사조차도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이들에 편승*해 당의 강력한 파벌에 호소하게 됩니다. 당선 후에도 이들 파벌로 내각을 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차기 총리로 거론되던 이는 고노 다로였습니다. 하지만 동성 결혼 지지, 원자력 반대(nuclear power), 비둘기파적인 외교 정책 등 좌파적 견해를 표방하자 자민당 내 우파 지도부와 대립하게 됩니다. 여기에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신조마저 기시다를 지지하며 결국 패배를 맛 보았습니다.

고노 다로 외에 자민당 총재에 도전한 이들로는 다카이치 사나에와 노다 세이코가 있습니다. 다카이치는 보수적 가치를 내세웠고, 노다는 성평등을 역설했습니다.

결선에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한 번도 여성 지도자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라로선 한 단계 발전이자 이번 선거의 의의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아무튼 기사다 후미오가 예상을 깨고 자민당 총재와 일본 총리가 됩니다만, 갈 길이 구만리입니다. 경제회복, 인구 고령화,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 오랜 기간 끌고 왔던 문제에 이어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조선(북한)과 중국에의 위협 등 외교적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도 직면할 것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전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오늘 델타 월딩 어땠나요?